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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Oct 10. 2020

"집 살 길은 보이지 않는다"…기안84 아닌 누구라도

원망받을 의무

"가끔은 기가 막힌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도, 집 살 길은 보이지가 않는게"

"한강이 보이는 마당 있는 주택은 몇 년만에 몇 십억이 올랐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노동 의욕이 사라져. 이건 진짜 뭔가 잘못된 거 아니냐?"


요즘 3040 지인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한 사람이 말을 꺼내면 다른 사람들이 동의한다. 사실이라서다. 


집값이 터무니없이 올랐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6억10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3억1000만원(52%) 올랐다. 


3년에 3억, 1년에 1억씩 오른 셈이다. 대한민국 보통사람 연봉의 2~3배. 일할 의욕이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 3~5년 전 집을 산 사람과 사지 않은 사람으로 계층이 갈렸다. 특히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했던 사람은 가족들에게 죄책감마저 느낄 정도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이런 말들이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에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웹툰 속 초등학교 기간제 체육교사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달'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러면서 "닿을 수도 없는 이야기 같은!"이라고 혼잣말을 내뱉는다.


'달'이 원망의 대상으로 비춰졌는데, 문재인 대통령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해석됐다. 해석이 맞다면 작가의 의도는 풍자였을 것이다. 과하지 않은 선에서 보통사람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돌아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단지 집을 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경우다. 훌쩍 높아져버린 벽을 넘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되면서 원망의 대상을 찾는다.


폭발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이 누구의 탓인지는 규정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19 등 복합적 상황이 작용하며 장기화된 글로벌 경기침체, 그로 인해 어느 나라든 선택의 여지없이 쓸수밖에 없어진 확장정책과 저금리 기조. 또 그로 인해 넘칠만큼 시장에 돈이 풀려버린 '유동성 파티'까지. 부동산은 그 누가 정부를 이끌던 올랐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집값은 이번 정권에서 폭발해버렸다. 원망을 하고 욕을 하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억울한 사람들은 원망의 대상이 필요하다. 비판이나 풍자를 통제해선 안된다. 조금이나마 사람들을 위로해줄 '책임'마저 외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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