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골프예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cegraphy Apr 16. 2019

[라운딩] 진천 크리스탈카운티cc, 싱글의 추억

7할은 '운'

2018년 여름, 지난한 폭염이 시작될 즈음의 날이었다. 2주짜리 장기휴가를 내고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해외여행을 가는 대신 라운딩이나 실컷 나가자는 생각이었다.


평일 오전 7시대 티오프.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진천에 그린피 4만5000원짜리가 떴다. 평일이라 동반자 모집이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조인'을 하게 됐다. 같이 간 후배와 40대 부부, 이렇게 네 명이 한 팀이 됐다.


아침 일찍이라 심하게 덥지도 않았다.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도 훌륭했다. 시간적 여유만 된다면 골프는 평일에 치는 게 정답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파3 2번홀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다. 높은 곳에서 진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홀이다. 핀까지 거리는 120미터 정도. 오른편으로 산을 넘겨야 원온이 되는 코스였다.

p아이언을 잡고 티샷했다. 산을 넘겼다. 조금 짧아보였다. 결과는 알 수 없었다.


카트를 타고 내려가보니 공이 보였다. 홀컵에서 5미터 정도 거리 엣지에 놓여있었다. 퍼팅에 성공하며 2번홀부터 버디를 낚았다. 출발이 좋았다.


3번홀 4번홀에서도 파를 기록했다. 4번홀까지 '-1' 언더파. 이상하다 싶었다. 남은 홀에서 보기 3개, 파 2개를 기록하며 전반을 38타로 끝냈다. '오늘 일을 내나?' 싶었다.

후반 출발도 좋았다. 11번 파5 홀에서 써드샷이 홀컵에 붙었다. 두번째 버디.  12번홀이 끝날 때까지 1오버파였다.


남은 홀에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를 추가하며 후반을 39타로 마쳤다. 합계 77타. 인생 첫 싱글이었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이 92타였는데, 말도 안되는 스코어가 나왔다.


드라이버에선 운이 좋았다. 나갈것 같다고 생각한 공이 도로 위에 있었다. 언덕 쪽으로 간 공은 전부 경사를 타고 페어웨이까지 내려왔다.

아이언샷이 가장 좋았다. 멀더라도 대부분 그린에 올라갔다. 평소에 두려워하던 벙커샷도 이날엔 왠지 자신감이 있었다. 퍼팅도 대부분 시드 거리까지 붙였다.


조인플레이라 내기가 없어서 그랬나. 같이 간 후배가 초보였는데, 조인한 분이 거의 필드레슨을 시켜줄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편안한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플레이를 이어갔다.

이날 이후로도 수십번 라운딩을 나갔지만, 아직 한 번도 싱글로 돌아오지 못했다. 드라이버가 잘맞으면 아이언이 안맞고, 웻지가 안맞고, 퍼팅이 안되고... 모든 샷이 다 잘되는 날에, 운이 좋아야 나오는 스코어가 싱글인 것 같다.

뭐든 목표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 싱글이라는 목표는 한 번 이뤄봤음에도 여전히 목표다. 다시 달성하는 게 쉽지 않다. 골프가  재밌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골프장] 홍천 블루마운틴CC, 아름다운 명문구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