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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호수 Oct 04. 2024

악마를 보았다

악마의 얼굴들

악마를 본 적이 있는가? 악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공포영화에서 흔히 보는 무시무시하고 소름 끼치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처럼 보자마자 그 사람이 악한 사람인지 선한 사람인지 알아챌 수 있을까?


교도관인 나는 매일 같이 나쁜 사람들볼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모두 를 짓고 들어온 사람들뿐이다. 적어도 착한 일을 해서 이곳에 들어온 사람은 없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모두 형사재판을 받고 수용자로서 이곳에 들어왔다. 수용자들에 둘러싸여 일하는 내게 그들의 인상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살인의 추억 中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송강호)은 자신의 감에 의지하여 형사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어떤 놈이든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 이 놈이 범죄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며 자신감에 차 있다. 하지만 이런 박두만도 마지막에 용의자 박현규(박해일)를 보고서는 "씨발, 모르겠다"라는 대사를 내뱉다. 대부분은 자신의 감이 맞았으나 이번만은 정말 모르겠다는 박두만의 눈물 가득한 표정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군가 범죄자의 인상이 어떻냐고 묻는다면 나의 답변도 박두만의 답변과 같다. "모르겠다"


영화 살인의 추억 中

이곳에 수용된 일부는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하고 누가 봐도 위화감 가질만한 외모로 이곳에 온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온화한 미소와 인상을 가지고 우리가 어딜 가나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사회 구성원들 중 한 명의 모습을 하고 있다.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도 불변의 진리는 아닌 것 같다.


악마는 우리 사회 어디에나 있다. 오히려 악마는 예전과 같이 무섭고 기괴한 탈은 진작 벗어버렸다. 달콤하고 멋있고 잘생기고 예쁘고 부유해 보이는 모습으로 우리 삶 구석구석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하여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사기꾼의 모습으로,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인플루언서 마약쟁이의 모습 등으로 말이다. 그래야 사람들을 더 쉽게 유혹하고 죄에 늪으로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히려 그것이 인지 선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로 정신구조를 바꿔놓는 것이 악마의 목적인지도 모른다.


악마의 얼굴이 어떻냐고? 그런 거 없다. 악마는 어디에나 있다. 당신의 주변에. 당신 자신도 한번 의심해 아야 한다.


https://youtu.be/qh2Gmrg57qQ?feature=shared

이와시로 타로 '얼굴들' (영화 살인의 추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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