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단순하고 느리게
*해당글은 소설입니다.
"나 엄어어엄청나게 긴 일주일을 보냈어. 일주일 동안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그녀가 내차를 타면서 말했다. 이번 주에는 나도 바쁘고 그녀도 바빴던 터라서 주중에는 전화통화만 잠깐 했었다. 만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보는 건 오늘 금요일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다.
"인사이동하고 프로젝트가 동시에 있다더니 진짜 바빴나 보네."
"말도 마. 그것 말고도 새로 온 사람들이 이때다 하고 다들 말을 쏟아냈는데 맞다. 우리 팀은 목요일에는 티타임을 가지거든. 그 티타임 자기한테 얘기해 줬었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그거."'
그 티타임 얘기는 한두 번 들은 게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기에는 좋은 점은 없고 부작용만 가득한 팀원 모두가 싫어하는 데 하지 말자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억지로 하는 그런 티타임이었다.
"알고 있지. 자기 팀 전통이잖아. 다들 하기 싫어한다고 하는 거."
"그거 없어질 거 같아."
나는 코너를 도는 중이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적절한 리엑션을 요구하는 순간이었다.
"진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말도 마. 진짜 새로운 온 사람들이 있잖아-"
그녀의 이야기가 길게 길게 이어졌다. 회사에서 또 부조리한 일과 말다툼 비스무리한 것들이 있었나 보다.
"나는 이제 이런 종류의 갈등에 너무 지쳤어. 앞으로는 마음 편하게 먹고 단순하게 살래. 인스타도 덜하고 평온하게 마음먹고 마치- 그래 자기처럼."
그런 다짐 올여름 불꽃축제 가서 쓰러질 만큼 고생하고 나서도 했던 거 같은데.
"맞아. 단순하게 사는 거 좋아. 나는 그렇게 살잖아. 이제 식당까지 10분 정도 남았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오늘 저녁에 뭐 먹을지 오늘 어떤 카페 갈지 그런 거나 생각하며 사는 게 좋지."
"그래 자기의 그런 모습은 어떨 때 보면 존경스러워. 자기는 이번 주에 별일 없었어? 나는 바빴는데. 내 얘기만 하고 자기 얘기는 전혀 못 들었네."
그녀의 말에 나는 이번 주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별일이라. 맞다. 민섭이가 결혼한대."
"뭐? 결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누구랑 아니 그걸..... 지금 자기 고등학교 친구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김민섭 말하는 거 맞지? 어디 연예인 열애설 얘기하는 거 아니고? "
"응. 나랑 고3 때 같은 반이었던 민섭이."
"지금 평택에서 초등학교 선생님하고 있다고 했잖아? 나랑도 저번에 봤었잖아."
"응. 그랬었나. 아무튼 결혼한대."
"누구랑?"
"동료선생님하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만나서 프러포즈는 어떻게 했대 신혼집은 어떻게 하고 신혼여행은?"
"그건 안 물어봤는데. 청첩장 오면 알겠지."
나는 대화보다는 차가 우회전 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니. 친구면 - 지금 성인 돼서 만나는 친구면 그런 건 다 꼬치꼬치 캐물어야지. 그런 거 안 궁금해? 잠깐 자기 민섭 씨랑은 어떻게 만난 거야? 그쪽에서 결혼한다고 연락한 건 아닐 거잖아."
어째 대화가 청문회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아. 그거. 이번 주에 용은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에 조문 갔다가 만났어."
"뭐? 언제?"
"장례식장에는 어제저녁에 갔어. 여기 주차장은 언제나 널널하네."
나는 그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주차를 했다.
"잠깐. 그 용은이랑 친구는 처음 듣는데 그 사람도 자기 고향 친구인 거야?"
"응. 걔도 같은 고등학교 다녔지. 나랑 민섭이랑도 친하게 지냈어."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갔어?"
"너 바쁜데 괜히 부담 주는 거 같아서 혼자 가서 밤 샐려고 그랬지."
"잠깐잠깐 그럼, 어제 그럼 장례식장에서 밤을 샌 거야?"
"응. 회사에 얘기해서 아침에 좀 늦게 출근했어."
".그럼 안 피곤해?"
"그냥 남는 이불 깔고 자니까 평소보다도 더 잘 잤어. 요즘 장례식장은 10시 지나면 손님들이 안 오더라고. 잠을 더 많이 잤어. 꿀잠잤지."
"그 사람 아버지는 왜 돌아가신 거래?"
"평소에 지병이 있으셨대. 나도 듣긴 했는데 어떤 병인지는 기억이 안 나."
내 대답에 그녀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아니 이건 존경의 의미도 있는 한숨이야. 그래 자기 저녁 먹으면서 자세히 얘기하자."
어째 오늘 저녁은 말을 많이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