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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Sep 22. 2018

처음은 역사에 남는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처음들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8년 9월19일은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된다. 김 위원장이 그의 목소리로 비핵화를 처음 언급한 날로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적은 수차례 있다. 4월 판문점선언에서, 6월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비핵화를 명문화했을 뿐이다. 이번엔 다르다.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구체적인 핵폐기 방안도 제시했다. 


파격은 회담 내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9.19 평양공동선언' 다음날인 20일 백두산에 함께 올랐다.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사진이 남북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처음, 최초의 연속이다.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된 18~20일, 남북관계에 여러 '처음'이 생겼다. 김 위원장이 집권 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연 것 자체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이나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에 나선 적은 있지만 평양에선 처음이다.


김정은-이설주 부부가 평양 순안공항에 직접 나와 영접한 것도 처음이다. 다른 나라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환대다.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영화 속 연출이라고 해도 쉽지 않을 장면이 현실에서 이뤄졌다. 프레스센터에서 취재하면서, 멍해지기도 울먹해지기도 했다. 사관들이 수없이 많아졌다지만 역사를 기록하는 수천명 중 한명이라도 될 수 있단 게 행운이다.


의전도 '역사적'이었다. 두 정상이 공항에서 조선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할 때, 북측은 예포 21발을 울렸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영빈관 안으로 안내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19일 오후 대집단체조 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것도, 북측 시민들을 상대로 대중연설을 한 것도 모두 처음이다. 


김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북한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연 것도 처음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 부친인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났다. 노동당 청사 내부가 처음으로 전세계에 공개됐다. 극도로 폐쇄적이던 과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남한 대통령이 북한 최도 지도자와 함께 백두산을 방문한 것도 처음이다. 남한 국민들에겐 막혀 있는 북측 길을 이용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 시민들과 인사하며 머리를 숙인 장면도 이례적이다.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 내부가 공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또다른 처음이 기다린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서울에 초대했다. 올해 안에 서울 방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 지도자 첫 사례다. 새 역사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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