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나에게 여러 희로애락을 느끼게 하곤 한다. 신선한 글감을 발견했을 때에는 글을 얼른 쓰고 싶어 진다. 빠르게 윤곽을 잡아나갈 때까지는 신이 나지만, 막상 길게 써 내려가는 동안 군데군데에서 막히고 진척이 안되기가 부지기수다. 처음 스타트는 좋았지만 마음과 달리 완성까지 지구력이 받쳐주지 않는 부족한 글 솜씨에 화가 나기도 한다. ‘내 실력에 작가의 꿈은 가당키나 한가’라며 슬퍼하며 펜을 놓거나 컴퓨터를 꺼버릴 때도 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다시 흥이 나서 초고를 다시 다듬을 때면, 너무나 형편없는 초고에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노인과 바다>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의 명언에 다시 힘을 내곤 한다. “글 쓰는 데에는 죽치고 앉아서 쓰는 수밖에 없다. 나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총 39번 새로 썼다.”라는 말에 나의 인내심 부족을 반성하기도 한다.
슬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계획도 세울 때가 되니, 내년에는 글 쓰는 즐거움과 기쁨을 더 많이 느껴보고 싶다. 그런 차원에서 나의 글쓰기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고, 새로운 다짐도 해 보고 싶어졌다. 나의 글쓰기 선생님들은 인물뿐만이 아니라 이벤트 응모와 플랫폼도 있다.
# 이벤트 응모
이벤트 응모는 나처럼 글쓰기에 지구력이 약한 사람에게 단기간 집중해서 글을 쓰도록 동기부여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운 좋게 결과가 좋으면 그만큼 보상도 되고 다음에 다시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1. 이용후기 응모
나는 소소하게나마 이용후기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 차례 꽤 근사한 경품(수십만 원 가치의 상품권, US 100달러, 전자제품 등)을 받기도 했었다. 올해의 경우에는 5월에 서울시에서 주최한 ‘기후동행카드 100일 축하 이용후기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기뻤다. 접수기간 8일간 1,150명이 접수해서 11.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낸 이벤트였는데, 운 좋게 100명 안에 뽑혀서 귀여운 해치카드(2종)를 선물로 받았었다. 어차피 휴대폰 모바일카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실물카드는 포장지도 뜯지 않고 배송되었던 우편봉투와 함께 기념품 삼아 잘 보관하고 있다.
2. 우수사례 공모전 참여
지난 10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제출한 ‘서울런4050 우수사례 공모전’에서도 운 좋게 장려상에 뽑혔다고 연락을 받았다. 경력컨설팅 교육에 무료로 참여했던 것도 너무나 유익하고 좋았었는데, 공모전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뻤다.
3. 해외여행 응모
아주 오래전인데, 대기업(식품 제조업)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중국 현지 농장 체험을 겸해서 여행을 보내주는 행사가 있었다. 신청사연 10여 줄만으로 선정하는 것이었는데, 운 좋게 당첨되어서 중국 북경/연길/백두산 천지까지 여행할 수 있었다. 돌아와서 여행후기를 제출했는데 그것도 당첨되어서 또 선물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 플랫폼
글쓰기 관련한 플랫폼이 많이 있을 텐데, 내가 이용하는 것은 브런치스토리다. ‘작가의 서랍’이라는 보관창고에 저장해 둘 수도 있고, 발행하기 전에 맞춤법 검사를 해 주는 기능도 너무나 유용하다. 글을 발행하고 나면 독자들의 조회수나 좋아요 피드백 수치도 통계로 보여주고, 유입경로도 알려주어서 여러모로 매우 유용한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다른 작가를 응원해 주는 더 많은 기능들이 생긴 것 같은데, 아직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좀 더 분발해야겠다.
1. 카카오 브런치스토리
특히, ‘[글 발행 안내] 작가님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오늘은 일상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는 브런치 타임을 가져보세요.’ 또는 ‘[글 발행 안내]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라는 알림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자신이 글쓰기에 얼마나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지, 뜨끔해지는 알림이다. 내년에는 이 알림을 받지 않도록 꾸준히 글을 써 보고 싶다.
# 인물
나의 글쓰기에 영향을 끼친 수많은 인물들이 계시지만, 주요 인물들을 꼽아보면 대략 이렇다.
1. 우에다 선생님
아시아 8개국의 사회복지사들이 일본에서 함께 연수를 받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9개월가량 체류하는 동안 나의 멘토는 우에다 선생님이셨다. 첫 번째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 우에다 선생님 첫마디가 ‘한국 연수생들은 유난히 만연체가 많다. 너의 선배들도 그렇던데 너도 그렇구나’라며 문장을 짧게 잘라서 간결하게 쓰도록 권하셨다. 그전까지는 내가 만연체로 글을 쓴다고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그 피드백 이후에 고치게 되었다. 나의 글쓰기 스타일에 큰 변화를 선물해 주신 분이셨다.
2. 양정훈 코치님, 오병곤 & 홍승완 선생님
양정훈 코치님은 내가 처음 참여했던 ‘독서 & 글쓰기 클럽’의 멘토이시고, 오병곤 & 홍승완 선생님은 업무상 비매품 책을 만들 때 공저자들의 글쓰기를 지도해 주신 분들이시다. 열정적이신 세 분을 통해서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노하우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이다.
3. 언니들
친언니 2명과 책을 같이 읽고 토론을 하기도 하고, 서로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어떤 책들은 순차적으로 돌려가면서 읽기도 했는데, 셋이서 밑줄 그은 대목이 일치하면 그 나름대로 재미있었고, 다른 곳에 밑줄을 그었으면 그 또한 호기심이 발동하곤 했다. 언니는(동생은) 왜 여기에 밑줄을 그었을까? 어떤 경험/생각이 여기에 밑줄을 긋게 만들었을까? 때로는 여백에 질문을 남겨 놓으며, 다음에 읽는 사람이 답을 달아볼 것을 권하기도 했었다. 결혼해서 각자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세 자매가 자신이 읽은 책을 친정에 가져다 놓으면, 다음 타자(?)가 그 책을 가져다 읽고 생각과 느낌을 남겨서 다음 타자에게 전해주는 일종의 독서놀이(?) 같은 것이다. 요즘은 각자 시간적 여력이 부족해서 못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언니들과의 독서놀이를 다시 부활시켜 보고 싶다.
인물, 이벤트, 플랫폼 등 나의 글쓰기 선생님들께 감사하며, 새해에는 글쓰기에 좀 더 부지런을 떨어 보기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