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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Mar 02. 2019

'갓랩', 그랩과 베트남

교통지옥에서도 어디든 'OK'

2월25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 현금인출기에서 200만동(한화 10만원)을 뽑았다. 최소한이었다. 베트남에선 카드 결제가 안되는 곳이 많다고 들었지만, 항상 해외에 갈 때마다 현금을 쓸 일이 많지 않았다.


숙소까지 택시를 타려 했다. 택시기사들이 부르는 가격이 제각각이었다. 40만~50만동 정도를 불렀다. 그닥 멀지도 않은 거린데 비싼 것 같았다. 부랴부랴 '그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그랩은 승차 공유 앱이다. 일반 승용차들이 승객이 있는 곳으로 온다. 가격은 출발 전 호출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 23만동이였나, 택시비 절반 수준으로 차를 잡았다. 결제도 편했다.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됐다. 그랩과의 첫만남, 나쁘지 않았다.


김정은과 트럼프 두 명을 따라다녀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이동할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그랩을 불렀다. 이름처럼 바로바로 잡히니 너무 편했다.


오토바이와 승용차들이 터무니없게 뒤섞인 하노이 교통지옥. 차는 뭐 내가 운전하는 게 아니니까 타더라도 오토바이를 타면 사고가 나서 죽을 것 같았다.


나름 큰맘먹고 그랩으로 오토바이를 호출했다. 한 번 타고 난 이후론 웬만하면 차가 아닌 오토바이를 불렀다. 골목 구석구석을 (본의아니게) 볼 수 있었다. 비록 매연이지만 낯선 땅의 공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퇴근시간이면 오토바이와 차들이 쏟아져 나온다. 말그대로 발디딜틈 없을 정도로 도로가 가득 찬다. 신호는 왜 뒀는지, 보행신호에 건너도 경적소리를 듣는 곳이다. 역주행은 물론 가로세로로 질러가는 오토바이들도 많다. 그런데 사고가 나지 않는다.


그랩 오토바이 기사들은 인공지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connected car'라는 개념이 있는데, 인공지능 자동차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아 충돌 등 사고를 막는다는 개념이다.
 
그랩 기사 대부분에게선 베트남 사람들의 품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다. 큰 개를 태워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행차'할 때면 그들의 동선에 있는 도로는 20~30분간 통제된다. 운없이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운전자들은 마냥 기다려야 한다. 그랩 운전자들에겐 생계가 걸린 문젠데, 마냥 기다린다. 불평 한마디 없이.


김정은을 취재하기 위해 그랩 오토바이를 잡았다. 그랩 기사는 길이 막힌 곳을 보더니 한참을 돌어서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데려다줬다. 괜히 '갓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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