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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오피스에서 일해보기로 함

나도 이제 스마트한 노마드워커?


  회사 사람들과의 점심 약속이 줄어들면서, 점점 혼자 점심을 먹는 날이 많아졌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점심시간에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주로 회사 근처 카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시간을 죽였는데, 점심의 도심 카페는 너무나 너무나 시끄러워서 도저히 평온한 시간을 즐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사무실에 앉아있자니 조용하긴 하지만 왠지 쉬는 것 같지 않아 열받고. 식당이든 카페든 시끄럽고 사람 우글우글대는 곳에서 버티거나 사무실에서 덩그러니 앉아있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했다.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안을 찾고 싶었다. 어쨌든 거의 매일 생기는 한 시간의 여유시간을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괜찮은 카페가 있는지 먼저 네이버지도를 켜놓고 샅샅이 서치했다. 카페야 하늘의 별처럼 많았지만 모두 점심시간에는 북새통이 되는 곳뿐이었다. 카페는 포기. 그다음으로 고려했던 곳은 원격면접용 인터뷰실 대여였다. 이곳은 시간당 대여금액이 만원 정도였으며 어쨌든 '조용한 혼자만의 공간'을 제공해 주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터뷰실이 음료조차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여기도 탈락. 주변의 공유오피스를 서치하기 시작했다. 사무공간이 많은 지역답게 공유오피스 여러 개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그중 한 군데가 내 생활패턴과 아주 딱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나는 반 충동적으로 회사 근처의 공유오피스 체험권을 신청했다. 


사진: UnsplashAlesia Kazantceva



  포토샵 강의를 들으러 '공유오피스'라는 곳에 몇 번 가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라 여겼다. 공공기관 다니는 사람이 공유오피스에서 일할 일은 없을 테니까. 공유오피스 근무는커녕 재택근무도 싹 사라졌는데 뭐. 그래서 회사 근처 공유오피스로 향하는 나는 어쩐지 쭈뼛거렸던 것 같다. 들어가 보니 파티션으로 잘 분리된 개인 업무공간들이 펼쳐져 있었고, 에어컨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으며, 공간 안에는 듣기 좋은 음악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공간 한쪽에는 커피머신과 정수기, 약간의 다과도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작게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제외하고는 굉장히 조용했다! 어딜 가도 소리소리 질러대는 직장인들이 그득한 점심시간,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점심시간 아무도 모르게(?) 공유오피스로 한 시간 출근(?)하는 사람이 되었다. 


  공유오피스에서의 한 시간 동안 별다른 일을 하지는 않는다. 보통은 책을 들고 가서 읽거나, 아이패드를 들고 가서 게임을 한다. 그마저 지루해지면 의자에 기대어 잠을 청한다. 시원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잠자기에 딱 좋다. 희한하게도 점심시간 10~20분 짧은 낮잠을 자면 오후 업무를 할 때 한결 몸이 편안하다. 잠을 자지 않더라도 점심시간 동안 게임을 하거나 핸드폰으로 원하는 유튜브 영상을 실컷 보고 나면 일할 의지가 (아주 약간이지만) 잘 차오른다. 단점이라곤 약간의 비용밖에 없는데, 솔직히 이 정도 비용은 아주 감당할 만하다. 아주 가끔은 노트북을 들고 가서 소설을 쓰거나 브런치 글을 작성한다. 어찌나 술술 써지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일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을 연구한 사람들이 공간을 구성하는 건가 궁금해질 지경이다.




  글쓰기만 하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회사에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삶. 보통은 그런 삶을 상상할 때 집에서 일하는 내 모습을 그렸다. 같이 사는 고양이를 언제든 쓰다듬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는 내 모습! 하지만 솔직히 일의 효율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해봐서 안다. 바로 옆에 쓰러져 누울 수 있는 침대와 언제든 틀 수 있는 TV가 있는 환경은 일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그래서 과연 혼자 일하게 되면 집에서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왠지 서둘러서) 했었다. 


  공유오피스에서 점심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이런 내 고민에 대한 답을 미리 내려 주었다. 사람들이 돈을 써가면서 공유오피스에 굳이 와서 일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일하기 적당한 온도와 음악, 준비된 커피, 편안하지만 누울 수는 없는 구조의 책상과 의자.. 그 모든 것들이 일을(그게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언젠가 혼자 일하게 되는 그날이 온다면 아마 나는 공유오피스의 단골 고객이 될 것 같다. 이 또한 경험해 봤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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