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갑안에 법인카드

by 드래곤실버

"아 큰일 났다."


"왜 뭔데?"


그가 자신의 지갑을 보여주었다.


"왜? 뭐 때문에?"


"기관카드 가지고 나왔어."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월요일 출근해서 갖다 놓으면 되잖아."


"크으 그래도 신경 쓰이잖아. 그리고 하필 210 카드를 가지고 나왔어."


"210? 그게 뭔데? 무슨 숫자야?"


"운영비 카드 이걸로는 사무용품이나 그런 것만 사야 해."


"그래? 그걸로 카페 긁으면 어떻게 되는데? 안 긁히는 거야?"


나는 가져온 트레이를 테이블 위에 두었다. 하나는 카라멜 라떼 하나는 아메리카노.


"긁혀. 그런데 내가 사적으로 썼으니까 카드 취소를 해야지. 그런데 210 카드가 카페나 식당에서 쓰인 걸 발견하게 되면 분명 문제가 생길 거야. 감사 담당이 와서 나한테 지금 이 카드 내역은 뭐냐고 다그치겠지."


"흐음. 그거 큰일이네. 우리 청렴결백한 공무원 인생에 오점이 남겠어."


나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삼켰다.


"그러면 아니에요 실수예요. 실수로 잘못 가지고 나와서 결제를 한 거예요. 곧바로 결제 취소를 했어요.라고 말을 하겠지."


"살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그런 거 가지고 뭐라고 그래? 곧바로 취소도 했잖아."


"그렇지만 높은 놈들은 실수를 이해 못 해. 아니 실수를 이용하려고 하지. 나 같은 피라미는 일벌백계해버릴 거야. 나는 알고 있는 지방의회 의원도 라인도 없고. 아는 국장님도 없고 높은 사람은 다 몰라."


"그래? 너희 과 사람들은 다들 널 좋아하는 것 같던데. 재밌어하고"


특히 이 압도적인 망상력과 헛소리를.


"나는 벌벌 떨고 있고 감사관은 책상을 치면서 아니 그런 건 말도 안 돼. 제대로 대답해 기관카드로 도대체 뭘 한 거야.라고 윽박지르면 심약한 나는 있는 죄 없는 죄 다 불겠지."


"너도 죄라는 게 있어?"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말했다.


"탕비실 과자 한 움큼 가지고 집에 간적하고 믹스커피 5봉 가지고 퇴근한 적 있어."


어마무시한 악행이었다. 어디 교무실에서 사탕 가지고 나가는 중학생도 아니고.


"왜 화장실에서 휴지 4칸 썼다고 하지."


나는 비아냥을 참지 못했다.


"아니면 전체적인 걸 잡을지도 몰라. 출장이 결재되기 전에 나간걸 CCTV를 뒤져서 확인하고 나한테 들이밀겠지. 그러면서 이렇게 말할걸. 이럴 줄 알았어. 역시 너는 뒤가 구린 놈이야. 그러니까 기관카드를 훔쳤지."


"아니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에 그렇게 강압적으로 그래. 그리고 훔친 거 아니잖아."


"원래 공무원은 좀 그래.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아."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렇지만 네 말이 맞아. 그들은 나를 구속할 수 없어. 영장이 없기 때문이지."


"카드 실수로 가져왔다고 영장얘기까지 나오는 거야?"


"어쩌면 중요한 정치 이슈를 덮기 위해서 내가 희생양이 된 걸지도 몰라."


"너는 그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닐 텐데. 뭐 그것도 그렇다 치고.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치고."


"취조실을 빠져나온 나는 살길을 모색하겠지. 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살아남아야 해."


그가 낮은 목소리로 작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의 카라멜라떼는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그러면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 거야. 전국에 이게 말이되냐! 라고 활동을 하는 거지."


"기관카드 잘못 가져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구나."


"엄청나게 큰 기자회견을 할 거야. 나는 기관카드를 잘못 가지고 나왔을 뿐인데. 이런 고난을 당하고 있다고. 우리들의 눈물을 보라고. 외치는 거지."


"으음. 그럼 오늘 사무실 가서 그 카드 넣어두고 오면 안 돼?"


내 말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돼. 휴일에 사무실에 가느니 나는 도망자 반사회적인 인물이 되겠어."


"그럼 아까 그 이상한 얘기나 끝내줘 그다음은 어떻게 돼?"


"그러고 나서는 당연히 망명이지. 제3세계로 가는 거야 광장 소설처럼 중립국으로 가는 거지."


나는 쳇지피티로 어느곳이 중립국인지 검색해 봤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괜찮네. 나도 같이 따라가 그럼. 근데 스위스에서 받아준데?"


"안 받아주려나?"


"애초에. 망명 간 것부터 이상한 얘기잖아. 그깟 카드가 뭐라고. 뭐하다 이런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우린 이렇게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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