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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Mar 08. 2022

요가 하루 14시간의 효과, 이렇게 달라진다

발리 YTT(4)

하루하루가 다르다. 좀 더 건강해지고, 좀 더 강해지고, 좀 더 착해지는 느낌이다.

인도네시아 발리 요가 티처 트레이닝(YTT)을 운영하는 요가스쿨 요그만트라에 입소한지 5일차, 하루 데이오프를 빼고 첫날 하프데이를 빼면 하루종일 요가만 한 게 3일째다. 이제 좀 적응이 된다. 이따금씩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첫날에는 진짜 죽는줄 알았다. 이튿날에도 왜 나는 내돈주고 군대에 자원입대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다르다. 동작들이 제법 쉬워졌다. 안찢기던 다리가 찢어진다. 허리가 돌아간다. 다른 의미에서, 내몸이 내몸같지 않다.

어제는 또 다리를 다쳤다.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 축구하다 종아리 근육이 터졌던 부위가 또 말썽이다. 무리하게 열흘 연속 아침 달리기를 하다가 결국 탈이 났다. 다친 직후 요가수업에서 무리하지 말라는 내용을 배웠는데, 내가 딱 사례였다.

무리하면 기필코 탈이 난다. 몸이 안좋으면 마음도 우울해진다. 몸이 이상을 느꼈다면 휴식을 줘야 한다. 요가는 무리한 동작을 강요하지 않는다. 요가 관점에서 몸은 영혼이 머무는 사원이다. 신성한 곳, 아껴야하는 곳이다.

요가 강사 자격증을 주는 코스이다보니 선생님의 덕목을 가르친다. 가르치기 전에 내가 먼저 이해해야 한다. 수많은 자세가 있는데, 어떤 자세가 올바른지, 장기와 관절, 신체부위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몸을 풀어주는 자세는 뭔지, 자세를 취하기 어려울 때 대안은 뭔지, 얼마나 오래 자세를 지속할건지 다 알고 있어야 한다.

강사가 돼 수업을 할때는 학생이랑 데이트하면 안된다고 한다. 이성으로 마음에 들었다면 교정을 위한 가벼운 터치도 피해야 한다. 에너지, 그 기운이 전달되기 떄문이다. 우리 인요가(Yinyoga) 선생님(여자)은 그래서 마음에 드는 학생과 데이트하지 않고 결혼했다고...

단순히 자세(Asana)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 학생과 교감한다. 서로 존중하며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배우는 과정이다. 학생이 취한 자세를 조정해야할지 말지 확신이 안선다면 그대로 두는게 낫다. 존중의 의미다.

요가 선생님은 자신의 수업을 스스로 디자인한다. 자세 순서 뿐만 아니라 룰도 정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지시어로 학생들을 올바른 자세로 이끄는 게 중요하다. 학생들의 성격은 다 다르고 요가에 온 목적도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선생님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그래서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선생님은 이번 코스를 마친 다음, 곧바로 요가 강의를 열라고 학생들에게 권유했다. 요가 경력이 많은 다른 친구들도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다며 한국가서도 열심히 하라고 말한다. 가족과 친구에게 '카르마요가'를 가르치며 감각을 이어가라고 했다. 한국에서 과연 가능할까?

요즘 너무 '홀리(holy)' 라이프를 살고 있다. 술을 입에 댄지 1주일이 지났고, 먹고 뒤돌아서면 배고픈 채식을 하루 세끼씩 벌써 열네끼나 먹었다. 그동안 다른 음식은 전혀 먹지 않았다.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요가 실습을 하며 땀을 쏟아내고 명상과 호흡, 이론수업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다. 온갖 욕심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심지어 채식이 맛있어졌다.

한국에서의 내 삶을 되돌아 보면 모든게 과하다. 점심, 저녁 약속에 가면 보통 진수성찬을 배가 터지도록 먹는다. 술도 안마시는 날보다 마시는 날이 더 많고, 또 많이 마신다. 잠도 실컷 잔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개운하지가 않다. 오전에는 한없이 늘어져서 무기력하게 지내다가 점심약속 시간에야 가까스로 집을 빠져 나온다. 요가의 가르침을 얻은 나는 과연 한국에 돌아가서도 달라질수 있을까?

모든 게 마음먹기 나름이다. "할 수 있다"를 또 배운다. 자신감이 전부다. 요가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 탄성을 질렀던, 어떻게 저걸 하지? 하는 자세도 용기내서 시도하면 된다. 처음엔 안되더라도 반복해서 시도하면 결국엔 된다. 삶의 패턴도 마찬가지다. 핑계는 핑계일 뿐이다.

수강생 16명의 출신은 다양하다. 이집트, 미국, 영국, 인도네시아, 한국, 오스트리아, 독일, 싱가포르, 멕시코에서 모였다. 아마 내가 여기에서 젤 영어가 서툰 것 같다. 오늘부터 티칭도 배우기 시작했는데 아직 걱정스러운 이유다. 우리 선생님은 인도네시아인이다. 하지만 4년동안 영어로 요가를 가르치니까 오히려 모국어로 가르치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할 수 있다"를 또 되새겨본다.
 
5일동안 채식을 하고 땀을 몇바가지는 흘렸는데 아직 뱃살이 그대로다. 그동안 얼마나 내 몸을 혹사시켰던 것인가. 이제 여덟 밤 남았다. 처음에는 군대 훈련소마냥 앞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흐르는 시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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