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골예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cegraphy Sep 06. 2020

거제 칠천도-황덕도, 2박3일 어촌생활

신선놀음


부산 친구집에서 하룻밤을 잔 우리는 이튿날 낮 거제도로 향했다. 거제도와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를 건너자 한국이 맞나 싶은 광경이 펼쳐진다. 유난히 높푸른 하늘과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춘다. 바다에 부딪힌 햇살은 다시 반사돼 하늘을 밝힌다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오늘밤 어디서 자야할까. 일단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거제도 안으로, 풍경을 즐기며 이동했다. 발길이 머문곳은 칠천도. 거제도 윗쪽에 있는 작은 섬이다. 한바퀴를 도는데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크기다.

주변에 편의점도 없을만큼 외졌지만 바닷가를 품고 있는 물안마을에 도착했다. 삼시세끼-어촌편 컨셉에 어울리는 물안민박을 발견했다. 허름하지만 우리끼리 오롯이 사용할 수 있는 독채건물이다. 숙박비도 저렴하다.

턱시도 고양이가 우리를 반긴다. 주인 할머니는 바로 옆 밭에서 딴 초록 채소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짐을 푼뒤 섬을 한바퀴 돌았다.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노을이 뭍에서 보던 노을과는 다르다. 넓게 펼쳐진 바닷물, 잔잔히 흐르는 파도에 마음이 평안해진다.

20분 거리 읍내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봤다. 누가봐도 맛있어보이는 동네 치킨도 한마리 포장해왔다. 이날 저녁 메인메뉴는 삼겹살 구이. 고양이 식구들도 우리 파티에 동참했다.

밤바다의 운치도 빼놓을 수 없다. 맥주 한 잔 마시며 늦여름 바닷바람을 만끽한다.

다음날 아침엔 차에 기름도 넣고 낚싯대도 살 겸 다시 읍내로 나갔다.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백반을 시켰는데, 작품이 나온다. 호박잎쌈, 갈치찌개.. 서울에선 흔치 않은 맛이다.

익숙치 않은 낚시지만 살껀 다산다. 통발도 샀다. 마트에 다시 가기 쉽지 않다는걸 학습한 우리는 차 트렁크를 가득 채우고 다음 목적지, 황덕도로 향한다

황덕도는 작은 섬 칠천도에 붙어 있는, 더 작은 섬이다. 50가구도 살지 않는 조그만 어촌이다. 바닷가민박에 짐을 풀었다. 리모델링한지 얼마되지 않은 깔끔한 민박이다.

낚시 포인트로 향하는 길에 동네 강아지들이 따라붙는다. 붙임성이 좋은 게, 깐순이가 떠오른다. 결국 낚시터까지 따라왔다.

낚시의자를 깔고 낚시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난관이다. 갯지렁이를 잘라서 끼워야하는데 쉽지 않다. 손가락을 찔러 피가 나기도 했다.

조그만 물고기 두마리를 잡았다. 요리하기엔 애매한 크기라 그대로 놔줬다. 낚시는 나랑 썩 맞지는 않는것 같다. 기다림을 즐기는 체질이 아니다.

맑은 여름날이 흘러간다. 하늘은 푸르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지않은 초목에선 날것의 매력이 느껴진다. 해가 수평선을 넘어갈때 자연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저녁 메뉴는 방어회와 장안반점 탕수육+짬뽕이다. 민박집에서 미리 주문한 방어회. 5만원인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무한리필'이다. 부드럽고 정말 맛있는데 결국 남겼다.

칠천도 입구에 있는 장안반점은 매력있는 동네 중국집인데, 독특하다. 특히 짬뽕. 섬답게 해산물이 그득하다. 국물은 차돌짬뽕처럼 육고기 베이슨데 감칠맛이 난다. 계속 손이 가는 메뉴다. 탕수육도 평균 이상이다. 소스를 뿌리지 않고 소금만 찍어 먹어도 맛있다.. 여기에 노을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 더할 나위없는 평온함이 찾아왔다.

다음 순서는 밤바다 야경. 그날따라 유난히 밝은 달과 별, 달이 비춘 밤바다의 구름, 바다에 수놓아진 달의 분신 수백개가 향연을 이룬다. 역시 무용한것들은 아름답다. 수없이 많은 이날의 명장면 중 하이라이트로 꼽을만 했다.

섬을 떠나는 날 아침 섬 한바퀴를 달렸다. 3km를 조금 넘게 달렸는데, 그동안 마주친 사람이 없다. 그만큼 한적한 마을이다.

밤새 넣어둔 통발에는 조그만 쥐치 3마리만 들어있었다. 전날 밤에 꺼냈을 때는 더 큰 고기가 있었는데, 탈출에 성공했나보다. 바라는 게 크지 않았으니 실망도 크지 않다.

도시생활에선 익숙치 않은 풍경들을 내내 만끽할 수 있다는 점, 아무 걱정 없이 먹고 쉬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가끔 심심해질 때는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시골 여행의 매력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골요리] 숯불수제버거, 속재료는 텃밭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