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는 언제나 설렌다. 물론 삼겹살도 좋아하지만, 한우구이의 향과 육즙, 풍미는 언제 생각해도 군침을 돌게 한다. 마음에 부담이 가던 회식자리도, 메뉴가 한우라는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는 기다려지는 자리가 된다.
'소고기 먹을까 돼지고기 먹을까.' 육식주의자를 자청하는 나로선 자주 마주하게 되는 고민이다. 학생 때는 돼지가 소를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한돈vs한우 기준, 3배 정도 차이나는 가격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학생 때보다 수입이 늘었어도 1인분에 4만원 가까이 하는 한우를 부담없이 선택하긴 쉽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소고기를 먹을 일이 많아졌다. 친구들끼리 특별한 날을 기념할 때도 한우를 찾게 됐다. 돼지보다 소를 더 자주 먹던 때도 있다. 한우도 이곳저곳에서 많이도 먹어봤다. 그러면서 어떤 게 맛있다고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도 생겼다.
'찢어먹는 한우.' 여러 기준 중 하나다. 광화문에는 점원이 고기를 가위가 아닌 주걱(훼라?)으로 찢어주는 한우집 세 곳이 있다. 창고43, 민소, 더미. 내가 꼽은 광화문 3대 한우집이다.
찢어 먹어야 맛있다. 반 정도 익었을 때 쭉쭉 찢겨나간다. 고기의 결이 그대로 유지된다. 느낌탓일까, 육즙 보존도 더 잘되는 것 같다. 찢혀지려면 고기 조직이 연해야 한다. 찢어주는 한우집이 많지 않은걸 보면, 고기질이 보통이 아닌 곳들이 아닐까 싶다.
또 다른 기준은 불판. 삼겹살 등 돼지고기나 다른 고기들은 '날불', 숯불에 궈먹는 게 더 맛있다. 한우는 다르다. 검은색 무쇠 원형 철판을 달군 뒤에 궈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창고43. 광화문에도, 여의도에도 있다. 또 여기저기에 체인점이 생겼다. 여긴 완벽한 내 취향이다. 원형 불판이 달궈지면 고기를 얹는다. 어느 정도 구워지면 뒤집는다. 그리고 주걱으로 찢는다. 파절이도 너무 잘게 자르지 않았다. 마늘이며, 고추장이며, 소금이며 밸런스가 기가 막힌다.
고기로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뒤엔 후식이 고민이다. 된장밥이냐 깍두기볶음밥이냐, 또 하나 마주하는 인생의 갈림길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한우, 그중에서도 '찢어먹는 한우'는 항상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