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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Aug 23. 2022

공공기관의 오아시스이자 함정, open.go.kr

보고서 작성이 막막할 때는 역시 정보공개포털


  일을 하다 보면, 갑자기 위에서 떨어져 내려오는(정말 말 그대로 위에서 떨어져내려서 얻어맞는 기분이 드는) 일들이 있다. '이렇게 갑자기? 아무 디테일한 지시도 없이?' 이런 일들은 대부분 굉장히 막연한 데다 데드라인은 빠듯하다. '위에서 이런 거 해보면 어떨까 하시는데 한 번 검토해서 다음주 월요일에 보고할 수 있게 준비해줘'와 같은 식이다. 사전조사된 자료도 없고, 전년도 수행실적도 없다. 망망대해에 떨어진 기분이 들 때 사기업에 다니면 어디부터 작업(?)을 시작할지 모르겠으나, 공공기관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들어가 보면 좋은 사이트가 있다. 바로 '정보공개포털(open.go.kr)'이다.


  목 마른 공공기관 실무자에게 open.go.kr은 오아시스와 같다. '정보공개포털'은 정보공개법의 시행으로 인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자기 기관에서 생산하는 문서들을 국민 대상으로 공개하는 플랫폼이다. 기안문 등 대부분의 문서(비공개할 사유가 있지 않은 문서)가 이 플랫폼을 통해 국민 대상으로 오픈된다. 회원가입 등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누구든지 검색을 통해 궁금한 키워드 관련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의 문서와 첨부파일을 열람·다운로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자기 기관장님이 사내 직원 교육을 지금 방식 말고 새로운 방식으로 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해 보자. 전년 자료를 기반으로 문제점을 일부 개선해 올해 계획을 세워 운영해 왔던 직원은 갑자기 '직원 교육 개선 계획'을 작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교육의 문제는 뭔지, 그래서 어떤 교육을 새로 추진해야 하는 건지, 아무 힌트도 없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궁금해지는 것은 '다른 기관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이다. 이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비슷한 규모/성격의 기관 몇 개를 골라 전화번호를 찾아 일일이 담당자에게 전화해보기, 그리고 open.go.kr에 접속하기이다. '담당자에게 일일이 전화하기'가 일견 바보같아 보이고 무식한 방법 같아 보이긴 하지만, 사실 이보다 더 실제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방법을 완전히 비추천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간이 매우매우매우 오래 걸리므로, 전화라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 전에 사전 조사 차원에서 '정보공개포털'에 들어가보기를 권한다. 



  open.go.kr에 접속하면, 검색창이 하나 보인다. 여기에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검색어를 입력해 다른 기관이 어떤 문서를 만들었는지 확인해본다. '교육', '직원 교육', '교육 계획', '연간 교육', '교육 개선' 등등.. 각 기관마다 쓰는 단어가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검색어를 계속 바꿔 가며 입력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검색 결과에 나오는 문서 중 의미 있어 보이는 것들(기본계획이나 시행계획 등)을 클릭해 보고, 내가 문서 작성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양식이나 내용이 있을 경우 파일을 다운받아 둔다(대부분의 파일은 pdf 또는 hwpx 형식이다). 


  검색을 하다 보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실무자가 참 많구나 싶은 생각에 한편 안심이 되기도 하고, 실제로 작성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도 많이 건질 수 있다. 결국 공공기관의 실무자들이 하는 고민은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참고할 수 있는 다른 기관의 사례가 필요할 때, 정보공개포털만큼 좋은 참고 사이트도 없을 것이다.




  이쯤 되면 '대체 왜 함정이라는 것일까?'란 생각이 들 것이다. 내가 '정보공개포털'을 공공기관 근무자에게 '오아시스이기도 하지만 함정이기도 하다'라고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옮겨 쓰다가 다른 사람이 한 실수를 그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정보공개포털에 있는 수많은 문서들은 수많은 예시일 뿐이지, 정답이 아니다.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무심코 그대로 따라 쓰다가는 그 예시에 들어있는 실수까지도 그대로 쓸 수 있으니 늘 조심해야 한다.

  두 번째는 결국 '정보공개포털'은 내가 다른 사람의 문서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내가 쓴 문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는 문서를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전국민에 공개해야 한다. 결국 누군가는 내 문서를 보고 따라 쓸 수도 있다(ㅎㅎ). 그 점을 명심하기만 한다면, open.go.kr은 오아시스로서만 기능하고 함정은 잘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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