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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Aug 14. 2024

플라워 클래스를 수강해 보기로 함

의외로 나 꽤 잘할지도?


  이전에 스테인드글라스 수업 관련 글에서 썼듯이, 나는 센스나 미감이 참 없는 편이다. 색 조합 같은 것도 잘 못 하고. 내 모든 디자인적 능력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강제주입한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꽃을 참 좋아하지만 플라워 클래스를 들어볼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다. 꽃들의 길이를 요령껏 맞춰 잘라서 센스 있게 조합해 잘 어울리는 한 덩어리로 만드는 일? 생각만 해도 못할 것 같았다. 


  그랬던 내가 꽃 관련 플랫폼인 꾸까(KUKKA)에서 여는 4주짜리 플라워클래스를 수강하게 된 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순전히 이 브런치 연재 때문이었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수업이 개설되었다는 점도 매력적이긴 했지만, 그보다 '그냥 해보기로 함' 브런치북의 소재가 슬슬 떨어져 가고 있는 것이 더 큰 동기가 되었다. '요즘 새롭게 도전해 본 것도 없는데, 꽃이라도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충동적으로 수업을 신청했다. 일요일 12시 클래스였다. 신청은 호기롭게 했지만 클래스가 열리는 첫날 아침, 정말 가기 싫었다. 일단은 시간이 일러서(그렇다, 일요일 12시는 나에게 이른 시간이었다) 피곤하기도 했고, 가서 잘할 자신이 없어서 괜히 시작도 전부터 약간 심술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억지로 꾸역꾸역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섰다. 




  클래스가 열리는 곳은 평일에는 식당으로 쓰이는 공간이라 매우 넓었고 꽃들이 가득해 아름다웠다. 나까지 포함해 총 네 명의 수강생과 선생님이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수강생이 많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먼저 선생님이 준비된 화병에 커다란 수국을 꽂고, 수국의 사이사이에 장미를 비롯한 여러 다른 꽃들을 꽂아 넣는 방식의 꽃꽂이(뭔가 다른 명칭이 있었는데 다 잊어버림)를 알려주셨다. 이어서 선생님의 예시를 보면서 자유롭게 자기 앞에 놓인 꽃들을 화병에 꽂아보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어라? 지금 생각해도 정말 신비로웠던 것이, 꽃꽂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가 않았다! 하기 전에는 아무리 선생님의 예시가 있어도 엄청 헤맬 줄 알았다. 처음에 꽂는 수국의 높이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첫 장미는 어디에 배치해야 예쁠지, 그다음 장미는 어떻게 배치해야 이전 장미와 어울릴지.. 이런 걸 하나도 알지 못해 쩔쩔매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스스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나, 꽃꽂이를 곧잘 했다. 선생님의 예시를 흘끔흘끔 들여다보며 비슷한 꽃들을 척척 골라내 싹둑 끝부분을 사선으로 자르고 원하는 위치에 꽂아 넣기. 잎들은 물에 닿으면 상할 수 있으니 꽂기 전에 제거하기. 같은 꽃들은 서로 높이를 약간 다르게 해서 꽂기. 몇 가지 배운 원칙들을 지켜가며 망설임 없이 꽃꽂이를 해나갔고, 결과적으로는 선생님의 칭찬을 들으며 제일 먼저 화병 꽃꽂이를 완성했다. 완성본은 예쁘게 사진 찍어서 보관했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꽃다발. 지금은 집에서 잘 보관 중이다.


  아직 4주차 중 첫 시간만 들어놓고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플라워 클래스는 몹시도 즐거웠다! 일단 싱싱한 꽃들을 보는 것 자체가 내 상상보다 훨씬 행복하고 즐거웠으며, 꽃들을 만지는 것 자체도 힐링되었다. 그리고 꽃을 골라 원하는 곳에 배치하고 조정해 하나의 다발로 만드는 것에 내가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사실 스테인드글라스를 배울 때는 과정 하나하나 꼼꼼히 정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 꽤나 어렵다고 느꼈었는데, 오히려 꽃은 잘못 꽂았다 싶으면 다시 빼서 조정하면 되니 긴장이 덜 되었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작업하니 작업 과정 전반도 즐거웠을 뿐 아니라 완성본을 볼 때도 뿌듯했다. 


  이번 플라워 클래스를 들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해보기 전까지는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다른 원데이클래스들을 들었던 기억만 되새기면서 플라워 클래스도 막연히 나와 잘 맞지 않고 스트레스받을 것이라고 지레 겁먹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막상 해보니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었는데 말이지! 심지어 칭찬도 받고 말이야. 이 기분과 감정을 잊지 말고 다른 새로운 일을 도전할 때도 잘 적용해 봐야겠다. 모든 일은 해보기 전까지는 나와 잘 맞을지 아닐지 알 수 없다.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은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또 새로운 일 할 거 없나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어느새 새로운 일은 나에게 두려움이 아닌 두근거림으로 바뀌어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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