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내고 광합성 X 현지인 추천 X 로컬 카페 X 기프트 샵
2022. 12. 14.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햇살이 짱짱했던 날.
급하게 오후 반차를 내고 암스테르담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유난히도 모든 게 좋은 날이었다.
문득 네덜란드 정착 초반에 동네 이웃과 회사 동료에게 들었던 웃픈 얘기가 떠올랐다.
네덜란드 직장인들은 날씨 좋으면 다들 연차 내고 뛰어나가~~
그때까지만 해도 '연차 사유가 해가 나서라니ㅎㅎ 노는 거에 진심이구만' 하며 잘 와닿지 않았었는데,
내 몸도 적응하며 살다 보니 한(寒) 기를 뺄 수 있는 기회(따사로운 햇살)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나 보다.
네덜란드도 다른 유럽 나라들과 비슷하게 썸머타임을 제외하고는 해가 일찍 지고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아서 하루에도 사계절을 체험할 수 있는데,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은 더 감사하다.
사무실 근처 역인 Amsterdam Zuid에서 메트로 M52를 타고 Rokin역에 내렸다.
암스텔 강에 비치는 일렁이는 건물들을 따라 치코 누나의 추천 카페 Cafe de Jaren에 도착했다.
...
이게 바로 그 Gezellig ??!!
네덜란드로 옮길 준비를 하던 때에 스테르담 작가님의 책인 '일상이 축제고 축제가 일상인 네덜란드 이야기'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 네덜란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로 'Gezellig'를 처음 접했다. '소소함 속 아늑함, 안락한 일상'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한국식 발음으로 가장 가깝게 표현해 본다면 "ㅋㅎㅓ-젤-맄ㅎ" 정도가 되겠다.
(네덜란드 비둘기들은 나보다 더 더치어를 잘한다. 크ㅓㅎㅋ---흐흨의 굴레ㅎㅎ)
허젤리크는 덴마크어의 휘게(Hygge: 안락함 편안함) 그리고 스웨덴어의 피카(Fika: 커피와 함께하는 휴식)와도 닮았다고 느끼는데, 이 단어가 만약 '추운 겨울 오후, 햇살 가득한 카페에 들어갔을 때의 첫 느낌'으로 태어난다면 지금의 이 모습이지 않을까.
관광객보다는 근처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더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던 한 가지는 바로! 김치 토스트(Kimch Toast) 메뉴를 발견한 것ㅎㅎ 메뉴 이름만 들으면 에?? 일수도 있겠지만, 한식당이 아닌 곳에서 김치를 접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뻤고 아삭하고 개운한 맛도 좋았다. 내가 알던 한국식 김치와는 전혀 연관이 없을 법한 이 공간, 이 바이브에서.. ㅎㅎ
네덜란드에서도 우리나라 음식 K-food (Korean Food)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데, 한국인의 발길이 거의 없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K-메뉴를 만난 게 벌써 세 번째다. 헤이그에 몇 안 되는 힙한 루프탑에서는 김치 토핑 감자튀김(Kimchi French Fries) 안주를 만났었고, 델프트의 예쁜 동네 카페에서는 현지식 조리법과 플레이팅을 한 스푼 얹은 비빔밥과 닭강정을 먹었던 적이 있다.
카페를 나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기프트 샵 Zooful Amsterdam에 들렀다. 동물 컨셉으로 큐레이팅한 독특한 상품들이 가득하고 기념품으로 선물할 만한 것들이 많다. 엽서와 일러스트도 개인 작가들 그림이 많아서, 암스테르담을 찾은 한국 관광객분들 중에 동물을 사랑하거나 디자인 상품들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기념품 점의 모토도 따뜻하다.
everything with or for animals, nothing made from animals
모든 상품은 동물들을 위한/동물들과 함께하며, 동물로부터 얻은 상품은 없습니다
나는 초대받은 집들이에 가져갈 선물과 한국에 있는 조카에게 보내줄 티셔츠를 골랐다. 사장님 1인이 무리하지 않고 운영하시는데, 선물 포장까지 어찌나 예쁜지 나올 때에도 감탄을 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암스테르담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러 뮤지엄 플레인(Museumplein)으로 옮겼다. 반 고흐 미술관과 국립 미술관(Rijksmuseum)이 모여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시청 앞 광장처럼 겨울에는 스케이트 장으로 변신하고, 그 주변으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따뜻한 글루바인(Glühwein), 간식들, 예쁜 소품, 액세서리, 그림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특히 귀여운 문구의 엽서를 보고 한참 동안 빵 터졌는데 집들이에 가져갈 용으로 고른 것은
Happy Wife, Happy Life
ㅎㅎ 분명 가정의 평화를 아는 이가 썼을 것이다. 또 하나 재밌었던 것, 이번 크리스마스에 Nice list에 들지 못한 이들의 대사다.
Dear Santa, I can explain
즉흥적이어서 더 즐거웠던 반차 여행. 모처럼 관광객처럼 설렐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어지는 브런치 글에서도 암스테르담의 숨겨진 핫 스팟 정보를 다양하게 소개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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