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치열한 논쟁 끝에 우리 요가스쿨 학생들은 일요일 하루를 쉬기로 결정했다. 수강생 16명중 11명이 우붓으로 투어를 가기로 했다. 요가원에선 미니버스를 한 대 대절해줬다. 목적지는 우붓으로 정했다.
알라스 하룸(Alas Harum)과 우붓 깊숙한 곳에 있는 '물의사원' 띠르따엠뿔(Tirta Empul Temple)을 방문했다. 알라스 하룸은 논밭(라이스필드)를 배경으로 짚라인, 스윙(그네), 스카이바이크 등을 설치해둔 관광지다. 그네 한 번 타는데 1만원이 넘는다. 자본주의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이라 큰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물의사원은 매우매우 만족스러웠다. 가이드가 붙어서 친절히 설명해주기도 했다. 962년에 '재건축'된 곳이다. '신들의섬'에서 대표적인 유적인만큼 조각상들이 셀수없이 많았다. 외국인들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외국인이 신기하다며 같이 셀카를 찍어가는 현지인도 있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려면 다리를 가릴 사롱을 둘러야 한다. 매표소 옆에서 빌릴 수 있다. 사원은 크게 세곳으로 구성됐다. 이중 한곳에서는 자연적으로 물이 흐른다. 성스러운 물이라고 한다. 방문객들은 이곳에 직접 몸을 담근다. 몸과 마음의 죄를 성수로 씻고 복을 빈다.
건물들이 옛스럽다. 사원을 지키는 '수호신' 조각상, 동남아시아 특유의 향냄새, 끊김없이 참배하는 방문객들, 흐르는 물소리와 그곳에서 나오는 냉기, 수백년된 고즈넉한 나무까지 조화를 이룬다.
두시간 정도 머무는 동안 계속 주변을 둘러봤다. 하늘도 맑고 공기가 좋았다. 온도도 발리 해변처럼 덥지 않고 반둥이나 보고르처럼 시원하다.
여기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입수'다. 정화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이곳에 온 의미가 없다. 락커에서 옷을 갈아입고 물에 빠져 머리까지 적셔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처음에는 일행 중 일부만 입수하겠다고 했다.
입수할 때 걸치는 가운을 입고 나와 다같이 사진을 찍으니 나머지 친구들도 부러웠는지 자기도 하겠다고 손을든다. 결국 전부 다 물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 우리는 지금 발리에 와있어.
다같이 offering(잿밥?)과 향초를 사서 먼저 기도를 하며 의미를 되새겼다. 힌두교에는 셀수없이 많은 신들이 있다. 인도네시아 다른 섬에선 이슬람교가 대세지만 발리에서는 힌두교 비중이 가장 높다고 한다. 지역별로도 문화가 다르고 독특한 색깔이 있다고 한다. 어디서든 관통하는 덕목은 '관용'이다. 다른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기도의식을 마치고 차례로 물에 들어갔다. 먼저 흘러내려오는 물을 향해 기도하며 소원을 빈다. 세 번 머리를 씻는다. 그다음에는 물을 머금고 뱉는 걸 또 세 번 반복한다. 다음 배수구로 이동해서 같은 의식을 반복한다. 배수구 5개를 돌면 정화가 끝난다.
소원을 빌기 전에 '어떤 소원'을 빌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한다. 요가에서 명상을 하며 신체 한 곳 한 곳에 집중하는 것과 비슷하다.
요가는 착하다. 자연을 아끼고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하다. 자기 몸과 마음을 사랑한다. 힌두교의 가르침도 마찬가지다. 종교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마음이 온화해진다는 것이다.
착한생각들을 매일 글로 배우고 몸으로 새기다보니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물의사원에서 정화도 됐으니 '깨끗함'을 당분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