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에 13억이면 괜찮지 않나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
사기로 들어온 수용자 한 명이 상담을 요청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가석방을 받을 수 있냐고 묻는다. 나는 가석방에 대한 권한이 없어서 확답을 해줄 수 없지만, 별다른 징벌기록 없이 생활을 잘하고 모범적으로 일하여 점수를 잘 받으면 가석방 요건이 충족되어 심사대상자에는 올라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 수용자가 사기 친 돈은 총 13억. 그 대가로 징역 4년을 받았다. 13억은 누군가에게는 온 인생을 다 바쳐서 겨우 모을 수 있는 귀한 돈이리라. 사기 쳐서 그 돈을 모두 꿍쳐놓고 자신은 교도소에서 몸으로 때우고 있다고 한다. 나는 궁금했다. 수사과정에서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해서 환수조치 되지는 않았는지. 그러나 그는 다 모르게 조치해놨다고 한다. 그 돈으로 출소해서 사업을 할 거란다.
피해자한테 미안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놈은 멍청해서 내가 사기를 안쳤으면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을 거예요."라며 오히려 당당한 태도다. 그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내가 오히려 당황했다. 양심의 가책이라고는 전혀 없는 듯 보였다.
그는 판사와 검사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했다고 악어의 눈물까지 흘리며 반성문을 매일같이 제출하지만 정작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합의금은 1원도 지불하기 아까워하는 인간이다. 자신은 사기 친 대가로 여기서 몸으로 때우지 않느냐며 사기를 정당화하고 거기에 가석방까지 받으려는 파렴치한이다. 남의 피해는 내 알바 아니지만 자신이 피해 보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민감한 이런 사기꾼들이 판치는 세상. 바로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이다.
교도소 안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사기꾼은 다른 범죄자들에 비해 너무 관대한 대우를 받는다. 사업하다 돈이 꼬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동정의 시선도 존재한다. 교도소 안에서도 사기꾼은 가장 흔하고 오히려 부의 상징으로도 여겨지기도 한다.
나는 왜 대한민국이 사기에 대해 그토록 관대한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사기당한 피해자는 어쩌면 평생 동안의 피와 땀이 섞인 돈을 잃어 인생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피해를 당하는데 왜 사기꾼은 관대한 처벌을 받느냐 이 말이다. 성범죄에 대해서는 국민적으로 분노하지만 왜 사기꾼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냐는 말이다. 피해자가 아픈 건 성범죄나 사기나 똑같은데 말이다.
오늘도 나는 이곳 교도소에서 일하면서 항상 발 뻗고 꿀잠 자는 사기꾼들을 본다. 그 야심한 밤 시각에는 자신이 잃어버린 귀한 돈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 분하여 잠도 제대로 못 이루는 피해자도 분명 있으리라. 나 또한 오늘 상담 중에 그놈이 비아냥대며 했던 말이 너무 분하다. "4년에 13억이면 괜찮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