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안한 삶 Sep 16. 2023

여기가 우리가 파키스탄에서 살 집인가?

온라인 집들이 합니다.

  우리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이 아파트는 주변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아파트 아래 큰 쇼핑몰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엘리베이터 앞 복도가 호텔과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호텔형 게스트하우스로 쓰는 집들도 많다. 

주상복합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
우리집 앞 공동현관문, 복도, 엘리베이터 내부


  공교롭게도 아파트 집 호수가 남편과 나의 결혼기념일 날짜와 같았다. 이 집이 인연인가 싶었다. 

  이 집은 이미 남편이 먼저 3월에 왔을 때 구해놨었다. 


   방이 3개이고 거실 하나인데 구조는 우리나라 타워형 아파트와 같이 복도가 길고, 방 2개가 북향, 제일 큰 방은 복도 끝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산조망인 조망이 좋은 집이었다. 우리 집은 북향인데, 일부러 남편이 북향 아파트를 얻었다. 파키스탄은 우리나라보다 햇볕이 강하고 더운 나라이고 여름이 길다. 그래서 남향집은 햇볕이 너무 많이 들어와 대부분 커튼을 치고 살고 냉방비가 많이 든다. 이러한 이유로 북향집이 남향집보다 선호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집 집주인도 우리와 같은 라인에 살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많은 수의 세입자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개인으로 집을 살 수 없어서 거의 세입자로 살고 있고 우리처럼 주재원으로 오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집주인들이 일부러 외국인을 선호한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집을 깔끔하게 쓰며, 월세를 현지인보다 많이 받을 수 있어 선호한다. 

  보통 1년 단위로 월세 계약을 하는데, 남편은 회사 예산을 아끼려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2년으로 계약을 했다. 통상 집주인들은 1년에 한 번씩 계약할 때마다 10%씩 월세를 올린다고 한다. 


  파키스탄은 빈부격차가 매우 심하고 대대손손 부가 대물림 된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이곳에서는 외국인들이 사는 고급 아파트라 이 아파트의 집주인들은 이곳에서 최상류층 부자들이다. 우리 집주인도 엄청난 부자이다. 예전에 별도로 딸려있는 메이드방 키가 없는 것 같아서 집주인에게 요청했는데, 자신이 보유한 집들의 열쇠를 꾸러미로 가지고 와서 어떤 게 우리 집 메이드방 키인지 찾지 못할 정도였다.  



우리집 거실. 사진보다 실제로 보면 TV주변 페인트 마감이 거칠다

  

큰방에서 바라본 산조망. 산 아래 유명한 모스크가 보이고, 집 바로 앞 큰 도로가 보인다.

  


  집 자체는 한국의 우리 집보다 넓었다. 각 방마다 화장실이 있으며, 거실에도 하나 있어 화장실이 총 4개이다. 처음에는 화장실이 왜 이렇게 많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서 한국에 가면 2개밖에 없는 화장실이 처음에는 적게 느껴질 것 같다. 


   그리고 주방과 거실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주방이 오픈형이고 주방 대리석이 거실과 주방 사이에 있어서 음식을 주방에서 하고 나서 그릇을 주방에 있는 대리석 위에 놓으면, 거실로 가서 대리석 위에 있는 그릇을 거실 식탁에 바로 놓을 수 있다. 무거운 음식을 들고 먼 거리로 나르지 않아도 되어서 이것은 큰 장점 같다.


  하지만 전체적인 마감이 한국에 비하면 기술이 많이 떨어지는지 거칠었다. 특히 페인트칠은 칠하다 완성되지 못한 듯해서 사진으로 볼 때와 느낌이 달랐다. 사진에는 엄청 좋아 보였는데 실제로는 마감이 엉성했다. 만약 한국 새 아파트처럼 사전점검 했더라면 하자 투성이었을 것이다.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하고, 특히나 가구가 많이 허접했다. 우리는 가구가 갖춰져 있는 집으로 구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가구가 좋아 보였으나 실제로 쓰니까 1년짜리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허접한 것도 아마 여기 것보다는 튼튼할 것 같다. 



우리집 보일러. 꺼지면 수동으로 불을 붙여야한다.

    여기에서는 보일러가 자주 꺼진다. 기본적으로 따뜻한 물이 1시간 이상 쓰면 나오지 않는다. 보일러실이 따로 집 외부 복도 끝에 있고, 보일러의 불꽃으로 물을 데워서 쓰는 개념인데, 요즘에 자주 꺼져서 며칠에 한 번씩은 수동으로 내가 직접 불을 붙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따뜻한 물이 계속 나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느꼈는데, 여기에서는 1시간이 지나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비가 오고 나면 심한 바람 때문에 자동으로 꺼져서 따뜻한 물을 쓰기 위해서는 비 오고 난 후에 체크가 필수다.  



비 오는 모습. 비 올 때마다 강한 바람 때문에 비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온다.

   그리고 나중에 살면서 알게 된 것인데, 우리 집은 큰방에 비가 샜다. 이곳 파키스탄은 비가 위에서 아래로 오는 게 아니라 바람이 심하게 불기 때문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온다. 돌풍과 함께..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비가 왔는데, 태풍이 온 줄 알았다. 번개, 돌풍, 비가 막 쏟아붓고 나서 한 시간가량 막 들이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곧 잠잠해진다. 비가 특정한 각도로 올 때 큰방에 비가 샜는데, 창문에서 뚝뚝 떨어져서 쓰레기통만 한 용기를 그 밑에 받쳐야 할 정도였다. 수재민이 된 듯한 느낌이었고 나름 여기에서 제일 고급아파트인데 하자가 이렇게 심각한가 싶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큰 하자라 난리가 날 텐데, 여기서는 그냥 참고 살거나 이사하는 수밖에 없다.

 

  고쳐달라고 요청해도 고치는 사람이 그 시간에 오지 않는다. 본인들 편한 시간에 아무 때나 올뿐더러 잘 고쳐지지도 않는다. 그나마 우리 집은 집주인이 집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 그런지 나름 파워 있는 사람이라 집사가 따로 있어서 집주인에게 이야기하면 빨리 고쳐주는 편이기는 했다. 우리는 물 새는 부분을 고쳐달라고 이야기했는데 고치는 사람이 와서 내부에 실리콘으로 쏘고, 외부 공사는 한참 후에 와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외부공사가 끝나고 나서 비가 왔는데, 새는 부분이 더 심각해졌다. 이전에는 창문 한 군데에서만 샜는데, 이제는 옆으로 더 번져서 세 군데에서 동시에 샌다. 비 새는 것 때문에 이사 갈까도 고민해 봤지만, 참고 살기로 결심했다.


  통상 한국인이 사는 곳은 두 아파트인데, 외교단지 안에 있는 아파트보다 지금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위치가 좋아 학교와 훨씬 가깝고 쇼핑몰이 아래에 있어 장보기 좋은 장점이 있어서 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몬순 기간이 짧고 비 오는 날도 많지 않아 물이 새도 일 년에 며칠만 참으면 되기 때문에 그냥 감안하고 살기로 했다.

이전 02화 우리 가족이 파키스탄으로 이사 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