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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Jun 14. 2022

공공기관에서 커리어가 뭐죠?
먹는 건가요?

공공기관의 순환보직과 인사이동은 커리어 쌓는 걸 용서하지 않아



공공기관과 순환근무


  공공기관에 다니는 것이 사기업 다니는 것과 무엇이 가장 다르냐? 라고 물으면 나는 '공공기관은 순환근무를 한다'라고 답할 것이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사무직은 마치 공무원처럼 순환근무라는 것을 한다. 순환근무는 한 부서에서 2~3년(기관에 따라 3~4년) 정도 근무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것이 기본인 인사 시스템이다. 순환근무의 목적은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라는 말도 있고 공직자는 한 업무만 오래 할 경우 일부 하청업체와 유착이 생길 수 있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말도 있는데, 진짜 목적이 뭔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법령 어딘가에 나와있을지도 모르지만 귀찮아서 안 찾아봤다). 

  어쨌든 중요한 건, 공공기관에 다니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몇 년에 한 번씩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근무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공무원/공공기관 근무자들은 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무능력을 가진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아닌 여러 방면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기 마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제너럴리스트(gneralist) X 공공기관 = 커리어 쌓기 불가


  여기에서 문제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제너럴리스트와 공공기관에서의 '순환근무'는 약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제너럴리스트는 이런 식이다. '개발자로서만 쭉 근무한 건 아니고 중간에 기획도 해봤으니 다방면의 경험이 있지' 또는 '퍼포먼스 마케팅 업무와 행사기획 업무를 모두 해봤으니 한 분야를 깊게 파진 않았지만 마케팅의 전반적 흐름을 알고 기획하기엔 더 적합하지' 

  과연 공공기관에서의 '순환근무'도 이런 식의 제너럴리스트를 생산하는가? 내 생각은 아니올시다다. 공공기관에서 순환근무를 경험한 제너럴리스트의 커리어(???)는 대략 이런 식이다. 신입으로 총무팀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3년 뒤에 홍보팀으로 이동, 이제 보도자료 좀 쓸 수 있게 되었다 싶으니 갑자기 사업팀으로 이동해서 사업기획 및 관리 업무 맡게 됨, 이제 1~2년 사업 돌려서 좀 알겠다 싶으니 갑자기 예산팀 가서 전사의 예산운용 중장기 보고서를 써야 함..... 


  공공기관에서 제너널리스트가 된다는 것은 좋게 보면 다양한 업무를 맛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아닌 곳에서 일할 경우 개인이 기존에 일하던 직무와 다른 직무를 선택하더라도 그 안에서 연계성을 찾고 만들며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반면, 공공기관에서 순환근무를 한다는 것은 인사팀의 지시에 따라 연계성을 찾을래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이런저런 부서로 떠돌며 외부에 내놓을 만한 커리어를 도저히 쌓을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나쁘게 말하면, 별 생각 없이 인사팀이 보내는대로 가서 일하면 결국 10년을 넘게 일해도 그 무엇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버둥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제일 첫 번째로 고민할 부분은 내가 커리어를 원하는대로 쌓으면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사람인지, 아니면 커리어엔 크게 관심 없고 시키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전자의 사람인 경우 가급적 공공기관에 입사하지 않기를 바란다(정말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며 한 분야를 깊게 파고, 커리어다운 커리어를 만들어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공공기관에 들어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계된 업무를 유지하며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끊임없는 인사팀과의 투쟁을 추천한다(...) 지난한 싸움이고 사실 인사팀에서(또는 윗선에서) 이기려고만 하면 개인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공공기관이지만 그나마 내가 처음 했던 업무와 연관된 업무를 하기 위해 인사팀에 가서 어필하기도 하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며 버텼다(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는 공공기관에서 자격증은 꽤 잘 먹히는 무기이다). 또 내 직무 관련 유/무료 교육을 수료하고 회사에 그 사실을 알리며 내가 직무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런 나도 언제 갑자기 제3의 부서로 이동할지 모르는 스릴 넘치는 공공기관 생활이지만.. 그래도 나 말고도 누군가는 공공기관에서 커리어를 제대로 쌓고 싶은 사람이 있겠지, 라는 생각이다. 오늘도 그 사람에게 화이팅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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