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호기심! 반환점에서는 건강 회복을 얻다.
출발은 호기심!
전반 과정은 경각심/반신반의/루틴,
반환점(3년)은 건강 회복,
후반 과정은 믿음/희망/꾸준한 실천 다짐,
완주(6년) 할 때에는 더 건강해지기를.
매년 건강검진 때마다 공복혈당이 높다는 결과를 받기 시작한 것은 7~8년 전부터였다. 당뇨 진단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정상수치보다는 높은 ‘당뇨 전단계’라며 주의하라는 설명이 있었다. 처음에는 ‘내년에는 달라지겠지’ 하고 무심히 지나쳤는데, 그 후 매년 같은 결과가 나오니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다음번 검진 때 공복혈당이 정상으로 나오려면 뭐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계획도 딱히 없는 채로 조금씩 불안감만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다가 5년 전쯤, 여의도 직장인을 위한 대사질환 관리를 무료로 해 준다는 영등포보건소의 안내문을 어디에선가 발견하고 솔깃했다. 여의도역이나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전단지를 받은 것인지, 건강검진센터를 통한 문자 메시지를 받았는지는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여하간 영등포보건소 여의도 출장 사무소가 차려진 여의도동주민센터 교육실(몇 달 뒤에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 지하 사무실)에서 진행된 ‘직장인 대사질환 관리’ 프로그램에 1년 넘게 참여했다. 3개월에 한 번씩 공복혈당을 체크하고 식단 관리 교육을 받곤 했는데, 그마저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중단되었다.
다시,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는 시간이 1년가량 흘렀고, 우연히 전철에서 ‘한국인 당뇨병 예방사업 임상연구 참여자 모집’이라는 광고를 봤다. 엄밀히는 홀린 듯이 그 광고가 눈에 확 들어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나의 호기심이 최고조로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원래 의심이 많은 나로서는 문구 하나하나를 꼼꼼히 뜯어볼 수밖에 없었다. 개인 병원이나 제약회사 광고였으면 별로 내키지 않았겠지만, 연구 발주처가 질병관리청이고 참여하는 병원들이 유명 대학병원들이어서 한편 신뢰감이 생겼다. 일단 더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질병관리청, 책임연구기관인 경희의료원, 참여자 TO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신촌 세브란스의 담당자들과 순차적으로 통화를 하고 병원 방문 날짜를 잡았다. (시기별로 TO가 있는 병원도 있고 없는 병원도 있다고 했다.) 신청한다고 모두 뽑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에 시간 낭비에 헛수고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살짝 귀찮게 느껴졌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갔다.
혈액검사 결과가 나오고 신체검사와 여러 가지 문진을 거친 뒤에 최종 참여자로 선발되었다. 마지막 관문은 임상연구 3가지 그룹 중에서 어느 그룹에 배정되느냐인데 랜덤 배정이라 연구진도 당장은 알 수 없다 했다. 다시 기다림이 이어졌다. 기존과 동일하게 생활하는 ‘표준관리군’, 식생활과 운동 등에 변화를 주고 기록을 하게 하는 ‘생활습관중재군’, 소량의 약을 꾸준히 먹는 ‘메트포르민군’ 중에서 어느 군에 배정될지 너무 궁금했다.
두둥! 결과는 ‘메트포르민군’. 내심 바랐던 바여서, 기뻤다. 약을 먹어서 나타나는 효과도 당연히 기대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약을 꾸준히 챙겨 먹어야 하는 나의 건강 상태에 대한 경각심과 조심스러움, 식습관의 변화의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그렇게, 출발은 ‘호기심’으로 시작되었고, 1일 메트포르민 섭취량은 단계별로 250mg, 500mg, 1000mg으로 양이 늘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챙겨 먹고 출장 갈 때에도 챙겨 다녔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전체 6년 중에서 전반 3년은 경각심/반신반의를 거쳐 루틴이 자리 잡혔다.
내가 이런 임상시험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일부 친구들과 지인들은 한편 흥미로워하면서도 한편 깔깔 웃으며 나를 놀린다. “넌 참 별의별 것도 다 참여하는구나”, “세상에나, 전철에 붙은 광고 보고 저런 것 참여하는 사람이 있나 했는데 너 같은 사람이 하는구나. 정말 호기심 못 말려”
하지만, 나는 그런 장난기 어린 놀림이 싫지 않았다. 그들의 미소에 응원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반환점을 맞이한 지금은 공복혈당 정상, 당화혈색소는 아주 조금만 노력을 더 하면 정상수치를 코앞에 두고 있다. 고혈압 직전까지 갔었던 혈압도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혈액검사할 때 콜레스테롤이나 간수치 같은 것도 같이 검사를 해 주는데 3년 전에 비해 너무나 좋아졌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폭풍 칭찬을 해주셨다. “비록 약을 먹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것이 대단하네요. 도대체 비결이 뭐예요?”라며 방긋 웃는 얼굴로 한껏 치켜세워주셨다. 약을 꾸준히 챙겨 먹는 것과 더불어, 샐러드 같은 야채류를 예전보다 많이 챙겨 먹고 있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였고, 물은 예전과 동일하게 잘 챙겨 마시고, 운동은 너무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게 적절히 병행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엄지 척을 해 주셨다.
이제 남아있는 후반 과정 3년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희망을 갖고 꾸준히 실천해 나갈 것을 스스로 다짐한다. 임상연구 참여가 끝나는 시점에는 더 건강해진 모습의 나와 마주할 수 있기를 그려본다. 신촌 세브란스에 갈 때마다 들르는 나의 아지트 ‘광혜원’ 뜰에 반짝이는 햇살이 따사롭고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상쾌한 내 마음 같다.
#사람여행코치 #호기심 #건강관리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