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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호수 Apr 13. 2024

부장님 신은 있습니까?

야간근무를 하다가 순찰을 돌다 보면 수용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다양한 모습들 중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은 의외로 수용자들 중에 종교에 열심인 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오늘 내가 본 한 수용자는 모두가 자고 있는 거실 안에서 희미한 취침등에 의지하여 성경필사를 하고 있었다. 그 수용자는 성경을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쓰면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듯하였다.


어떤 수용자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108배를 하고 있다. 졸리지도 않을까. 새벽부터 저런 힘은 어디서 나올까 신기하기도 하다. 이게 바로 종교의 힘인가 싶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종교가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계기를 마련해 주고 절대적인 믿음 그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 것 같다.

 

교도소만큼이나 인간의 죄에 대해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게 하는 장소는 드문 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크든 작든 죄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존재이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죽고 나서 내 죄로 인해 어떤 심판을 받게 될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교도소는 죄로 인해 법의 심판을 받은 사람만이 올 수 있는 곳이므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죄 심판에 한하여는 유경험자다. 사후세계에서 인간이 신에게 심판을 받듯이 수용자들은 이미 판사에게 반성문을 수백 장 쓰며 선처를 빌기도 하고 법정에서 눈물로 죄를 뉘우치며 진심 어린 반성도 해보았다. 하지만 결국엔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치기 위해 이곳. 교도소에 왔다.


여러 종교의 교리는 다르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은 죽고 나서 자신이 행한 대로 죄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 는 비록 형법상의 죄를 저지르진 않았지만 이 생을 마감했을 때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록 나는 지금 교도관 제복을 입고 죄인들을 관리하고 있지만 수용자들이 종교에 의지하여 죄를 반성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 또한 거대한 절대자 앞에서는 한낱 죄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교도관, 수용자를 떠나 인간으로서 한 없이 겸손해진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운동근무를 하는데 한 수용자가 나에게 대뜸 묻는다.

"부장님 신은 있습니까?"

평소에 모범적으로 생활하던 수용자가 대뜸 현실과 동떨어진 뜬금없는 질문을 하여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음..."

어차피 정답이 없는 질문 아닌가.

나는 생각을 하다가 조심스레 답했다.

"본인이 있다고 믿으면 있는 거겠죠? 전 있다고 믿습니다."

그는 나에게 신의 존재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질문이 나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제가 믿는 에게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고 용서받으면 저도 새 삶을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 같았다.

그의 뜬금없는 질문이 어떻게 보면 답정너질문일 수도 있지만 나 또한 그가 듣고 싶은 대로 "그렇다"라고 대답해주고 싶었다. 그가 새롭게 시작할 제2의 인생을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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