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안한 삶 Oct 21. 2023

파키스탄 생활의 불편한 점 몇가지

여긴 한인마트가 없네?ㅠㅠ

  우리 집은 파키스탄에서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수질이 한국에 비해 매우 안 좋다.

  파키스탄 수돗물에는 물에 석회질이 많이 포함되어 수도꼭지 주변이 시간이 좀 지나면 하얀 석회로 덮인다. 그래서 여기서는 양치질도 생수를 사용해서 하고 과일이나 채소, 고기를 씻을 때도 생수를 사용해야 해서 불편하다.

수돗물 사용후 석회질이 묻어있는 수도꼭지. 하얀부분이 모두 석회질이다.  부분샷과 전체샷.

  나는 현지인 지인이 추천해 준 아쿠아피나 생수를 사용했는데, 처음에는 1.5리터짜리와 500밀리리터짜리를 알파타에서 사서 사용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계산해 봤을 때 큰 생수통이 훨씬 싸서 큰 생수통을 사서 물을 주문해서 먹는다. 

  그런데 주문해도 아쿠아피나의 경우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 제시간에 안 올뿐더러 오기로 한 다음날 올 때도 많다. 다른 브랜드(스프링레이)의 큰 생수통 회사는 매주마다 친절하게 정기적으로 생수 주문 여부를 묻는 연락이 온다. 그래서 요즘에는 그 회사를 이용할 때가 많다. 

  큰 생수통도 처음 주문할 때는 물통값을 따로 줘야 한다. 이후에 주문할 때는 물값만 내면 된다. 큰 생수통을 사서 펌핑해서 물을 사용한다는 것도 처음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 특이하게 느껴졌는데 생수통을 따로 사야 한다는 것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아쿠아피나 500ml생수, 1.5리터 생수, 큰 생수통.
스프링레이 큰 생수통. 이런식으로 생수통을 펌핑해서 물을 사용한다. 알파타에 파는 다른  500ml생수들.

  그래도 샤워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수돗물을 이용해서 샤워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샤워 후에 피부에 건조함을 더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파키스탄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소위 물갈이라는 것을 하는데, 과일이나 채소를 먹고 나서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서 올 때 지사제를 가지고 왔다. 설사는 이곳 과일이나 채소가 우리나라보다 비위생적으로 유통되는 데다가, 수질 자체가 깨끗하지 않아 수돗물로 과일을 씻고 난 이후에 먹게 될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과일이나 채소를 씻을 때 수돗물로 1차 헹구고 2차로 꼭 생수를 사용해서 헹군다.

  생선이나 고기 같은 기타 다른 음식을 요리할 때도 마찬가지로 생수를 사용한다. 그래서 생각보다 생수 사용량이 우리나라에 있을 때에 비해 훨씬 많았다.

  우리나라 같으면 정수기를 사용할 텐데 파키스탄은 제조업이 취약한 나라라서 물 필터의 질이 별로 좋지 않아 차라리 생수를 사용하는 게 안전하고 마음이 편하다. 현지인 지인의 경우 중국산 필터를 중국인 지인을 통해 구해서 집에서 사용한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산이라고 하면 품질이 떨어져서 안 좋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중국산이 수입산으로 품질이 좋은 편에 속한다.




센타우루스 나이키 매장과 아디다스 매장

  제조업이 취약한 파키스탄에는 우리나라보다 비싼 물건들이 많다. 일례로 나이키나 아디다스 크록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 신발이 매우 비싸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리미엄 아울렛에 가면 아이들 나이키 신발을 2만~3만 원대에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사려면 2배~3배 정도 한국보다 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 데다가 사이즈도 별로 없어서 비상시에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사려고 해도 사이즈가 없어 못 살 때가 있다. 

  나는 우리 아들 신발을 사려고 센타우루스에 있는 나이키 매장에 방문했었는데 그 당시 1만 루피(당시 환율로 약 7만 원)를 주고 샀다. 그것도 딱 하나 남아있는 한국 나이키와 비슷한 디자인이 있어서 냉큼 샀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에 한참 지나서 아이들 신발을 사려고 나이키에 방문했는데 사이즈가 없어서 아디다스에서 약 2만 루피(약 10만 원)를 주고 산 기억이 있다. 이럴 때면 여기가 북한이랑 비슷하네.라는 생각도 하곤 했다. 

  그래서 처음에 한국에서 이사 왔을 때나 중간에 어쩌다 휴가로 한국에 가면 나이키와 크록스를 사이즈별로 왕창 사서 온다.

.

  게다가 파키스탄에서는 한인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적다. 2백~3백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그런지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는 한인마트가 없다. 

  다른 인구가 많은 지방도시에는 한인마트가 어쩌다 있다고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그래도 한국제품을 여기에서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이다. 그래서 외국 수입품을 취급하는 코사르마켓이나 알파타, 외교단지에 있는 슈퍼마켓을 방문하면 혹시나 한국식품이 들어와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알파타에서 팔고 있는 요뽀끼. 유통기한이 다 되어 1+1으로 팔고 있다. 매우 드문 경우다. 오른쪽은 컵으로 된 요뽀끼.

  처음에 파키스탄에 왔을 때는 한국식품과 소스를 아예 구할 수가 없어 모든 한국식품을 우리가 들어올 때 비행기 수하물로 실어서 왔었는데 요즘에는 그나마 떡볶이와 김은 알파타나 코사르마켓에 간간이 보여서 숨통이 좀 트였다. 

  파키스탄에서는 한인마트가 없기 때문에 한국음식 재료를 구하기 매우 어려워서 여기에서는 한식을 먹는 게 제한적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여기에 오면 한국음식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한국사람들은 가까운 나라로 해외여행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는 꼭 그 나라 한국 음식점에 들러 한식을 먹고, 한인마트에 들러 장 보는 게 거의 정해진 코스다.

  그리고 나는 한국에 있을 때 김치를 한 번도 담가본 적이 없다. 김장은커녕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로 반찬을 사서 먹곤 했는데, 여기서는 김치를 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 오는 한국여자들은 모두 김치를 본인이 스스로 담가서 먹는다. 나도 막김치 담그는 것을 인터넷 유튜브를 보고 배워 막김치정도는 이제 담글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고춧가루는 맵지 않아, 막김치를 만들어 외국인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믹서기에 여러 재료를 넣어 막김치 소스를 만든다.(믹서기는 독일친구 것 협찬;), 서툴지만 내가 만든 막김치 완성품.


  해외생활을 오래 하신 한인 분들은 음식 솜씨가 매우 좋다. 일일이 매 끼니마다 해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인마트도 없고 당연히 한국에서는 흔한 반찬가게도 없다. 특히 선교사님들은 해외생활을 오래 하시고 아이들도 같이 데리고 계시기 때문에 선교사님 중 여자분은 어떤 분이든 음식 솜씨가 뛰어나다.


  이렇듯 파키스탄에서는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필수품들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올 때 짐이 매우 많아진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가족은 더더욱 가져와야 할 짐이 많다. 한국음식소스, 신발, 옷, 화장품, 약 등은 기본이고, 수하물 무게가 여유가 되면 라면, 한국과자, 쌀 등도 가져온다. 파키스탄에 오기 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수하물 무게 제한이 여기에서는 뼈저리게 느껴진다. 파키스탄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오느라 매번 수하물 무게를 체크하고, 무게가 넘으면 가져오지 못해서 아쉬울 때가 많다. 


그립고 먹고 싶은 한국 아이스크림. 한국에는 흔하디 흔하지만 파키스탄에서는 구할수 없는 가장 사치품이다ㅠㅠ

  나는 파키스탄에서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 한국 아이스크림이다. 한국 아이스크림은 한국에 가거나 다른 나라 한인마트에 가면 구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 한인마트도 한국처럼 다양하게 있지는 않다. 한인마트가 많은 싱가폴에서도 한국에서는 흔하디흔한 바 아이스크림을 구할 수 없었다ㅠㅠ 해외 사는 나에게는 한국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흔하고도 다양한 한국 아이스크림이 최고의 사치품이다.


  나는 파키스탄에 살면서 한국에 2번 갔었는데, 그때마다 한국이 정말 한국인이 살기에 인프라가 좋은 나라라는 것을 매번 느끼고 온다. 해외에 나와 있으니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

이전 09화 파키스탄 수도 외곽의 가장 큰 쇼핑몰을 방문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