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랑박선

주졔;관계의거리

by 드래곤실버

*해당글은 완전 허구입니다.


"주사님, 주사님, 총무과에 커플에 생긴 것 같대요."


"어. 그래. 그거 놀랍네."


A의 사무실 후임 진영씨가 그 특유의 어벙한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주사님 안 놀래요?"


"그런 소문 도는 게 한두 개야? 여기는 사람들이 심심해서 헛소문을 퍼뜨리는 곳이라고. 이제 2년 있으면 많이 겪어봤잖아."


"진짜요? 전 그런 거 없었는데."


"너는 진짜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제일 속 편하게 사는 거 같다. 부럽다."


진영씨는 A가 아는 공무원 중에서는 가장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친구였다.

A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는지 관심 없는지 그는 A가 사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쭉 소리 내며 마시고 있었다.


"이번에는 진짜래요. 같은 헬스장을 다닌다는데요."


"이 촌구석에 헬스장 몇 개 있다고 다니는 헬스장 정도야 겹칠 수 있지."


"아니요. 사람들 말 들어보니 이상해요. 둘 다 운동은 죽어도 안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헬스를 한다고 하고 하면은 관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다닌다고 했어요."


"절대 운동 안 할 거 같다는 건 뭐야? 그럼 나는 어때? 나도 운동 절대 안 할 거 같아?"


A 물음에 진영씨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생각이라는 걸 하는 걸까. 오늘 저녁에 먹은 닭갈비는 고구마 사리가 맛있었어. 남이 사주니까 더 맛있네.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거 아닌가.'


A는 진영씨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주사님도 절대 운동 안 할 거 같긴 해요."


"오늘 저녁도 사주고 커피도 사줬는데 평가가 박하네."


"그냥 그렇게 보이는 거에요."


진영씨는 솔직한 게 장점이요. 단점이다.


"너는 사내연애 대해 어떻게 생각해? 마음 가는 여자 직원 없었어?"


"주사님은요? 마음 가는 남자 없었어요?"


"의문문에 의문문으로 답하는 건 어디 초등학교에서 배운 거냐?"


"근데 주사님이면 국민학교 아니에요?"


' ....... 이 녀석하고 너무 친하게 지냈구나. '


A는 약간 후회했다.


"이게 진짜 나도 초등학교 나왔어 온전하게."


A의 목소리가 점진적으로 커졌다.


"입학하실 때는 국민학교고 초등학교로 바뀐 거 아니고요?"


"아니야. 날 뭘로 생각하는 거야. 그거 바뀐 게 YS때라고."


"와이에스?"


진영이가 소형견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처럼 고개를 기울였다.


"김영삼. 김영삼 대통령 있잖아. 나도 어릴 때라 기억이 잘 나진 않아."


"아 한국사 때 배웠어요."


"한국사. 그렇지 역사지. 그건 그렇고 마음에 드는 여자 직원 없었어?"


"음. 다들 괜찮은 분들이라서. 저는 다 좋다고 생각해요."


진영씨의 싱거운 답변에 A는 약간 화가 났다.



"너 뭐 수상소감 발표하니? 미용실 원장님한테도 감사하다고 하지. 그럼 네 평생에 호감 갔던 이성이 아예 없는 거야? 그러지는 않을 거잖아. 고등학생 때 어떤 좋아했는데?"


"음. 그런가요. 남고 나와서 고등학교 때는 잘 모르겠어요."


"학원은 다녔을 거 아냐. 학원 끝나고 편의점에서 저녁 때우면서 서로 보고 뭐 만나고 연락하고 그렇게 하잖아.."


"저는 남자들하고만 어울려서요."


' 이 자식은 무성생식을 하는 생명체인 걸까. '


A는 단전에서 한숨이 끌어오를 것 같았다.


"그럼 너 이상형은 어떻게 되는데? 군대에서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은 있었을 거 아냐."


"그때는 게임에 빠져있어서 게임대회만 봤어요. 아이돌은 관심 없었어요."


이 생명체는 무성생식하는게 맞는 모양이다.


"주사님은요? 여기서 마음에 드는 남자 직원 없었어요?"


"글쎄. 나는 사내연애를 한다면 사람이 아까우니까."


"아깝다고요? 무슨 뜻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그 남자를 좋아한다면 그 남자는 되게 좋은 남자라는 거겠지?"


"그렇죠. 안 좋은 남자를 좋아하진 않으니까요."


진영씨는 원론적인 말을 했다.


"그럼 내가 걔랑 사귀다 안좋게 끝나면 나는 좋은 동료를 잃게 되는 거잖아."


"응. 그게 아깝다는 거예요. 근데 좋은 연인이 될 수 있잖아요. 그런 걸 아까워해서 망설이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그건 알고 있어. 아무것도 안 이루어진다고 해도 좋은 동료는 남는 거잖아."


"복잡하네요. 그럼 주사님 이상형은 어떻게 돼요?"


"나는 남자를 볼 때 키를 많이 보거든. 내가 키가 큰 편이라서. 그것 말고는 그냥 깔끔하게만 보이면 괜찮아."


"깔끔하다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거예요?"


"그냥 자기 관리 잘하고 그런 거 말하는 거지."


당사자를 앞에 두고 A의 대답은 궁색해졌다.


"그러는 너는 이상형이 어떻게 되는데?"


"제가 요즘 귀멸의 칼날 극장판 애니를 재밌게 봤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진영씨의 눈빛이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너무 길게 얘기하지 말고 요점만 얘기해."


A는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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