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늘 그렇듯 인사발령은 느닷없다.
막걸리와 파전을 떠올리게 하는 빗소리 탓에, 퇴근 시간보다 한 시간쯤 일찍 청와대 춘추관을 나와 서촌의 조그만 막걸리집에 자리를 잡았다.
첫잔을 비우는 순간 카톡 단체방에 인사발령 내용이 올라왔다. '내 일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차분히 스크롤을 올리다 생뚱맞은 내 이름을 발견한 손가락이 멈춰섰다. 내 이름 앞에 '금융부'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정치부는 오래 했지만 국회에서 청와대로 출입처를 옮긴지는 6개월 정도밖에 안됐다. 오자마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해외순방 한 번 못갔다. 청와대 출입기자가 누릴 수 있는, '공군 1호기' 탑승 기회가 사라졌다.
청와대 꾸미 기자들과 '번개'로 모였던 이날 자리는 별안간 환송회로 변했다. 오랜만에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셨다. 아쉬움을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
다음날부터 난, 금융부 기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