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시작은 단순했다. “탕수육 맛집이 있다더라.”
입소문에 이끌려 인천의 회빈루로 향했다. 오후 3시쯤 도착했는데, 식당 앞 인도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간이 의자 몇 개가 전부인 대기석은 바람이 막히지 않아 쌀쌀했고, 내 이름이 불리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뒤에도 음식이 나오기까지 다시 30분. 계산해보니 먹기까지 꼬박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린 한 끼였다.
식당 안은 오래된 중국집의 전형적인 풍경이었다.
테이블은 여덟 개 남짓, 간격도 넉넉하지 않았다. 벽에는 바랜 메뉴판과 오래된 액자가 걸려 있고, 바닥은 약간 끈적했다. 주방 쪽에서는 기름 튀는 소리와 함께 중식 팬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데, 문제는 그 속도가 손님 회전율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음식은 분명 정성껏 조리되고 있었지만, 순환 속도가 너무 느렸다. 웨이팅이 길어지는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음식이 나오자 모든 시선이 잠시 멈췄다.
대표 메뉴인 탕수육은 커다란 접시 위에 과일이 통째로 올려져 있었다. 얇게 썬 게 아니라, 사과·포도·오렌지가 큼직하게 들어가 달콤한 향이 강하게 퍼졌다. 소스는 찐득하지 않고 맑은 편, 튀김은 바삭했다. 이 집이 ‘노포’임에도 여전히 입소문을 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외 짜장면, 볶음밥도 맛은 기본 이상이었다.
그러나 맛이 아무리 좋아도 시간은 길었다.
2시간을 기다린다는 건 ‘맛집 체험’이 아니라 ‘인내 훈련’에 가깝다. 음식이 늦게 나오는 데엔 이유가 있다. 노포 특유의 좁은 주방, 한두 명의 요리사가 모든 메뉴를 담당하는 구조. 손맛이 살아 있는 대신 효율은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먹는 즐거움’보다 ‘기다림의 서사’를 먼저 남긴다.
식당을 나설 때쯤엔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여전히 팬이 불 위를 돌고, 문 앞엔 또 다른 이름들이 적히고 있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와볼 만하다.”
그게 내 결론이었다. 맛은 분명 있었다. 그러나 두 번은 망설이게 되는 맛집. 기다림이 양념이 되기엔 시간이 너무 길었다.
회빈루는 그래서 묘하다. 낡은 간판, 느린 리듬, 그리고 오래된 맛.
지금의 세련된 맛집 문화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 느릿함 속에 한 시대의 시간감각이 살아 있다. 다음엔 아마 다른 식당을 선택하겠지만, 그날의 회빈루는 오래된 동네의 냄새와 함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