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서 무슨 얘기를 해?

주제:호기심

by 드래곤실버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글입니다.


“소개팅에 나가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 건가.”


회사 근처 호프집 오늘 나는 동기 2명을 불렀다. 사연을 짧게 설명하면 내가 어쩌다가 알게 된 여성분과 인스타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만나게 되었고 그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서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하게 된 것이다.


내가 이야기를 꺼내자 둘은 나를 축하해 줬다. 나도 충분히 축하를 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축하의 시간이 지나고 조언과 충고의 시간이 되었다.


“용은아. 일단 첫 만남에 포켓몬 얘기는 하지 마.”


현직 여자인 동기의 말이라 더 무겁게 다가왔다.


“오케 오케. 나도 그 정도의 사회화는 이뤘어. 근데 포켓몬 팝업스토어나 행사 다녀온 것도 안 되는 건가? 그건 좋은 대화주제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상대분도 게임은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는 말을 흐렸고 동기 둘의 시선이 매섭게 나를 향했다. 아니 포켓몬 행사는 귀엽게 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는데.


“알겠어.”


나는 납득했다. 사회적 상식에 따르는 올바른 어른이 되고 어쩌고 나는 사회화가 된 인간. 도시라는 밀림을 사는 사회화된 동물 -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이곳은 황무지인 것 같지만 아무튼. 나는 사회적 규칙을 따르기로 한다.


“영화 얘기해. 영화. 아직도 데이트하면 영화라고. 요즘 흥행하는 영화나 감명 깊게 본 영화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된다고. 안 봤다고 하면 시간 나면 같이 보자고 하고. 약속을 또 잡을 수 있게 하는 거지.”


동기형이 말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로는 꽤나 믿음직스러운 모습이다.


“근데 너 제일 최근에 본 영화가 뭐야?”


동기가 말하고 둘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나는 솔직하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포켓몬 극장판 아르세우스가 나오는 극장판이었는데.”


“역시나.”


“그럴 거 같더라.”


둘의 싸늘한 반응에 나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영화를 본 건 아니고 그 영화를 봐야지 한정 포켓몬 시리얼 코드를 줘서 영화를 예매만 하고 카페에서 시간을 때웠어. 영화를--.”


동기가 손을 뻗으며 내 말을 끊었다.


“그건 더 최악이다. 처음 만난 남자랑 그런 얘기하는 건 쉽지 않다.”


동기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법원이라면 즉결심판을 받았을 정도의 반응이었다.


“그럼 넷플릭스 얘기해. 나는 솔로는 봐았았겠지?”

내 눈치를 살피며 동기형의 말끝이 느려졌다. 언제나 형의 기대치를 웃도는 나였다.


“너 안 봤지? 얘 넷플릭스 계정도 없을걸.”


동기가 말한 대로였다.


“넷플릭스는 볼 게 없어서 아예 안 보는데.”


“그럼 나는 솔로는 유튜브로 요약본 보고 가면 돼. 정수 영철 영호 일단 다 외우고.”


“그리고 그거 보면 저러지는 말아야겠다 행동들이 나오거든 그거 보고 좀 배워. 나는 저러면 안 되겠다 하는 사람들 투성이거든."


일단 나는 솔로를 본다. 19기 20기 뭐 이런 얘기를 하는데 나는 따라가지 못한 채 맥주를 마셨다.


“오케이. 나는 솔로 요약본을 본다.”


요점 정리를 하는 나였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영 못미더워 보이는 둘이었다.


“그리고 드라마도 인기 있는 거 하나 골라서 요약본 보고.”


동기형이 말했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그런데 나는 드라마 보나는 빅뱅이론 같은 미국 시트콤을 좋아하는데.


“너 또 이상한 미국 시트콤 얘기하면 안 돼.”


역시나 그렇게 되는구나. 나는 알겠다고 말했다. 적당한 드라마를 골라서 본다.


“MBTI 또 빼놓을 수 없지.”


동기가 말했다.


“그래. MBTI는 좋은 대화주제지.”


둘의 시선이 또 또 나를 향했다.


“그것도 공부해야겠네. MBTI를 안 믿는다고 하면 안 되겠지?”

“안 되지.”


단호한 반응이었다.


“굳이? MBTI로 얘기를 재밌게 할 수 있는데 만일 상대 여자분이 저는 ISTP라고 하면 오 그래요 저도 I인 데로 얘기를 시작해서 ISTP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던데. 이렇게 얘기가 쉽게 이어지잖아. 만일 상대 여자분이 MBTI가 뭐예요? 물어봤는데 네가 먼저 저는 MBTI를 안 믿어요.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분위기 완전 조지는 거야. 용은아.”


형의 논리에 완벽히 설득이 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 여자분이 더 재밌게 말할걸.”


동기가 말했다.


“MBTI는 정말 좋은 거구만.”


나는 완벽히 납득했다. 그러고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이것저것 얘기를 했는데 소개팅에 도움이 되는 얘기는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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