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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안한 삶 Sep 24. 2023

파키스탄 수도의 가장 큰 쇼핑몰이 정전되다

정전이 일상인 나라.

  나는 가장 가까운 쇼핑몰에 있는 마트 알파타에 내 딸을 데리고 장 보러 갔다.  우리 집 바로 밑에 있었기에 매우 편리해서, 이래서 슬세권이 좋구나.라고 생각했다. 알파타는 우리나라 마트와 비슷한 느낌의 마트로 이슬라마바드에서 외국인들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가장 많이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식자재 코너, 생필품 코너, 그릇 코너, 전자제품 코너, 아이 옷 코너, 학용품 코너, 화장품 코너, 주방용품 코너 등이 있다. 알파타에는 수입용품도 많아서 제품 진열이 깔끔하고 외국인인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구하기가 쉽다.

알파타 내부
알파타 내부

 

  알파타에서 딸과 함께 한창 이것저것 고르면서 장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불이 팟 꺼졌다. 사방이 캄캄해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꺅"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정전이 되어 매우  당황했었다. 그러나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이었다. 소리를 지른 내가 좀 민망해졌다. 1분 정도 후에 팟! 하고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장을 보았다. 나는 그 모습에 더 놀랐다. 우리나라 같으면 주요 신문 1면에 날 만한 사건인데, 여기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모습이 신기했다.


  그런데 파키스탄에 살다 보니, 정전은 매우 매우 흔한 일이었다. 특히 여름철 정전은 일례행사여서, 수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F6, F7, E7, F8)의 하우스에 사는 사람의 경우에도 하루에 한 시간 정전을 보통으로 겪는다.

빨간색으로 표시해 놓은 지역인 F6, F7, F8, E7 : 파키스탄 수도에서 가장 부자 지역이자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

 

  그나마 제너레이터가 있는 집은 전기가 금방 들어오지만, 이런 집이 흔하지 않은 데다가 집 렌트비도 제너레이터가 없는 집보다 더 비싸다. 그리고 제너레이터를 돌리면, 전기요금도 엄청 많이 나온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제너레이터가 있고 여름철에 정전이 되었다가 금방 몇 초 만에 전기가 다시 들어오는데, 이제는 2년 정도 여기서 살다 보니 갑자기 정전이 되어도 놀랍지도 않고 좀 있으면 전기가 다시 들어오겠지 하고 기다리게 된다. 아마 한국에 귀국하면 정전되지 않는, 그 편리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전기요금도 한국보다 비싸다. 파키스탄 GDP가 우리나라의 1/30이라 우리나라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인데도 전기요금이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은 정말 싼 것 같다.

  선진국 여행도 많이 해보고 파키스탄에도 살아보니 우리나라가 정말 기반시설이 잘 되어있고 사용료가 저렴하며 편리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이 살기에 정말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파키스탄에서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오른 데다가 여름 날씨가 예년과 같이 건조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후텁지근해서 에어컨을 예년에 비해 많이 켜고 지냈다.

  우리 집은 북향인 데다가 보통 쓰지 않을 때는 내가 필요 없는 불을 모두 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전기료가 평상시에 여름에 월 3만 루피~4만 루피(약 15만 원~20만 원) 정도 나왔었다. 그 당시 우리 바로 윗집은 월 6만 루피(약 30만 원) 정도 나왔다는 말을 들었고, 다른 한인분은 월 7만 루피(약 35만 원) 정도 나왔었다.

  그런데 올해는 최근에 한번 우리 집이 월 6만 루피(약 30만 원)로 이때까지 중에 최대로 나왔고, 다른 한인분들은 월 6만 8천 루피(약 34만 원), 심지어 월 10만 루피(약 50만 원)가 나온 집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여기 부자들은 전기요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하우스에 사는 부자들은 집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서 전기요금이 거의 제로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 안 한 부자들 중에서도 전기요금을 안 내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그들의 집에 전기를 끊으려고 사람이 올라가면 부잣집의 가드들이 총을 들고 쏘려고 해서 결국 전기를 못 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기요금 뿐인가. 여기 집 렌트비는 집값에 비해 한국보다 비싸다. 차 연료비도 한국과 비슷한 가격이다.

  게다가 차는 한국보다 더 비싸다. 차를 살 때 세금을 차량 가격보다 더 많이 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키스탄에서는 차가 있으면 부자다. 그래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는 파키스탄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고, 내가 살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는 수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 밑에 있기에 주말마다 집 앞 도로는 차들로 꽉 막힌다.

  게다가 파키스탄 사람들은 오후 10시에 저녁을 먹기 때문에 밤에 늦게 잔다. 어쩌다 내가 오후 9시쯤 장 보러 센타우루스몰에 가면 쇼핑몰이 불야성, 문전성시인 것을 느끼고 온다.

집 앞 도로. 센타우루스몰에 쇼핑하러 오는 차들. 밤인데도 많은 차들로 도로가 막힌다.

 

 하지만 나는 파키스탄에 살면서 여기에서 아무리 부자여도 정전되는 곳에서 살고 수질이 안 좋은 곳에서 사는구나. 인프라가 확실히 안 좋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제는 정전이 되어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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