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골든타임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5시쯤 눈이 떠졌다. 전날엔 일찍 잔 것도 아닌데 신기할만큼 정확한 생체시계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오니 수탉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가 날 깨운것 같기도 하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니 잠자던 강아지들이 내게 몰려온다. 하품하고 기지개를 켠다. 얘들도 지금이 오늘의 시작이다. 새벽 산책길을 쫄래쫄래 따라온다. 든든한 수행원들이다.
공기가 차다.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열대야라고, 섭씨 35도까지 치솟고 폭염경보라는 말이 나온 게 불과 몇시간 전이었는데 말이다. 밤사이 내린 이슬로 샤워한 녹음은 한 톤 더 푸르르다. 풀내음이 코끝을 찌른다. 오감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호박꽃은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밤새 오므렸던 꽃잎이 약간 벌어졌다. 해가 뜨면 활짝 펴 양분을 듬뿍 섭취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수박은 얼마나 자랐을까. 자는 동안 수박·참외밭 입구에 거미가 그물망을 쳐놨다. 미안하지만 걷어내야 했다. 아이 주먹만하던 수박은 어른 주먹만해졌다. 하룻밤새 이렇게 자랄 수 있나? 느낌 탓겠이지만 어찌됐건 하루하루가 다른 기분이다.
이제 막 동이 튼다. 한두시간만 지나면 다시 더워지겠지. 새벽 5시, 한여름의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