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0. 리얼 아프리카 캠핑 start

캠핑카와 함께하는 Honeymoon

by 안온한모글리



# Day 2. 캠핑카로 시작하는 리얼 허니문


날이 밝자마자 캠핑카를 빌리러 길을 나섰다. 지난 밤 짐을 잃어버린 채 잠에 든 우리. 원래 예정되어있던 루트를 수정해 다시 북쪽에 위치한 공항으로 가야만 했던 날. 짐을 찾으면 연락을 주겠다던 공항에선 한참 연락이 없었고, 하염없이 기다리기엔 기약이 없을 것 같아 수십통의 전화연결 끝에 겨우 담당자와 통화가 가능했다. 수화기 너머로 한 두어시즈음 들러 그때 있으면 있을거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 말인 즉슨 공항에 간다고 한들 짐이 있을 지, 없을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보기나 하자."라며 혹시모를 가능성에 희망을 품고 공항으로 향했다. 이상하게도 짐은 잃어버렸지만, 자연이 펼쳐진 맑은 하늘을 구경하며 도로를 지나고 있자니 '짐이 없어도 그 또한 여행의 일부겠거니.'하는 마음이 들며 마음이 영 무겁지만은 않았다. 정말 필요한 것들만큼은 우리가 메고 온 가방 속에 모두 들어있어서 그랬던건지도 모르겠다. 비울수록 채워진다는 말이, 여행의 첫 날부터 어쩌면 마음속에 자릴 잡고 있었나 싶기도 했던 순간. 지인에게서 아주 오래 전 전해들었던 말 중,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문제도 아니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칫하면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말 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었다. 사고가 날 뻔한 상황에서 차를 수리해야할 상황이었는데 망가진 차는 고칠 수 있지만 사람이 다쳤더라면 돈보다 소중한 것들을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요지였다. 아무쪼록 눈 앞의 문제가 때론 부풀려져 모래알 만한 것도 바윗돌 만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날 이후 눈앞의 일들을 더 큰 일들에 비유 해 보면서 되려 소소한 것들을 가벼이 넘길 줄 알며, 감사함을 느끼곤 한다. 그렇게 가는 길이 예뻐 한 순간 한 순간을 계속해서 비디오에 담아 본 여행 둘째날.






# 우리와 함께할 4륜 구동 캠핑카


한참을 달려 렌트 업체에 도착했다. 아프리카 오지를 오지게 여행하고 싶던 호적동반자 D와 나는 사막도 달릴 수 있다는 4륜구동의 캠핑카를 선택했고, 이 차는 이후 약 보름간 우리의 발이 되어 나미비아와 주변 아프리카대륙 여행을 함께 했다. 30분 가량 Mr. Brave라는 직원분께서 부지런히 캠핑카 이곳저곳 설명을 해 주셨다. 텐트를 열고 접는 방법부터, 트렁크에 실린 각종 장비들에 대한 소개와, 험한 길을 지나다 바퀴에 펑크가 나면 수리하는 방법까지 친히 알려주셨다. 그렇게 내리쬐는 햇빛을 마주한 채 열심히 캠핑카 이용 교육을 받고 드디어, 출발을 !



무려 4시간 20분에 걸친 대장정의 시작

1) 미션 1. 두 발을 자유로이 해 줄 차량을 빌리시오 ► GW Rental

2) 미션 2. 잃어버린 짐 속에 있던 생필품을 구매하시오 ► The Grove Mall

3) 미션 3. 반반의 확률로 공항에 들러 수하물을 찾기에 도전하시오 ► 빈트후크 국제공항 들리기

4) 미션 4. 해가 지고 운전은 금지이오니, 해가 지기 전 머물 캠핑장을 찾으시오 ► Die Skuur Campsite






# 놀라움의 연속, 이곳이 정녕 나미비아인가


이미 도착 첫 날, 잘 정돈된 도로와 빌딩들에서 작은 유럽을 느꼈던 우리는 생각했던 아프리카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첫번째 놀라움을 느꼈다. 이어 캠핑카 픽업을 하고 당장 저녁에 캠핑하며 먹을 음식들과,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기 위해 현지인에게 물어 커다란 쇼핑몰을 찾아갔다. 왠걸, 쇼핑몰은 우리나라 스타필드마냥 넓고 광활했고, "여기가 아프리카라고?"라는 무지에서 나온 생각들이 또 다시 우리 머릿속을 스치며 놀람을 금치못했다. "아...정말 직접 경험하지 않고 미디어로 보고 전해듣는 것과는 천차만별이구나."싶으면서 그간 스스로의 무지에 반성에 반성을 하게 된 여행의 시작이었다.


쇼핑몰 물가도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가 없게 느껴진데다 화창한 날씨가 주는 테라스 테이블의 화려함은 이곳이 유럽인지 아프리카인지, 이런 여유로움이라면 이곳에 언젠가는 살아 보고싶다는 마음을 자꾸만 들게 하는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아무쪼록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짐 찾는것도 중요하지만 짐이 언제 찾아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밥부터 먹자며 몰 안에 있는 버거집에 들러 배를 채웠다. D와 나는 이곳저곳 둘러보며 신기한 걸 느꼈는데 D는 아프리카에서 인기가 정말 많았다. 남성분들로부터.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도 걷는 내내 유독 남성분들이 한참을 D를 바라보더니, 식당에 앉아 음식을 시키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 온 사이 다른 테이블의 아저씨가 우리 테이블로 와 D와 이야길 나누고 계셨다. "하하하 야, 진짜 인기많다."라며 서로 이런 상황을 신기해 하던 우리. 나중에 알고보니, 동양인인데 체격이 서양인만큼 큰데다 운동을 잘 할 것 같다며, 힘센 남성의 표본같다며 이야길 해 주셨다. 그와중에 D는 "하하 이거 근육 아니라 다 살인데 it's not musle."이라며 싱겁게 웃으며 대활 이어갔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남성상이 있구나 싶던.


아무쪼록 재미난 경험을 하며 배도 채우고 천천히 공항으로 향했다.






# 와... 있었구나


평생을 살며 플로리다 해변에서 놀다가 썸머타임을 못맞추고 노는 바람에 딱 한번 비행기를 놓친 이후로, 여행을 하며 짐을 잃어본 건 처음이었다. 이런 상황은 숱한 여행을 다닌 D도 마찬가지. 그래도 싱글벙글 웃으며 아프리카에 도착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즐거웠던 우리는 내심 마음속으론 "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과-아연 짐이 있을것인가"하며 반신반의 하던 나와는 달리 "에이, 있을거야 백프로 있어, 그냥 여기가 원래 그런거같아."라며 근거가 충분하진 않아도 근거없음을 넘어선 확신이 너무도 확고하던 D. "그래, 이왕이면 있으면 좋지. 일단 가보지뭐."라며 전날의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그와중에도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여유롭던 D와 도착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담당자분께 종이를 내민 나. 그랬더니 저-기 구석 멀리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며 가보라는 말에 총총총 걸어갔더니 왠걸, 정말 짐이 덩그라니 뒹굴며 바닥에 놓여있었다. 이 먼 땅에 주인을 잃고 헤맸을 짐들을 보며 "너넨 왜 여기있니."하는 마음도 잠시, 마치 상황을 복/붙 한것마냥, 어제의 우리를 연상케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짐의 행방 찾기에 열심인 광경을 목격했다. D의 말이 맞았다. 이곳은 이런 일이 잦은 곳이고, 그냥 당연하다는 듯 일어나는 일상 중 하나였단 것.


"이야, 돗자리 펴도 되겠네."라며 장난어린 말로 찾은 짐들을 차에 싣고 본격적으로 우리의 중간 목적지로 향했다. 원래의 목적지는 남쪽 사막이었지만 하루의 반나절을 짐찾기로 보냈기에 상황이 바뀐대로 일정을 바꿔 중간 어딘가에 있는 캠핑장을 찍고 달렸다.





# 원숭이가 동네 마실 다니는 곳


공항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았을 지점, 어제도 보였던 원숭이 무리들이 또다시 보였다. "와....길거리에 원숭이가 있어?"라며 신기해서 구경했던 1인. 그리고서 똑같은 참새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좀 더 모래색인 것 같은 참새도 구경하면서 또 다른 동물은 어디 있나 하고 창밖을 한참을 구경하며, 망원경까지 꺼내 봤지만 첫날 구경한 동물 친구들은 원숭이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5시간이 다다르는 운전 내내 마냥 기뻤던 건, 또 다른 동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그 어떤 나라를 다녀보며 경험한 지형과는 묘하게 달랐던 아프리카의 허허벌판 길들이 그저 새롭게 느껴져서였다.






# 달리고 달려 도착한 자연 속 캠핑장


이 운전이 언제즈음 끝나려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 즈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겨우 도착한 첫번째 캠핑장. 원래 예정대로라면 나미비아의 수도인 빈트후크에서 남쪽에 위치한 사막, 영화 듄의 촬영지이기도 한 Dune 45를 볼 수있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게 목표였지만, 중간에 예상치 못했던 경로 수정으로 인해 D와 나는 구글 지도를 켜 두고 부지런히 뽑기를 했다. "여길갈까? 저길갈까? 대충 경로상 이정도 위치면 머물렀다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라며 한명이 운전을 하면, 다른 한명은 부지런히 다음 목적지를 찾아 서로의 의견을 물었다. 6년을 연애한 덕에 서로가 무얼 좋아하고, 어떤 공간을 선호하는 지 이미 말하지 않아도 아는 우리는 고르는 족족 "딱 좋은데!?"라며 큰 고민 없이 핸들을 휙휙 돌릴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냥 행복하기만 위해 여행을 떠났다기 보다, 분명 우린 다툴 거란 것도, 무언가 여행하며 잘못되는 일도 있을거란것도 예상을 하고 떠나와서인지 비교적 순조롭게 서로를 배려하며 여행의 순간순간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며 즐기며 흘려보냈다. 그렇게 첫번째 캠핑장에 도착해 우릴 반겨주던 호스트분을 만나 간단한 설명도 듣고, 호스트의 딸과 함께 어떻게 캠핑장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도 나눴다. 우리와 나이대가 비슷해 보였던 딸은, 몇년 전 까지만 해도 빈트후크에서 법대를 다니며 공부를 하고 법조계에서 일을 하다 팍팍한 도시의 삶이 맞지 않아 일을 접고 부모님께서 운영하는 농장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이 캠핑장은 규모가 꽤 컸는데 한쪽은 기계식 자동 물뿌리개가 물을 줄 정도로 넓게 끝없는 농지가 펼쳐져있고, 다른 한쪽엔 각종 행사가 열리는 대여공간으로 꾸며뒀었다. 알고보니 원래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포도밭을 운영 하다가 몇해전 그만두고 캠핑장으로 업종을 바꾸셨다고 했다.


이유인 즉슨, 지난 8년간 나미비아의 극심한 가뭄으로 포도를 생산하기엔 척박한 환경 탓에 결국 포도농사를 접게 되었고 예술가의 느낌이 나던 어머니께서 모든 공간을 꾸미셨다고 했다. 우드톤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던 펜스들은 포도농장을 하며 포도나무 지지대로 사용하던 통나무들을 재활용 해 울타리와 샤워장 펜스 등으로 활용하셨다고 했다. 게다가 물이 부족한 나미비아에서 몇 안되는 초록 잔디가 있는 캠핑장이라고 하셨는데 그러고 보니 그랬다. 모두 모래가 날리는 캠핑장이 대다수인데 초록 잔디가 파릇파릇 자라나는 공간이라니! 어떻게 가능한가 하고 봤더니 캠핑장에서 사용되고 남은 물들을 정화해서 잔디로 뿌려주고 다시 물을 재활용하는 구조를 사용중이시라고 하셨다. 게다가


호스트의 따님과 이야길 나누며 느낀건, 지구 반대편을 날아와도 사람 사는 건 똑같다는 것과 팍팍한 도시의 삶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왜 그토록 원하면서 강원도 산골이나 문경 어딘가 숲속 생활을 선뜻 하지 못하는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용기가 부족한걸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여전히 한국으로 돌아와 TV를 켜면 Youtube채널에서 최상단 목록에 떠 있는 영상들은 죄다 '시골농부' '베란다 텃밭' '오도이촌'과 같은 시골삶이 가득이다.





# 소박하지만 꿀맛


이야기하고 떠들다보니 금세 저녁이 되어버려 부랴부랴 저녁 준비를 했다. 캠핑이라 하면 고기부터 시작해 어묵탕에 마시멜로 꽂이에 각종 화려한 음식들이 가득해야하지만, 이미 한국에서 한 때 캠핑에 푸욱 빠져 온갖 요리를 다 해 본 D와 나는 그 마저도 모두 일로 다가와 언젠가부터 캠핑에서도 집에서도 '먹을 만큼만! 최대한 힘 덜 가게.'요리를 하곤 한다. 아프리카에서도 마찬가지.


열심히 불 앞에서 고기를 굽고, 팔팔 끓는 물을 챙겨간 라면컵에 붓는 순간 "저녁 완성! 먹자!"라며 소박하지만 꿀맛같던 저녁을 호로록 해치웠다. 그리고서 동생 여자친구가 크리스마스 이전에 손수 예쁘게 하나하나 포장해 선물해준 핸드드립 커피 한잔으로 선선한 여름밤을 마무리 지었다.


참 이상하면서도 신기한게, 사람은 변한다는 점.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세상에 어쩜 그리도 신기한 것도 해 보고싶었던 것도 많았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도 때론 하고싶은게 있지만, 예전만큼은 덜하다는 것과 채우기 보다는 비우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점. 나이가 든다는 게 행복한 일이었다는 걸 종종 느끼는 요즘이다. 10년만 어려서 아프리카를 갔더라도 열정이 남아도는 D와 나는 분명 더 많은 무언가를 하려 과한 노력을 했을 거고, 더 많이 무언갈 이뤄보려 했을텐데 각자 10년은 족히 넘는 시간동안 자취를 하며 자기만의 공간과 삶을 꾸려도 보고 수많은 경험을 해 보고 만나서인지 둘 다 이제는 안다. '적당함'이 주는 행복감을. 나이가 든 건가 싶기도 하지만 '안정감'이라고 감히 말해보고 싶다.






# 그렇게 소소하게 하루가 지나가고


D는 D대로 다음날 어딜 갈 지, 무얼할 지 구경하며 찾아보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는 고개를 살짝만 젖혀도 쏟아질듯 보이는 밤하늘을 구경하며 연신 "우와.....우와....진짜 예쁘다. 너무 예쁘다..."라는 말을 해대며 눈에 담고, 카메라에도 잔뜩 담았다.


매일이 이렇게 별이 쏟아지고, 맑은 공기가 있는 공간에서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으로 하룰 마무리 한 날. 언젠가는 꼭 시골집에서 작은 텃밭도 만들어두고, 가족들에게도 공간을 빌려주며 함께 고기도 구워먹고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집을 마련하고싶다.





# 드라이기가 왜 필요해, 클렌징티슈도 필요없는 곳


아침에 일어나 제일 좋아하는 라즈베리잼에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 아침을 해결했다. 곡물 가득하던 시리얼도 덤. 전날 밤 햇빛에 데워진 물로 빠르게 샤워를 하고 햇살에 머리를 탈탈 털어가며 바싹 말렸다. 자연 바람으로 머릴 말리는게 얼마만인지. 아주 어릴 때, 한여름에 밖에 나가 놀고싶은 마음에 덜마른 머리로 친구들과 뛰어놀다보면 순식간에 머리가 말라있던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났달까. 자연엔 다 있었다. 우리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헤어 드라이어도, 따뜻한 물도 자연은 다 만들어 내는 방법이 있었네 싶었던 아침. 머릴 말리며 자연이 주는 그대로의 행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단게 고맙기도 하고 나만 이 행복을 누릴 순 없지 하는 마음에 싱크대 옆에 놓인 스펀지 수세미에게도 햇살아래서 마를 수 있는 특권을 함께 누릴 기회를 줬다.


D는 이런 날 보며 "우리 H는 항상 무슨생각을 저리 하는걸까."하며 갸우뚱 -


이렇게 우리의 셋째날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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