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밥심이라는 게 있구나

by 드래곤실버

개인적인 이야기 입니다.


나는 내가 충분히 서구화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삼시세끼 밥없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건 초등학교 3학년 때 로마에 가족여행을 가서


바티칸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었을 때 아빠 , 엄마는 난색을 표했지만


나는 맛있게 먹었던 때 부터 였다.


양고기 , 고수 , 희여멀건한 파스타 등등 나는 어디 다른나라에서 살아본 적도 없지만


입맛 만큼은 코스모폴리탄 세계제국의 외교관이라도 되는듯 구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아침은 시리얼이나, 브런치 같은 거나 닭가슴살 샐러드. 그런 좀 새련되어 보이는 것들


찌개니 국같은 건 촌스럽기도 하고 국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밥을 꼭먹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우리나라 빵집의 빵은 너무 달아서 식사로 먹기에는 좀 부적합해서 그렇지


빵으로만 먹고 살라고 하면 오히려 더 잘살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달에는 점심을 안먹었다. 먹기 싫었던 것도 있고 점심시간에 그냥 엎어져 자고 싶었다.


잔뜩 살찐 상태라 살을 빼고 싶었고 점심은 굶고 저녁은 칼로리바하고 삶은 계란을 먹었다.


월,화,수 그렇게 보냈는데 문제는 목요일날 생겼다.


허하고 우울하고 요즘 뻑하면 우울하긴 하지만 물리적으로 우울하다고나 할까.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마음도 허하고 몸도 허한 그런 기분. 그러고보니 이 '허하다.'라는


어휘가 나도 나이가 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여튼


따뜻한 밥이 주는 포만감이라는게 영향뿐만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어째 한국인으로서 의 정체성이 더 확실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냥 식사메뉴 이야기인데 좀 이야기가 커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뭐라도 얻었으니 다행이네. 생각했다. 그렇게 점심은 꼭 먹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밥심이라는 게 나한테도 있구나.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겠지만 다음주에 또 문제가 생겼다.


점심에 급식으로 설렁탕이 나오고 맛있게 먹을 때 까지는 좋았는데 먹고 나리 머리가 지끈거렸다.


잘 먹고 왜 이러는 건지 머리가 지끈지끈 어렸을 때 읽었던 해리포터의 이마의 번개 흉터를 떠올리며 아파했다. 그리고 결국 조퇴, 어째 요즘은 뭐만 하면 개복치가 된다. 머리가 아파서 우울해서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안좋은 모양이다.


이럴수록 밥심을 찾는 걸 보면 다시 생각하지만 역시 나도 한국인이다.


밥도 천천히 잘먹어야 겠다고 혼자 다짐을 한다.


예전 같으면 설렁탕과 쌀밥이 패전의 주범이 되어


'에잇 점심 안먹어.' 라고 하겠지만 이젠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위기상황이 되어서 야 햄버거보다는 흰밥에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찾게 되는 나.


밥은 먹어야지. 그래 밥은 먹어야지 하얀 쌀밥과 국물. 반찬.


그러고 주말에 뷔페에 가서는 밥은 거들떠도 안보고 스파게티와 피자를 담았다는 건 좀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아무튼 나는 요즘 밥심으로 사는 듯.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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