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싸움은 나도 자신 있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말싸움 만렙으로
교도관이 되기 전 나의 모습은 말싸움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말싸움이라고 해봤자 가족 간의 말다툼? 또는 연인과의 말다툼 정도의 애교 수준이었던 것들이 다였다. 사실 나는 말다툼해야 할 상황을 애초에 만들기 싫어하는 평화주의자에 가깝다.
하지만 교도관이 된 이상 나는 최소한 말로는 수용자에게 져서는 안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수용자를 상대하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거나 막무가내로 자신의 주장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줏대 없이 수용자에게 흔들리게 되면 교도관으로서의 권위는커녕 수용자가 요구하면 다 들어주는 '벨보이'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해줄 건 해주고 자를 건 자르고 누를 건 눌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논리적인 설명으로 수용자가 납득 가능하도록 말을 잘해야 탈이 없다. 태도가 비굴해 보여서도 안되고 강압적이어도 안된다.
교도관이 수용자보다 흥분해버리거나 감정적으로 나간다면 그 싸움은 이미 교도관에게 불리한 싸움이다. 왜냐하면 수용자들은 교도관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때도 말에 꼬투리 잡을 것은 없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근무자의 이름은 무엇인지 등 녹음기를 틀고 있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교도관이 반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거나 선을 넘는 말실수를 하게 되면 약점이 하나 잡히는 것이고 수용자들은 그것을 꼬투리 잡아 인권위에 제소하거나 고소고발 하는 등 절~대 곱게 넘어가지 않는다.
내 주변에도 인권위 제소나 고소고발을 당하는 동료 근무자들은 아주 흔하다. 애초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용자의 인권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인가 싶을 정도로 유독 교도소, 구치소의 일에 유독 집중하여 근무자들의 정당한 직무에 제약을 거는 경우가 많은데 교도관들은 이로 인해 위축된 상태로 근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진상 민원인과 같은 수용들과 상대하다 보면 점점 내 말싸움 스킬만 늘어나는 것을 체감한다. 말싸움 스킬이 늘어난다는 것이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에는 내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힘들고 대화스킬도 부족했지만 지금은 내 논리가 빈약하지 않고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강단이 생겼다고나 할까? 원래 성격이 소심한 편이어서 피해를 많이 봤던 내게는 이렇게 생긴 강단이 나쁘게 작용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
물론 상대방을 경청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내 의견만을 관철하려 든다면 내가 진상이 되어버리는 것이지만 나는 수용자를 상대하면서 말싸움에서도 중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며 레벨을 조금씩 높여나가고 있다.
이런 나도 절대 못 이기는 말싸움 상대가 있다. 바로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와의 말싸움에서는 내가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므로 내가 항상 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