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후인 료칸여행
겨울휴가철이었다. 신혼인 선배가 일본 온천여행이 그렇게 좋다고 했다. 고급 료칸에서 머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고. 친구들과 휴가 일정을 맞췄다. 2박3일 후쿠오카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첫날은 후쿠오카 하카타역 인근 시내에서 지냈다. 일단 요기를 하자고 들어 간 '아무 식당'에서 주문한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 한국에도 유명한 대창집은 줄이 너무 길었다. 어쩔 수 없이 '아무데나' 들어간 이자카야 역시 괜찮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아파트는 저렴하면서도 넓고 쾌적했다. 다음 날 아침 먹은 라멘도 훌륭했다. 모든 것이 좋았다.
둘째날은 유후인으로 향했다. 기차여행은 보너스였다. 2시간 가량 이동하는데,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큰 눈이었다. 일본에서도 이 정도 오는 곳은 북쪽 삿포로 정도라고. 어떻게 보면 악천후였다. 하지만 장관이 펼쳐졌다. 그거면 충분했다.
기차는 꼬불꼬불 산길을, 협곡을 뚫고 달렸다. 중간중간 만나는 소규모 간이역들은 일본 영화에서 보던 그 감성을 떠올리게 했다. 흩날리는 눈발이 순간의 채도를 낮춰줬다. 포토샵이나 사진보정 애플리케이션을 쓰는 사람이 많이 없을 때, 채도가 낮은 사진들을 보고 '일본사진'이라고 말하곤 했다. 보정없이 현실판 '일본사진'을 직접 만났다.
나는 소소한 풍경들에 감탄하고, 열차는 달리고 있었다. 그 순간 저 멀리, 한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어깨에 매고 있던 카메라를 들었다. '찰칵', 한 장을 찍었다. 열차는 계속해서 달렸고, 그 나무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 번의 기회였다. 다행히 기회가 날 받아들였다.
나와 그 나무 사이 거리에 있는 눈송이들이 사진을 빼곡히 채웠다. 초점도 나무에 잘 맞아줬다.
"이번 여행은 이 사진 하나면 충분해"
유후인 료칸에 도착해서도 눈은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내렸다. 그 눈들을 다 맞으며 호기를 부려 알통구보를 했다. 가이세키라는 정식 식사를 즐기고, 그 유명한 료칸을 즐겼다. 노천탕에서 뜨끈한 탕 속에 들어가 위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맞았다. 추우면서도 따뜻했다.
좋은 기억, 료칸여행을 두 번이나 더 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