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에서 나와 불속으로?! 07.
코치로서의 삶은 즐겁고 보람 있고 재미있었지만, 들쑥날쑥한 스케줄만큼이나 수입도 들쑥날쑥 예측이 불가능했다. 어떤 때에는 1주일 내내 바빴지만, 어떤 때에는 너무나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시간당 23만 원의 강사료를 주는 강의도 있었지만 10만 원 이하의 강의도 있었다. 지방 강의 또는 코칭이지만 교통비를 지원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지역별로 강사비 기준도 모두 달랐다.
무엇보다도 다음 단계의 코치로 성장하기 위해서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끊임없이 있었고, 꾸준히 수련을 해 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큰 산을 건너려면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서울미술관 전시를 관람하고 출구 쪽으로 나가려고 할 때, 이 글귀가 나를 사로잡았다. 어둡고 긴 터널 바닥에 지하철 철로가 구불구불 있고, 오른쪽 위에 작은 빛이 보이는 구도의 그림은 오치균 작가의 ‘뉴욕 지하철’이라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오치균 작가의 ‘감’ 모티브의 작품들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조금 느낌이 다른 ‘뉴욕 지하철’은 사진으로 담지는 않고 눈으로만 봤다. 다만, 그 작품 앞쪽 바닥에 새겨진 ‘큰 산을 건너려면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는 문구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마치 나에게 해 주는 덕담 같았다. 내가 긴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라는 생각을 문득문득 한 적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연애든 결혼이든, 직장이든 취미든 시작은 ‘000가 좋아서’라는 이유겠지만, 만약 종지부를 찍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그것은 ‘000가 싫어서, 또는 000가 나랑 안 맞아서’라는 이유가 아닐까?
나는 코칭이 너무 좋고 코칭을 사랑하는 것은 맞는데, 프리랜서 타입의 업무 형태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퇴근을 하는 루틴이 주는 만족감과 안정감이 컸었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다. MBTI 대문자 J에 해당하는 나에게는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성취감은 물론 ‘예측가능성’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도 프리랜서로 살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명함 한 장의 무게가 그렇게 큰 것인 줄도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교육이든 어떤 프로그램 참가 신청을 할 때마다 소속과 직책을 쓰라고 하는데, 빈칸으로 두면 다음 문항으로 옮겨가지도 못하는 신청 링크도 부지기수였다. 다시 어딘가에 입사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코칭회사에서 직원 채용이 있을 때에도 눈여겨봤는데, 코칭업계에서는 루키에 해당하니 사원급 매니저 업무부터 시작해야 하고 급여도 예전에 받던 것의 절반도 안 되는 분위기였다. 전직을 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가? 고민 끝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자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복병은 그 당시 채용 중에 있는 직무였다. 나는 기업을 상대로 하는 기업코칭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쪽은 웬만해서는 구인 공지가 없었다. 직급과 급여도 양보했는데, 관심 있는 업무마저 아니라면 내가 지속해서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긴 터널을 빠져나가기 전인데 빨리 탈출하고 싶어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다. 장기적인 비전이자 방향성으로는 코칭을 가져갈 것인데, 잠깐 다른 대안이 있는지 한 눈을 팔고 싶어졌다. 50 플러스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중장년 경력설계 교육과 컨설팅 프로그램들을 살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