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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는 두바이초콜릿을 나도 먹어보기로 함

비록 그 결과가 별로일지라도


  어느 날인가부터 내 유튜브 알고리즘을 점령해 버린 것이 있었다. 이름하야 '두.바.이.초.콜.릿'. 처음에는 내가 두바이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추천하는 건가? 싶었고 다음으로는 ASMR 많이 보는 내 시청기록 때문인가? 싶었다. 하지만 다 아니었다. 그냥 두바이초콜릿 자체가 대인기인 것이었다! 일명 '두바이초콜릿'이라 불리는 픽스 사의 초콜릿은 얇은 초콜릿 틀 안에 피스타치오 잼(스프레드)과 섞은 카다이프를 넣어 만든 디저트를 가리킨다. 두바이 현지에서도 구하기 위해서는 티켓팅과 흡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하는데, 한국에는 아직 정식 수입이 되지 않고 있다(가을쯤 들어온다는 카더라를 들음). 그럼 지금 유튜브에 넘쳐나는 '두바이초콜릿 먹방'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진짜 두바이초콜릿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참지 못한 한국인들이 '두바이초콜릿'의 재료들을 구입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베이킹+초콜릿 관련 소상공인들이 '두바이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두바이초콜릿 강국(?)이 되고 말았다. 




  두바이초콜릿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 원래 내 성격이 어떻게 하면은 줄 서는 식당은 애초부터 안 가는 주의의 사람이었다. 줄 서서 기다렸다 먹는 거? 귀찮아. 약과를 일자 시간 맞춰서 티켓팅하듯이 사서 먹어? 귀찮아. 늘 귀차니즘이 호기심을 이겼다. 유명한 먹거리는 그 유명세가 다 지나가고 모두가 사 먹을 수 있을 때가 되어서야 한두 번 먹어보는 식으로 살아왔다. 이번 두바이초콜릿도 그렇게 유튜브에서 몇 번 보고 지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나도 도전해 봐? 남들 다 먹을 때 한 번 먹어봐? 그렇게 나는 네이버쇼핑에서 '두바이초콜릿'을 검색했고, 제일 상단에 나온 가게에서 무려 '초콜릿 예약구매'라는 것을 시도했다. 


  6월 중순에 주문했는데 7월 초에 받았으니 초콜릿 한 번 먹기 되게 어려웠다. 초콜릿 바 하나인데 가격은 무려 2만 원대. 평소의 나라면 정말 정말 절대절대 사지 않았을 구성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다. 남들 다 하는 거 하면서, 요즘 유행이라는 거 줄 서서라도 한 번 먹어보면서. 그 충동이 나를 결제하고 배송을 애타게 기다리게 했다. 


사진: UnsplashTetiana Bykovets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려 드디어 받은 두바이초콜릿! 아이스박스에 드라이아이스를 꽉꽉 채워서 소중히 배송되었다. 같이 온 먹는 방법에 따라 상온에서 천천히 녹게 해서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벗겼다. 매우 두꺼운 초콜릿 바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카메라까지 세팅해 놓고 두바이초콜릿을 힘주어 갈랐다. 오오! 연두색의 부드러운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로 한 입! 상상했던 대로 카다이프가 바삭바삭 씹혀서 흡사 ASMR 유튜브에 나오는 것 같은 소리가 내 입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래서 성공! 이냐 하면.... 사실은... 놀랍게도(아니, 안 놀라운 일인가?) 맛은 그저 그랬다. 사실 처음부터 예상해 봤을 때 내가 좋아할 만한 조합은 아니었다. 애초에 나는 느끼한 것이나 견과류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데, 두바이초콜릿의 메인을 이루는 것이 피스타치오 잼인 것을 생각해 보면... 음.. 그렇다. 카다이프 덕에 바삭바삭 씹는 식감은 마음에 들었지만, 피스타치오 특유의 느끼한 맛이 초콜릿의 단맛과 어우러지며 나로서는 썩 맛있다고 말하기는 힘든 맛이 났다. 본래의 픽스 초콜릿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내가 사 먹은 두바이초콜릿은 결과적으로는 한입 먹고 냉장고로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제법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맛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었는데, 막상 초콜릿이 오고 먹었을 때 실망스러웠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좀 웃기고 신났다(!). 요즘 유행한다는 먹을거리에 남들보다 (아주 쪼금) 일찍 도전해 보고 그 후기를 주변에 공유하는 것도 즐거웠다. 이런 걸 경험소비라고 하나? 여하간 평소 안 하던 짓을 해서 유행템 먹방에 도전해 봤더니 2만 얼마에 재미있는 경험을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뭐든 해봐야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다. 나는 그간 해보지 않고 가능성을 재 가면서 한참을 고민하는 성격의 사람이었다. 두바이초콜릿으로 치자면 '두바이초콜릿은 맛있을까? 2만 원이 넘는 비싼 돈을 내야 하는데 샀다가 맛없으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오히려 맛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 아 너무 고민된다'만 하다가 결국 유행이 다 지나가고 두바이초콜릿이 품절될 때까지 못 먹어보고 지나가는 게 나였다. 이번에 두바이초콜릿을 화끈하게 구매해 보고 멋있게 실패하면서 오히려 즐거웠던 경험은 나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확신한다. 이제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 있으면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질러보려 한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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