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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담을 받아보기로 함

그러니까 한 달에 얼마 저금해야 집을 산다고요?


  옛날옛날에 개미와 베짱이가 살았답니다. 개미는 봄여름가을 내내 열심히 일했고 베짱이는 팽팽 놀기만 했죠. 추운 겨울이 다가오자, 개미는 봄여름가을 동안 모아둔 식량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놀기만 했던 베짱이는 버틸 수가 없었답니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늘 생각한다. 나는 그중 어느 쪽에 속할 것인가? 내 생각에 나는 개미다. 개미처럼 성실히 재산을 모아두었냐고? 아니다. 베짱이처럼 맘 편히 놀지도 못하면서 어라? 하고 돌아보니 모아둔 식량조차 없는, 이상한 개미인 것 같다. 1n년이나 일했지만, 그간 제대로 된 재테크란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안다, 이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 그냥 회사에 다녔고 월급을 받았고 쓰고 싶은 데 돈을 썼고 남는 돈은 저축했다. 재무관리라는 것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간중간 주변 친구들이 엄청난 이율의 적금이 나왔대!라고 알려주면 엉겁결에 같이 신청한 적은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결국 나는 같은 조건(연봉?)의 다른 사람 대비 턱없이 부족한 저축액만 가진 사람이 되었다. 그것도 보통예금 통장에만.


  이렇게 살다간 정말 미래가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갑자기 커졌던 날이 있었다. 재능매치플랫폼 숨ㅇ에서 재무관리 전문가를 찾아보았다. ㅇㅇ투자증권 같은 곳에 다니는 분들이 부업으로(또는 고객영업을 위해) 재무관리를 몇 만 원 정도 받고 해주고 있었다. 그중 마음에 드는 사람을 두 명 골라 견적서를 요청했고,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두 차례의 '재무상담'이 이루어졌다.


사진: UnsplashMathieu Stern



  재무상담의 주요 내용은 이랬다. 먼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을 파악하고, 내가 한 달에 얼마나 쓰는지 카테고리별 지출내역도 분석한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궁금증에 대한 답(언제 집을 어떻게 사는 게 적절할지? 등)이나 노후 대책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 먼저 재무상담을 계기로 월 지출을 카테고리별로 자세히 나눠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이게 꽤 도움이 되었다. 나는 내가 게임에 돈을 그렇게 많이 쓰고 있는 줄 전혀 몰랐다. 만 원, 이만 원씩 습관적으로 지출해오고 있었는데(귀여운 캐주얼 게임에), 그게 모이니 한 달에 꽤 큰 금액이 되어 있더라. 그 밖에도 취미활동에 참 많은 돈을(...) 쓰고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주 뼈아픈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궁금한 부분에 대한 답도 대부분 얻었다. 만약 전세를 가거나 집을 사게 되면 대출을 어떻게 받는 것이 좋을지, 전세와 월세 중 뭐가 더 나은지 등등 내가 꽤나 궁금했지만 전혀 계산하지 못했던 내용에 대해 상담해 주시는 분이 친절히 계산해 주셨다. 심지어 재산증식을 위한 아파트 갭투자, 채권 투자 등등을 추천까지 해주셨다. 


  그래서 재무상담을 받고 난 후 내 인생이 바뀌었냐 하면은.. 잘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이 재무상담사들과 의견을 일치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정년까지 지금 회사에 다닌다는 그 전제! 상담사들 모두 내가 공공기관에 다닌다는 것을 듣고는 그러면 정년까지 다니면 이 정도 버실 수 있으니까 매달 얼마씩 노후대비 저축을 어떤 방식으로 하시고... 하면서 내 노후를 위한 저축계획을 세워주셨는데, 나는 머릿속으로 당장 내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글이나 쓰면서 일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나에게 내일모레도 아닌 20년 후를 계획하는 게 가당키나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아직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거 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네가 아직 경제관념이 없어서 그렇다는 조언을 할 사람들이 벌써부터 이 글을 보고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도 안다. 인생은 길고 100세 시대에(120세 시대라고도 하더라) 노후를 대비해 지금부터 저축과 재산증식을 착실히 해두어야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돈이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불행한 건 거의 확실한 한국 사회에서 멀쩡하게 평범하게 살아가려면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만.. 오로지 '돈'만을 목적으로 인생계획을 설계하는 것이 정말 '올바른' 일일까? 너도, 나도 다 그래야 하는 일일까? 여전히 나는 나이브하다. 돈 말고 더 재미있고 의미 있어 보이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 보인다. 


  어쨌든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돈 관념을 좀 익혀두고 이율이 조금이라도 높은 통장에 여분의 돈을 넣어두는 등 기본적인 관리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재테크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는 돈이 돈을 버는 걸 보면서 즐겁고 재미있어하는 종류의 사람은 아닌 것 같다(그런 사람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부럽다). 재무상담을 앞으로 계속 받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로또나 되었으면 좋겠다(사지도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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