프라이팬에서 나와 불속으로?! 06.
사람의 목소리에도 에너지와 온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의 속도, 높낮이에서 느껴지는 리듬, 질문에 대한 답변의 적극성 등을 통해서 감지되는 것들. 그런 면에서 가인님(가명)은 첫 회기 약속을 하기 위해서 했던 전화(웰컴 콜)에서도 따듯한 온도의 적극성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1회기 코칭 전에 진행된 회복탄력성 진단(RSP 검사) 결과 턱걸이로 ‘우수’에 분류되는 112점이 나왔다. 코치로서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였다. ‘사전 검사에 우수라니. 내가 별로 도움을 드릴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사후 검사 때에 점수가 더 낮게 나오면 어쩌지?’ ‘매칭이 늦어져서 3개월이 아닌 1개월 만에 코칭을 완료해야 하는데 과연 점수가 오를 수 있을까?’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 상황 속에서, ‘코칭이 시작되기도 전에 코칭의 성과 같은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오로지 고객님만 생각하고, 고객님을 위해서 함께 하자’고 다짐하며 다시 정신을 차렸다.
드디어 첫 회기! 가인님(가명)과의 첫 만남! 센터에서 제공해 주신 상담실에서 기다리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코칭이 처음도 아닌데 왜 떨리지? 곰곰이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니 한국코치협회에서 매칭해 준 공익코칭이라 책임감이 더 느껴져서였다. 개인적으로 연결되었던 다른 코칭 때보다 더 신경 써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 하고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가인님(가명)과의 첫 코칭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흘러 120분을 넘겼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는 달리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둘째 아이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고(그 고민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고 지금은 수용적인 태도임), 오히려 첫째 아이 양육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다. 고객님의 이야기에 더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인님(가명)은 큰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반항적 행동과 언행을 하는 것과 남편이 육아를 돕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컸다. 발달장애 둘째 아이를 케어하기에도 하루가 부족한 가인님(가명)은 큰아이가 이렇게 해 주었으면, 남편이 이렇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현실의 갭이 커서 매일이 좌절의 연속이라 했다.
다만, 스스로가 의지가 굳은 사람이라 좌절하고 실망하면서도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 어떤 방법이 좋을지는 모르겠다 했다. 그래서, 코칭을 통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겠다가 아닌 고객님 스스로 그 상황을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고 다른 대안을 모색할지 함께 탐색하는 것으로 코칭의 방향을 합의해 나갔다.
관점전환과 대안탐색을 추구하면서 고객님이 도출한 코칭 목표는 ‘현재보다 마음이 편안해진 내가 되기’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육아하면서 소리 지르지 않는 내가 되기’와 ‘가족 간의 이슈에서 절충안을 찾기 위해 대안 탐색하기’였다.
가인님(가명)은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못 견디고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하는데, 가족들이 협조해 주지 않으니 짜증이 났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쩌면 가족들은 가인님(가명)이 생각하는 것처럼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코칭을 통해서 존재(Being)에 대해서 다루면서 이 부분은 좀 더 여실히 드러났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동일한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탐색하면서 가인님(가명)은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지금 고민하는 것들이 해결된 미래의 가인님(가명)을 만나러 가는 상상을 하는 장면에서 가인님(가명)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현재 당면 과제에 대한 관점이 전환되었다고 했다. 평소 상상하기와 감정표현하기가 서툴렀던 가인님(가명)이 이 방법으로 ‘아하! 모먼트’를 만났다는 것이 코치로서 반갑게 느껴졌다.
가인님(가명)이 스스로 인지하는 코칭의 성과는 자신의 새로운 행동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크고, 마음이 편안해진 것, 남편과 대화를 더 나누게 된 것이라고 한다. 기존에도 강연이나 특강 통해서 팁을 얻긴 했지만 지속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게 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했다.
가인님(가명)이 코칭 기간 동안 새롭게 발견한 것과 다짐한 것들은 ‘내가 고민하는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실마리가 풀리면 다른 것들도 해결해 나갈 수 있겠다. 용기 내서 한 가지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보자’, ‘설루션들은 나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나부터 생각이든 행동이든 바뀌어야겠다’, ‘이 상황도 나의 감정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첫째와 둘째 아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의 눈금도 행동도 달랐다. 첫째 아이에게 좀 더 따뜻하게 대해야겠다’ 등이었다.
또한, 생각 표현에는 능숙했지만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가인님(가명)이 자신의 감정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 것도 큰 변화였다. 앞으로 알아 차림과 관점 전환, 대안 탐색, 선택과 실행 노력에 가인님(가명)이 가진 끈기가 더해지면 좀 더 나은 내일을 가꾸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응원한다.
'함께 성장하는 길'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처럼 공익코칭을 통해, 고객님 덕분에 나도 한 뼘 더 성장한 시간이었다.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