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좋아 이팀장님

주제:자연

by 드래곤실버

해당글은 소설입니다.


오늘 저녁 이팀장은 용기를 냈다. 같은 팀 팀원들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요즘 MZ들은 본인의 시간을 뺐는 걸 싫어한다고 들었던 터라 이팀장은 조심스럽게 팀원들에게 접근했다.


“김주무관님 저희 저녁 식사나 한번 같이 하시죠.”


김주무관까지는 순조로웠지만 다른 팀원이 하필 오늘 일정이 있을 줄은 몰랐다. 졸지에 이팀장은 단둘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는 이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둘은 퇴근 후 회사 근처 김치찌개 집으로 향했다. 그곳은 근처 사는 아저씨들이 애용하는 곳이었다. 이팀장과 김주무관 둘 또한 어엿한 아저씨들이니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김치찌개 2인분을 주문하고. 밑반찬이 나왔다. 김치 어묵만찬 시금치 무생채 등등.


“김주무관님 술은 안 시켜도 되겠죠?”


“네.”


김주무관은 기어들아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저녁은 쉽지 않겠네. 하필이면 일정이.’


이팀장은 생각했다. 앞접시에 각자 김치찌개를 담고 숟가락을 뜨기 시작했다. 대화는 없고 TV소리만 들렸다.


-600m 야산에 지은 집이 자연인이 터전이라고...-


본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내레이션 소리를 듣고 이팀장은 TV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무관님은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좋아하시나요? 제 최애 TV 프로그램인데 요즘은 유튜브로만 보고 있네요. TV로 보는 건 굉장히 오래간만인 거 같습니다..


이팀장의 시선을 따라 김주무관도 TV를 보았다.

자연인처럼 사는 건 이팀장의 로망이었다. 이팀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까짓 것 때려치우고 산으로 들어가-’ 를 상상하곤 하는 터였다.


“저렇게 사는 게 어려울 거 없어 보이는 데 우선 산도 사야 하고. 처음 집은 컨테이너로 있어야 하고 물도 들게 하고 전기도 쓰고 하려면 몇천만 원은 그냥 깨집니다.”


이팀장은 몇 년 전 아내와 이혼 얘기 하면서 대판 싸우고 때 집을 뛰쳐나왔을 때 자연으로 사는 비용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계산을 해본 적이 있다. 계산 결과 그렇게 사는 건 어렵다고 결론이 나서 아내에게 먼저 사과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저렇게 사는 데 몇천만 원씩 들어요? 그럼 왜 저러고 사는 거죠. 돈 많이 들고 불편한데. 저런 데서 사는 건 좀.”


김주무관은 저런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자 이팀장이 빠르게 대답했다.


“그건 그렇게 살고 싶으니까 그런 거죠. 자연이 좋으니까 그런 거죠.”


“저는 저번 휴가 때 휴양림에 숙소를 써봤는데 너무 불편하고 힘들던데요. 와이파이도 안 되고 편의점 가고 싶어도 차 가지고 20분은 나가야 하고. 공기가 좋다는데 그런 것도 잘 모르겠고요.”


김주무관은 작년 강원도로 갔던 휴가를 떠올리며 말했다.


“주무관님 그런 게 좋은 거예요. 저는 로또 당첨되면 당장 때려치우고 아무도 안 찾는 산에 들어가서 연락도 다 끊고 혼자 지내고 싶습니다. 나무들 사이에서 시냇물소리 듣고.”


“그럼 지루하잖아요. 넷플릭스나 유튜브도 안 보고요? 저런 곳이면 배달도 안될 거 같은데요”


“배달은 필요한 생필품을 사서 준비를 해야 하는 거죠.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안 보면 또 안 보고 잘 살 수 있습니다. 저희 때는 그런 거 없이 잘 살았으니까요.”


이팀장은 김주무관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까지 열성적으로 말해본 건 처음이었다


“저는 벌레 많고 그런 게 싫어서. 불편하기만 하더라고요.”


“김주무관님은 계속 도시에서만 사신 거죠?”


“네. 시골에는 명절 때 내려가본 게 다예요.”


그럼 그럴 수도 있겠지. 이팀장은 스스로 납득을 시킨다.


“저도 주무관님처럼 젊었을 때는 산에 가는 걸 싫어했어요. 30대 넘어가면서 자연의 참맛을 알 되었달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이팀장은 자신의 젊은 시절, 청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럼 팀장님은 자연인이 되는 게 목표... 꿈이라는 건가요? “


김주무관이 말했다.


“꿈이라는 말 정말 오래간만에 듣는 것 같네요. 주무관님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고 지금 한 20년 뒤 은퇴할 때 되면 애들도 다 독립했을 거고 아내를 설득해서 자연인처럼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이팀장의 시선은 여전히 TV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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