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량진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하마터면 탈출하지 못할 뻔했다. 거의 최하위로 문을 닫고 합격한 것이다.
섬에서 탈출하는 배는 꽉 찼는데, 가까스로 자리가 비어 덤으로 탑승할 수 있었던 격이다.
내겐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드디어 교도관이 되는 첫 발을 내딛는 연수원에 입소했다.
시험에 합격한 예비교도관들은 연수원에 입소하여 몇 주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전국의 교정기관으로 흩어지게 된다. 전국의 교정기관이라 함은 가장 밑으로는 제주도부터 가장 위로는 의정부까지 대한민국 끝에서 끝까지이다. 말 그대로 그날의 선택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끝에서 끝 어디든 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모두 성적순으로 이루어진다.
당연히 모두들 자신의 연고지 근처에 배명되길 원하지만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이 또한 교도관의 숙명이리라...
"저는 경북북부제1교도소를 선택하겠습니다"
우와아 하는 함성이 울려 퍼진다.
함성이 나온 이유는
상위권 등수의 사람이 자진해서 청송교도소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청송에는 총 4개의 교도소가 있는데
경북북부제1교도소, 경북북부제2교도소, 경북북부제3교도소, 경북직업훈련교도소라는 명칭으로 존재한다.
이 4개의 소들로 배치되는 신규들은 어쩔 수 없이 수년간 청송군에서 살며 유배와 같은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연수원에서는 '청송만 피하자'는 다짐으로 임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위권이기 때문에 많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송행을 자진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또 다른 한 사람의 청송행을 막아준 셈이 되므로
그 사람의 자비에 모두들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모두에게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다.
나는 성적이 좋지 않아 연고지로 가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였지만
청송행만은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청송은
선배들이 후배들 군기를 빡세게 잡는다느니
거의 군대나 다름없다느니
전국에서 가장 악질인 수용자들만 있다느니
청송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은 교도관이라 조심해야 한다느니 등등
이런 이야기들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연수원 교관들은
청송행을 독려하기 위하여 열심히 청송의 장점들을 어필했다.
청송은 교도관 사관학교이다,
청송에 가야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청송에 가면 승진을 빨리 할 수 있다,
청송출신이면 전국 어디서든 알아준다 등등...
그런데 어찌 된 것인지 그 장점들을 어필하면 할수록
예비교도관들을 꼬드겨 청송행을 유도하려는 계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좋으면 왜 본인들은 청송에서 근무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가까스로 노량진을 탈출했는데 또 청송 탈출을 고대하며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니...
그것만은 피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그 결과 나는 집과는 멀리 떨어졌지만 청송은 아닌 지방 소도시의 어느 교도소로 가게 되었다.
청송으로 배치된 동기들은 좌절과 자조 섞인 한탄을 하곤 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마지막으로 찍었던 사진 속의 우리들은 표정이 밝았다.
다들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있어서였을까?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지지만 나중에 다시 꼭 만나자며 약속을 하고
연수원에서 쌓았던 우정을 추억하며 헤어졌다.
나는 고향을 벗어나 타지살이를 해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막상 지방으로 내려가려하니 호기심 반, 걱정 반이었다.
과연 그곳은 어떨까?
텃세가 있다고 하는데 괜찮을까?
말투도 다른데 내가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인 상태로 나는 그곳으로 떠났다.
그렇게 나의 첫 배명지가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