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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Mar 05. 2022

발리 요가스쿨 지옥훈련, 난 왜 자원입대를 했을까

발리 YTT(2)


14시간에 걸친 혹독한 요가수업 둘째날 일정을 마치고 방에 들어와 노트북을 켰다. 어제 잠을 못잔것도 아닌데 눈이 감기고 하품이 나온다. 온몸이 쑤신다. 살이 빠진건지 물이 빠진건지 얼굴이 수척하다. 머리도 약간 띵한느낌이다. 100시간 요가티쳐트레이닝코스 2일차, 새벽 5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일정을 모두 마친 현재상황. 온몸이 너덜너덜하다.

일주일째 아침 달리기를 하던 흐름이 끊기는게 아쉬워 새벽 5시30분에 밖으로 나갔다. 아직 별들이 총총 떠있었다. 발리에선 새벽 시간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유독 크게 잘보인다. 해변을 따라 걷다보니 일출을 볼 수 있었다. 바다 저편에 보이는 누사쁘니다 섬의 실루엣과 붉게 물들어가는 동쪽하늘의 풍경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해가 완전히 수평선을 넘어오기 전까지는 별들이 보인다. 해와 별이 한 프레임 안에 공존한다. 이런 모습을 보며 파도 소리를 들으며 뛰는 발리의 아침루틴은 포기할 수 없다. 달리기를 마치고 샤워한 뒤 곧바로 일정이 시작됐다.

아침 6시30분, 첫 수업은 Pranayama(호흡법)다. 요가의 기본은 호흡이다. 편안하고 올바른 자세로 호흡에만 집중한다. 온몸의 긴장을 풀어 부상을 막는 준비운동과 비슷하다.

복식호흡을 하면서 눈을 감고 신체 각 부위에 정신을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머리부터 눈, 코, 입, 목, 어깨, 팔, 가슴, 배, 다리, 발가락까지 차례로 내려왔다. 내 몸의 여러 부위는 지금도 각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히 불편할때를 빼고는 한 부위에 주의를 기울여 집중한적이 거의 없었다는걸 깨달았다.

첫수업은 무사히 넘겼다. 두번째 시간은 Vinyasa/Hatha 실습. 빈야사 요가는 전날 내게 호된 신고식을 치러준 아쉬탕가의 일종이다. 아침밥도 먹기 전에 땀을 한바가지 흘렸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균형감각이 떨어지고(버스에서 서 있는것도 힘들다) 몸이 뻣뻣한 내게 요가는 어떻게 보면 상극이다.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으면서 1분 가까이 자세를 유지하는건 푸쉬업 100개를 하는것보다 힘들다.

온몸을 비틀고 생전 처음 취해보는 자세가 연속되다보니 온몸의 땀구멍이 활성화됐다. 종아리에서 이렇게 땀이 많이 나는지 처음 알았다. 물놀이를 오래 했을때처럼 손이 물에 붓는 경험을 이틀 연속 했다. 그만큼 쉴새없이 땀이 쏟아졌다.

아침식사를 구경도 하기 전에 녹초가 돼버렸다. 오전 8시30분 아침시간, 역시나 채식이었지만 맛이 없을수가 없다. 감사히, 맛있게 해치웠다.

9시30분부터는 요가철학 강의 시간이다. 카르마요가, 박티요가, 하타요가 등 요가의 종류를 배웠다. 종류별로 차이는 있지만, 관통하는 요가의 철학은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자기 자신(몸과 마음)을 사랑하고 아껴줘야 한다? 이 정도로 이해됐다.

그 다음 시간은 Yin yoga(인요가). 이론강의 선생님이 인요가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했는데 나한테는 아니었다. 몸을 비틀고 뻣뻣한 근육을 찢어주는데 너무 힘들었다. 몸아 미안해, 그동안 내가 잘못했어...바른 자세보다 편한 자세를 찾으며 몸을 방치한 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역시나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Yin(인)은 음양 조화에서 '음'을 말한다. 신체의 장기는 음과 양의 '세트'로 구성됐다. 신장(음)은 방광(양)과, 폐(음)는 대장(양)과, 심장(음)은 소장(양)과 짝꿍이라고 한다. 인요가 선생님이 티칭 방식도 설명해줬다. 아쉬탕가와 인요가, 반야사를 적절히 섞어서 수강생(Yogi)이 직접 수업을 디자인하라고 했다. 동작할 때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되니 선택지를 주라고도 조언했다.

다음 시간은 Anatomy(인체학) 시간. 중학교 과학시간 처럼 사람 뼈 모형을 앞에 두고, 뼈가 몇개고 관절의 종류, 역할 등을 배웠다.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닐때는 눕고 싶을 때 눕고 자고 싶을 때 잤는데, 여기에선 쉴틈이 없다. 쉬는 시간 5분이 달콤하다.

오후 1시 점심시간, 채식이지만 충분히 맛있다. 평소같으면 2~3배, 5배까지 먹을 수 있는 적은양이 나오지만 요기는 된다. 물론 돌아서면 바로 배고프긴 하다.

오후 2시 Ayrveda(아유르베다) 이론 수업을 듣고, 오후 3시 공포의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시리즈 시간이 돌아왔다. 오전 빈야사와 인요가로 혹사당한 안쪽 허벅지 근육이 당겨왔지만 피할 수 없는 수업이다.

거의 내내 엎드린 자세로 양팔에 힘을 주고 있어야 한다. 마운틴 자세, 업독, 다운독 자세로 바꿔봤자 팔에 준 힘은 풀 수 없다.

군대 때 체력단련을 빌미로 괴롭힘을 당했던 생각이 난다. 신병으로 들어온 후임들 중에는 이정도 강도면 못견디고 쓰러지는 애들이 많았던것 같은데, 요가스쿨의 대단한 선배님들 중에는 낙오자가 없다. 클래스메이트들이 버티는데 내가 먼저 넘어질 수 없다는 오기로 버텼다. 오전에 다 흘린줄 알았던 땀이 그 이상으로 더 나왔다.

10분 정도 일찍 끝났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군시절이 계속 떠오른다. 24시간 자유로웠던 내가 왜 내돈내고 자원입대를 했을까.

하, 이제 11일 남았다. 내일은 달콤한 데이오프. 우붓의 사원으로 단체여행을 간다.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흐름이 끊긴다느니, 반나절만 쉬자느니... 열정적인 요기들, 쉬어가면서 해야 운동효과가 더 좋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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