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안한 삶 Sep 19. 2023

파키스탄 수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을 방문하다

우리 집 바로 밑에 있네?

  이사하고 난 후, 직접 가지고 온 짐 정리가 끝났다. 실제 우리 짐 대부분은 배로 오고 있는 중이지만.. 코로나라서 원래 두 달 걸리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고 했다. 아마 세 달? 그동안 임시로 가지고 온 짐으로 버텨야 한다.


  다행히 가구가 있는 집으로 선택했었기 때문에 필수품은 집주인이 주었다. 그릇, 칼 등 매일 써야 하는 주방용품이 몇 개 있었지만 우리 가족 4명이서 쓰기에는 모자라서 필수품들을 사러 쇼핑몰을 방문하기로 했다.


  우리 집은 주상복합 아파트였기에 아래에 쇼핑몰이 있었다. 알고 보니 파키스탄 수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었다. 생활은 편리하겠다 싶었다. 이제 짐도 풀었겠다~ 부족한 것 사러 가야지 하고서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같은 로비를 지나 외부를 통해 쇼핑몰로 입장했다.


주상복합 아파트(센타우루스) 로비
주상복합아파트(센타우루스) 외부. 이 길을 지나 쇼핑몰로 입장한다.

  오~ 파키스탄에도 이런 곳이! 우리나라 쇼핑몰에 비하면 층마다 작게는 느껴졌지만, 5층까지 있는 나름 큰 규모였다. 게다가 웬만한 브랜드들은 다 있었다.

  록시땅, 더 바디샵, 배스킨라빈스, 시나본 같은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접하는 글로벌 브랜드들도 입점되어 있었다.(지오다노도 있었다ㅋ) 입구에는 분수대도 있었고 우리나라 큰 쇼핑몰처럼 전 층 오픈형으로 위에서 아래까지 전 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쇼핑몰 내부 데코레이션으로 파키스탄 국기 모양의 초록색 달이 많이 걸려있길래 이 나라 사람들은 엄청 자기 나라 국기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독립기념일이 가까이 와서 데코를 그렇게 해 놓은 것이었다.


주상복합아파트 쇼핑몰(센타우루스) 내부
센타우루스 쇼핑몰 내부
센타우루스 쇼핑몰 내부(배스킨라빈스, 안내판, 더바디샵)

 

  1층 끝에 가니 미니소라고 우리나라 다이소와 비슷한 생활용품 가게가 있었고, 그 옆에는 알파타라는 마트가 있었다. 알파타에 가서 필요한 접시와 컵, 그릇을 몇 개 샀다. 생각보다 마트가 우리나라 마트와 다를 것 없이 진열되어 있었다. 단지, 우유를 살 때 냉장고가 옆으로 미는 미닫이 형식이었는데, 그건 좀 허접했다. 잘 안 열리고 잘 안 닫혔다.ㅠㅠ 그래도 필요한 것들은 급한 대로 여기서 구할 수 있겠다. 싶었다.


센타우루스 쇼핑몰 내부(미니소, 알파타 외부, 시나본)


알파타 마트 내부

 

  1층을 다 둘러보고 나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이동하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동할 수 있게 현지인들이 비켜주더라. 첫인상이 외국인을 대우해 주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처음 느낀 날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평상복을 한국처럼 서양식 옷을 입는 게 아니라, 대부분이 파키스탄 전통옷을 입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데, 남편이 나에게 '앞으로는 바지 입고 다녀.'라고 이야기했다. 현지인 여자들이 모두 바지를 입고 있다며.. 나는 한국에서와 같이 세미정장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었었는데, 무릎까지 오는 옷이었기에 짧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옷차림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파키스탄 사람들은 여자의 경우, 하체를 모두 가리지 않을 경우 천박하게 본다고 한다. 남자는 상관없다. 이런 점이 나에게는 여자에 대한 사회적인 압박이라고 느껴졌다. 외국인일지라도 예외는 없었다. 여기가 무슬림 국가인 것이 실감 났다. 그래.. 어쩔 수 없지..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법을 따라야지..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파키스탄에서는 외출 시 꼭 바지를 입고 있다.


파키스탄 여성 의상의 예(출처: 인터넷 이미지)

  여기는 수도이기 때문인지 그래도 눈만 내놓고 전신을 덮는 검은 복장(니캅)을 한 여자들은 생각보다 많이 없고, 머리에 화려한 색깔의 스카프를 하고 화려한 색의 전통옷을 입은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전통옷이 전신을 덮는 헐렁한 스타일이라 전통옷을 입으면 편하겠군.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여기서 전통옷을 사서 입는 한국인들이 많다. 여름이 긴 파키스탄에서 시원한 재질로 만들어져 유용하기 때문이다. 나도 하나 구입했는데, 가끔 입는다.  


  우리는 가장 꼭대기층으로 이동했는데, 거기에는 영화관과 아이들 놀이동산, 푸드코트가 있었다. 둘러보고 있는데, 현지인 젊은 여자와 남자가 우리에게 오더니 영어로 말을 걸었다. 여자는 대학생처럼 보였는데, 무척 예뻤다. 우리에게 "당신들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봤다.


  내가 그렇다고 하니까, 여자는 굉장히 기뻐하며 내 남편에게 "저 BTS 정국 팬이에요~ 너무 좋아요~ 당신 BTS 정국 닮았네요~ 저 한국남자랑 결혼하는 게 꿈이에요"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신기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실감 났다. 아.. BTS가 우리나라 위상을 높여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기뻤다.


  파키스탄 사람과 처음 대한 파키스탄의 첫인상이 긍정적이었다. 나는 파키스탄이 우리에게 호의적이며, 살만한 나라라고 느꼈다.


  그런데 어떤 한인분은 우리와 같은 아파트 사셨는데 처음에 덩치 큰 파키스탄 사람이 집 앞까지 따라와서 당신들 중국인이냐고 그러면서 위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분들은 파키스탄에 대한 첫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 사람들마다 처음에 와서 겪은 일들이 달랐다.


    쇼핑몰 1층에 있는 알파타(마트)는 가까워서 내가 장 보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었다.

  내 딸을 데리고 장 보러 이곳을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나는 한국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이전 03화 여기가 우리가 파키스탄에서 살 집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