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예찬]에움길

천천히 돌아가는길,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길

by peacegraphy

'지름길'처럼 '에움길'이란 순우리말이 있다. 빙- 둘러 가는 길이나 우회로를 에움길이라고 한다. '에워싸다'라는 말과 같은 어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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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지름길을 택해왔다. 재수도 안했고, 군대도 늦지 않게 갔다. 가장 빨리 제대하는 육군(카투사지만..)을 택했다. 졸업도 빨리, 취업도 빨랐다. 언제 한 번 뒤쳐진 적이 없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일을 하는데, 글도 빨리 쓰는 편이다. 문장이 짧다. 문장이 짧다고 빠른 글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호흡이 가쁜 감이 있다.


그런데 내 글이 느리게 읽힌다는 얘기를 들었다. "시골예찬을 읽어보면 느려. 조용하고 속도도 천천히 가는 느낌이야." 몇 안되는 애독자 중 한 명인 친구의 말이다.


그러면서 에움길이란 단어를 알려줬다. 시골예찬이란 제목을 달아놓긴 했지만 작은 아쉬움이 있었다. 평범한 것 같기도 하고, '시골'이나 '예찬'이란 단어의 음감이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진 않았다. 에움길은 단어 자체가 소박한 아름다움을 머금었다.


부제도 정해줬다. '천천히 돌아가는길,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길'. "요즘 네 생각 아니야? 그러니 시골예찬을 쓰는거고". 정확히 맞는 말이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다. 계속 달리곤 있는데, 어느 순간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내가 보였다.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저 먼치에 시골이 있었다.


이제는, 천천히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목적지가 아닌 길 자체가 내 삶이다. 천천히, 깊게 만끽하는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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