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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May 31. 2020

[리뷰]렛미인, "난 초대받아야 들어갈 수 있어"

뱀파이어 소녀와 유약한 소년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이야기. 


#첫만남

같은 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12살 소년 오스칼은 외로움에 사묻혀 지낸다. 괴롭힘을 참아낼 것인지, 복수할 것인지 고민하며 그야말로 칼을 간다. 

하지만 연약한 이 아이가 할 수 있는건 우직하게 서있는 나무를 찌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뿐이다. 나무에 화풀이를 하고 뒤를 돌아봤을 때, 이를 빤히 지켜보는 이엘리가 있다.

첫만남. "확실히 말할게. 난 너랑 친구 안할래". 이엘리는 선을 긋는다. 이엘리는 방어기제가 강하다.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한다. 서로가 너무 다르다는 걸 알기에, 감당하는걸 포기한다.


#끌림

옆집에 사는 소년과 소녀. 의도치 않아도 서로 눈에 띄고 말을 섞게 된다. 그러면서 끌림을 느낀다. 확실히 좋을 때가 있다는 것, 끌림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다.


#맹목적 희생

이엘리의 유일한 가족(아버지?)이 있다. 이엘리에게 필요한 피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감수한다. 철저히 자신의 신분을 숨긴채 살아간다. 

살인에 실패해 피를 구하지 못한 그에게 이엘리는 짜증을 부린다.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해" 뿐이다. 

구혈 작업이 실패하자 자신의 얼굴에 염산을 들이붓는다. 병원에 입원한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엘리에게, 자신의 피를 주고 세상을 떠난다.

그가 떠나며 이엘리는 홀로 남겨진다. 오스칼을 향한 마음이 더 커진다. 조금씩 마음을 연다. 운명적 요소. 외로움이 더할수록 본능적 끌림을 찾게 된다.


#결핍

소년과 소녀는 너무 다르다. 사람은 빛을 보며 살아가고 뱀파이어는 어두움에서만 살 수 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뱀파이어가 먹으면 토한다.

둘의 공통점은 결핍, 부족함이 있다는 것. 둘은 간격을 좁혀간다. 소녀는 흡혈 욕구를 참고, 소년은 두려움을 견딘다.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그러면서 둘은 강해진다.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진다. 괴롭히던 악당에게 맞설 용기를 얻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희망을 갖는다.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랑의 힘이다.


#"Let me in"

이엘리는 오스칼에게 자신의 원래 모습, 뱀파이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오스칼에게 선택을 맡긴다. "난 초대받아야 들어갈 수 있어". 

살기 위해 살인을 해야하는 이엘리를 이해하지 못하던 오스칼은 이엘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완전히 다른 둘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결국 소년은 소녀의 '살기 위한 살인'을 돕기까지 한다. 믿음이 있으면 뭐든 이해할 수 있다.

이엘리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신이 없어, 책임을 전가한다. 오스칼의 선택, '렛미인'을 허락받은 소녀는 마음껏 소년을 사랑한다.


#이별

"난 떠나야해". 이말을 남긴 이엘리는 피묻은 입술로 오스칼과 키스한다. 그리고 사라진다.

남겨진 오스칼의 입술엔 피가 묻어있다.

소년은 소녀를 그리워하며 눈물흘린다. 다시 찾아온 결핍의 시간이다. 결핍을 채울 수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희망이 다시 사라졌을 때, 그 결핍의 크기는 더 커져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돌아온 소녀

같은반 악당의 형이 오스칼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수영장에 홀로 남겨진 오스칼에게 3분동안 잠수하지 못하면 눈알을 파버리겠다고 협박한다. 

머리끝까지 물속에 잠긴채 초침이 흐른다. 죽을 수도 있는 위기.

소년이 정신을 잃어가고 있을 때, 수영장 물속으로 조각난 신체 부위들이 피를 뿌리며 떨어진다.

이엘리가 나타나 오스칼의 목숨을 구한다. 둘은 서로 마주보며 웃는다.


#미래

소년과 소녀는 기차를 타고 함께 떠난다. 어두운 상자에 이엘리를 담아 빛으로부터 보호한다. 둘만의 언어로 대화하며 함께 떠난다. 

좀 다르면 어떤가. 감당할 수 있다면, 둘이 이해할 수 있다면, 서로가 서로가 될 수 있다면, 둘은 행복한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다. 이들의 만남은 결핍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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