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2006년 가을 필름카메라를 처음 만났다. 괜찮은 가성비를 가진, 입문용으로 제격인 니콘 FM2였다. 학보사 형들이 초점 잡는 법, 조리개가 뭔지 셔터스피드가 뭔지, ISO가 뭔지를 가르쳐줬다. 빨간 빛이 감도는 암실에서 흑백사진을 인화했다. 스무살이 가기 전, 모르던 세계가 나타났다. 신기하고 재밌었다. 인사동, 삼청동 사진 갤러리를 보고 부러웠다. 나는 언제쯤 이런 갤러리에서 내 사진을 전시할 수 있을까ㅡ 생각이 들었다.
사진부를 선택한건 당연했다. 그렇게 나는 사진기자가 됐다. 그때부턴 늘 두리번거렸다. 항상 찍을거리를 찾았다. 평범한 곳에서도 새로운 걸 찾아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누워서 보면 새로운 모습이 나타났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난 '사진찍는사람'으로 기억됐다. 인터넷을 하다보면 생각치 못한 곳에서 내가 찍은 학교 사진, 연예인 사진이 나왔다.
신문사에서 사진기자 인턴을 하고 군대에 다녀와서도 사진을 찍었다. 사진전을 하고, 공모전에 출품해 상을 받기도 했다. 사진특기자로 해외봉사를 가기도 했다. 사진기자가 되려고 언론고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덜컥 글을 쓰는 기자가 돼버렸다. 취재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점점 카메라와 멀어졌다. 사진으로 뭔가 하겠다는 열정이 식어갔다.
최소한은 지켰다. 외국에 나갈땐 꼭 카메라를 챙겼다. 해외 출장 기회가 많았다. 터키를 시작으로, 중국, 몽골, 미국,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에스토니아, 일본에 다녀왔다. 새로운 곳엔 새로운 찍을거리가 있다. 대학생 때보다 경제적 여유가 생겨, 휴가 때마다 외국으로 향했다. 캐나다도 가긴 했지만 동남아가 좋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일본에서 사진을 찍었다. '건졌다'는 느낌이 드는 사진이 쌓여갔다.
작년엔 서울집을 리모델링하면서 갤러리 느낌을 내고 싶었다.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크게 인화해 집 곳곳에 걸었다. 결혼하는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이번 여름, 진짜 갤러리를 갖게 됐다. <깐순이네민박>을 운영하면서 1층에 사진들을 전시했다. 넓고 천장도 높은 공간이라 갤러리로 제격이다. 사진 엽서도 제작했다. 게스트들이 보고 가니 관객들도 얻은 셈이다.
시골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사진작가의 꿈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다.
다시 카메라를 잡을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