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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Nov 17. 2020

평양냉면, 불고기, 만두, 어복쟁반 치열한 내부경쟁

진미평양냉면, 오로지 맛으로 승부하는곳


생활권이 서대문-광화문이라 강남에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잘 가지 않는다. 친구가 최근 이직한 회사 근처에 엄청난 맛집이 있다고 해서 무거운몸을 이끌고 한강을 건넜다. 친구 선배가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이 식당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마침 그 클라이언트가 학동역 주변에 맛있는 곳이 유명하다고 가고 싶다고 한 곳이 이곳이란다. 약속시간에 10분 정도 늦었더니 자리없으면 어쩔거냐고 성화다.

다행히 자리는 많았다. 본관엔 사람이 많아서 별관으로 갔다. 나올때쯤 되니 여기도 꽉찼다. 인테리어는 동남아 한식당 느낌이다. 조립식 건물, 인테리어랄게 따로 없다. 심플 그 자체. 맛 하나만으로 승부한다는 얘기다. 구리색 불고기용 식기가 심상찮다. 일단 소맥으로 혀와 위를 예열시켰다.

불고기 등판. 9월 휴가 때 광양에서 광양불고기를 먹고 왔는데 스타일은 약간 다르다. 광양불고기는 숯불에 석쇠로 굽는데, 여긴 가스불이다. 2인분인데 양이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두 판이 나온다.

국물이 특제 불판으로 내려가서 계속 끓는다. 고기가 익으면서 육즙도 흘러내려간다. 갈수록 맛있어질 수밖에 없다. 전혀 질기지 않다. 식감이 너무 부드럽다. 녹아 없어지는 느낌. 자꾸 손이간다. 배불러지는 느낌도 덜해서 좋다.

만두귀신이 만두를 빼놓을수는 없다. 이북식 만두. 피를 어떻게 만드는건지, 보이는것만큼 쫄깃쫄깃하다. 반죽 비결을 물어보고 싶다. 쫀득쫀득하다. 밀가루인데도 건강해질거같은 식감이다.

특제소스. 쌈장말고 비슷한 비쥬얼의 특제소슨데 별미다. 만두는 속도 꽉꽉 찼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다. 30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간절한 상황이라면 50개도 가능할듯.

모든 국물요리는 타지 않는다면 오래 끓일수록 맛있다. 불고긴데 국물요리인가보다.

1000원으로 볶음밥 먹는 법. 볶음밥은 메뉴에 없다. 식당 입장에서 번거롭고 수익엔 그닥 도움안되는 메뉴가 볶음밥이라고 한다. 품은 많이 드는데 그래봤자 가격이 얼마 안되니까. 공기밥 하나를 시키고 김치를 추가 주문해서 잘라넣고 볶았다. 국물이 맛있으니 볶음밥도 맛있을 수밖에 없는 차원을 넘어서서 더 맛있다. 이거 먹으러 또 가고 싶을 정도.


평양냉면은 시그니처 메뉴답게 실망시키지 않는다. 을밀대보다는 정인면옥에 가까운 맛. 심심하니 닝닝하니 평양냉면이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생각을 또 넘어서는 맛이다. 배가 완전 부른상태에서 먹었음에도 또 맛있다. 그런 맛이다. 고기 두첩이 올라오는데, 이것도 대충 만들지 않았다. 다음에는 제육, 편육, 어복쟁반을 먹으러 와야겠다. 메뉴들 간 내부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내가 만든 볶음밥.

메뉴. 아 소주가 5000원이었구나. 그래도 냉면 11000원이면 나쁘지 않은 편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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