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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안한 삶 Oct 09. 2023

파키스탄 독립기념일에 도로에 갇히다

무법천지 휴일 도로 상황.

  우리가 파키스탄에 온 날은 2021년 8월 11일. 파키스탄 독립기념일은 8월 14일이다. 파키스탄은 예전에 영국 식민지였는데, 1947년 8월 14일 영국의 지배로부터 독립하고 인도에서 분리되었다. 원래 인도와 파키스탄은 같은 나라였는데 무슬림들은 파키스탄으로, 힌두교인들은 인도로 몰아서 분리독립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파키스탄 독립기념일이 우리나라의 광복절 휴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 당시 파키스탄에 온 지 며칠 안되었기에 우리나라 휴일처럼 생각하고 주변 공원에 놀러 가기로 했다. 보통 우리나라 휴일은 사람들이 다들 놀러 가는 날이니 우리는 먼 곳은 아니더라도 주위도 둘러볼 겸 가까운 곳에 가기로 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잘 모르고 개인기사를 대동하고 우리 가족은 우리 차로 밖에 나갔다.  


  OMG.ㅠㅠ 우리는 밖에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것을 후회했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편도 4차선 도로는 조금 가다가 길이 꽉 막혀 움직이지 못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앞에 있는 차가 꿈쩍하지 않았다.


  우리 집 주변에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인 페이셜모스크가 있는데 이 모스크가 워낙 유명해서 독립기념일에 많은 파키스탄 사람들은 이 모스크를 방문한다고 한다.(이 모스크는 산아래 있고, 우리 집에서 보인다)

평소 페이셜모스크로 가는 도로의 한산한 모습. 독립기념일에는 이 길이 꽉 막혔었다.  페이셜모스크가 살짝 보인다(좌), 우리집에서 보이는 페이셜 모스크(우)

  그래서 평소에는 혼잡하지 않은 도로가 차량으로 가득 차게 된 것이었다. 도로에는 독립기념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파키스탄 국기를 흔들고 차에 탄 사람들은 일어서서 소리를 지르고 완전 축제분위기였다.

파키스탄 독립기념일을 도로에서 축하하는 모습(출처 : 구글 이미지)


  파키스탄 도로는 우리나라와 달리 방향이 반대다. 우리나라는 차량이 도로에서 우측통행이고,  운전석이 왼쪽에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영국, 일본과 같이 차량이 도로에서 좌측통행이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그래서 파키스탄에서 운전하다가 우리나라에 오면 헷갈려서 실수로 역주행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도 있다)


  파키스탄 독립기념일의 집 앞 도로는 차량의 혼잡한 정도가 우리나라와 달랐다. 차선 2개당 3대의 차들이 가고 있었다. 차선을 잘 지키는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나는 놀랐다. 2개의 차선에 3대의 차들이 끼어져 있었기에 옆차와 옆차 사이 간격이 매우 좁아서 나는 부딪히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오토바이들이 그 좁은 차와 차 사이의 간격으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통상 2명이 타는 오토바이에는 4명, 아니 5명의 가족이 타고 있었다. 아빠-아이-아이-엄마 순이었는데, 제일 뒤에 탄 엄마는 양다리를 한쪽으로 한채 옆으로 탄 상태에서 갓난아이를 인형 안듯이 한 팔로 들고 있는 상태였다. 처음에 아기가 설마, 사람일까? 인형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이어서 놀랐고 아기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리고 덩치 큰 엄마가 불안정한 자세로 아이까지 한 팔로 안은 상태에서 어떻게 안 떨어지고 잘 버티고 있지?라는 생각에 놀랍고 신기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오토바이에 온 가족이 탄 모습. 가장 뒤에 탄 엄마가 간난아이를 한 팔로 안고 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이 나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간혹 길을 가다가 엄청 좁은 차에서 덩치 큰 여러 명이 우르르 내리는 것을 보면 정말 미스터리하다. 아니, 저 좁은 차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탄다고?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아무튼, 독립기념일을 맞아 평소에는 붐비지 않던 도로에 2개의 차선에 3대의 차들이 다니고 있고, 그 사이를 오토바이들이 온 가족을 태운 상태에서 아슬아슬 지나가고 있고 게다가.. 1차선에서는 어떤 차가 우리 차를 마주 보며 오고 있었다. 설마 했는데.. 그 차는 역주행하고 있었다.


아.. 이럴 수가. 나는 이 나라에서는 절대로 운전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운전은 포기하고 기사를 쓰자.  그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 후에 나는 파키스탄 운전면허를 따서 스스로 운전하고 다니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로 지금까지 국경일 같은 휴일에는 절대 밖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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