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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Dec 09. 2020

'마이너스의손' 움직이자 '마이너스통장' 역대최대

#13일의 금요일

13일의 금요일(11월), 금융당국이 움직였다. 신용대출에 메스를 대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불안해진 국민들은 당장 은행으로 달려갔다. 쓸지 안쓸지 모를 '마통(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 한도를 높여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1월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6925억원으로 전월대비 4조8495억원(3.76%)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금융당국은 고소득층(연소득 8000만원 초과)의 고액 신용대출(누적 1억원 이상)까지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을 골자로 하는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지난달 13일 내놨다. 이 방안은 약 2주만인 지난달 30일 적용됐다.


대책이 발표된 직후 은행 각 영업점과 본점 여신담당 직원들은 '특근모드'에 들어갔다. "어떻게 되는거냐", "마통을 뚫어달라" 등 고객들과 지인들의 문의가 쇄도하면서다. 실제로 '막차' 신용대출 행렬은 월 신용대출 역대 최대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은행들에게 월 2조원 안팎으로 신용대출 증가폭을 관리해달라는 당국의 주문이 무색해졌다. 13일의 금요일, '그날'의 대책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11월 신용대출이 그만큼 증가했을까.


#데자뷔

정부가 움직이니 신용대출이 늘어난 건 처음이 아니다. 불과 세 달 전에도 신용대출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5대 은행의 지난 8월 신용대출 전월대비 증가액은 4조704억원이었다.


6월과 7월 연달아 발표된 부동산 정책의 풍선효과였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를 강화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정부의 잇달은 부동산 대책은 수요자들이 심리를 자극했다. 더 늦기 전에,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야한다는 초조함을 일으켰다. 결국 집값은 계속해서 올랐고, 국민들의 빚도 늘었다.


#숫자

당국은 '숫자'에 예민하다. 특히 '역대 최대'같은 수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결국 남는 건 숫자"라며 정해진 수치적 목표를 맞추기 위해 조바심을 낸다.


지난 여름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아졌다. 당국은 '금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직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줄이고 한도를 낮추기 시작한 은행들은 일반 직장인과 사회초년생 대상 대출상품에도 손을 댔다.


당국의 개입에 따라 신용대출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을 벗어났다. 하지만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7개월째 '역대 최저'인 연 0.50%다. 정부의 '숫자놀음'에 국민들이 더 많은 이자를 내게 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4일 이틀 연속 다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모았다. 여느때처럼 은행들을 질타하고 새 대책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마이너스의손'이 어디로 향할까." 시장에서 나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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