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본 적이 있는가? 악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공포영화에서 흔히 보는 무시무시하고 소름 끼치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처럼 보자마자 그 사람이 악한 사람인지 선한 사람인지 알아챌 수 있을까?
교도관인 나는매일 같이 나쁜 사람들을 볼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모두 죄를 짓고 들어온 사람들뿐이다. 적어도 착한 일을 해서 이곳에 들어온 사람은 없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모두 형사재판을 받고 수용자로서이곳에 들어왔다. 수용자들에 둘러싸여 일하는 내게 그들의 인상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살인의 추억 中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송강호)은 자신의 감에 의지하여 형사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어떤 놈이든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 이 놈이 범죄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며 자신감에 차 있다. 하지만 이런 박두만도 마지막에 용의자 박현규(박해일)를 보고서는 "씨발, 모르겠다"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대부분은 자신의 감이 맞았으나 이번만은 정말 모르겠다는 박두만의 눈물 가득한 표정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누군가 범죄자의 인상이 어떻냐고 묻는다면 나의 답변도 박두만의 답변과 같다."모르겠다"
영화 살인의 추억 中
이곳에 수용된 일부는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하고누가봐도 위화감 가질만한 외모로 이곳에 온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온화한 미소와 인상을 가지고 우리가 어딜 가나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사회 구성원들 중 한 명의 모습을 하고 있다.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도 불변의 진리는 아닌 것 같다.
악마는 우리 사회 어디에나 있다. 오히려 악마는 예전과 같이 무섭고 기괴한 탈은 진작 벗어버렸다. 달콤하고 멋있고 잘생기고 예쁘고부유해 보이는 모습으로 우리 삶 구석구석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하여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사기꾼의 모습으로,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인플루언서 마약쟁이의 모습 등으로 말이다. 그래야 사람들을 더 쉽게 유혹하고 죄에 늪으로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이 악인지 선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로 정신구조를 바꿔놓는 것이 악마의 목적인지도 모른다.
악마의 얼굴이 어떻냐고? 그런 거 없다. 악마는 어디에나 있다. 당신의 주변에. 당신 자신도 한번 의심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