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깸청년

by 드래곤실버

밤 11시 50분.


자다 깸 청년


"크르르륵 흐읍."


침 흘리면서 자다가 깼다.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얼굴을 비볐다. 행정법 기본서 13페이지 옆에는 분홍색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다.


-코 고는 소리가 너무 커요. 주의 좀 해주세요.-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느끼며 아무도 없는 독서실 자유석에서 나는 일어났다. 내 교재는 또 축축하게 젖어있다. 슬픔의 눈물이 아닌 잠자다 흘린 침이다. 자다 혼미해진 정신 얼굴을 또 비빈다.


포스트잇은 꾸긴다. 나는 고개를 젖혔다. 천장이다. 나는 독서실을 2번 바꿨다.


-다른 학생들이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던데 좀 어린 학생들도 생각해 줘서....


나 같은 수험생보다 자영업 사장님이 훨씬 고생을 하시며 사는 거지. 그리고 나는 이렇게 계속 시험만 보다가 또 떨어지고 부모님 집에 얹혀살다가. 언젠가 공무원 시험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겠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밖으로 나갔다. 3층 열람실에서 1층으로 내려갔다. 골목길은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아직 시험 성적표를 부모님에게 보여드린 적이 없다.


“합격 못했어.”


이번 해에는 가채첨하고 그렇게 말했다. 두 분 다 아무 말이 없었다. 나 또한 할 말이 없었고 그냥 방안에 들어갔다. 그다음 날 그 다다음날에도 출근하듯이 동네 독서실을 향했다. 마음을 다 잡겠다며 동기부여 영상을 검색해 본다. 14급 공무원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 잡고 다시 던지고 계속 반복했다.


독서실도 옮기고 이것저것 바뀌어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12시


그런 생각을 하는 중 하루가 지나갔다. 오늘도 후회로 시작했다. 늘 이런 식이다. 다시 마음 잡고 공부를 해야지 생각하면서 동기부여를 해도 다시 딴짓을 하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 데 생각을 하면서도 행동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런 하루가 쌓이면서 합격을 할 수 있는지 나에게 확신이 들지 않는다.


1층 계단에 앉았다. 평소에도 한심하지만 오늘은 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포스트잇의 글은 학생이 써준 것 같았다. 이 나이 먹도로 나는 뭘 하는 건가. 고개를 숙이고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었다.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수험생활이 길어질수록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람도 없어지고 나를 찾는 사람도 내가 찾을 수 있는 사람도 점점 사라져 갔다. 이렇게 외딴섬이 되어서 사라지는 걸까. 나는 기지개를 켰다. 일단 들어가서 다시 공부하는 척이라도 해야겠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으니까. 그렇게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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