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는 비싸야 맛있다?' 생각 바꿔준 신촌 마구로야

합리적 가격에 고급부위 일색

by peacegraphy

참치라고 하면 참치회가 아닌 참치캔이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캔참치도 물론 훌륭한 음식이지만, 참치회를 접할 일이 많지 않았다. 참치회를 처음 먹은 건 아마 누군가의 결혼식장 뷔페에서였을 것이다.

뷔페 참치는 등급이 낮은 부위가 대부분이다. 마구로를 마음껏 가져가라고 준비해둔 뷔페는 많지 았다. 빨갛고 하얀, 얼음기가 사라지지 않은 냉동참치. 그런 것만 먹어서 그런지, 참치회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학시절, 특별한 날이나 될 때 누군가가 쏜다고 하면 가는 무한리필 참치도 별 감흥이 없었다. 1인분 2, 3만원대 코스로 나오는 참치회는 광어회나 우럭회보다 나을 게 없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참치맛을 알게 됐다. 비싸고 좋은 식당에서 회식할 일이 종종 생기면서다. 그동안 내가 알던 참치는 참치가 아니었다. 뱃살도 여러가지였다. 바다에서 난 것에서 이런 맛이 날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그간 멸시했던 참치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됐다.

결론을 내렸다. 참치는 비싸야 맛있다고. 같은 집에서도 가격에 따라 맛이 달랐다. 어떤 식당에 가도 이 명제는 틀리지 않았다. 이 식당에 가기 전까지는.


신촌 마구로야 1인 코스 가격은 3만5000원이다. 더 비싼 코스도 있는데, 이거면 충분하다. 사실상 무한리필이다. 배터지게 먹을만큼 나온다. 요즘말로 가성비가 내려온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좋은 부위를 아낌없이 준다. 뱃살도 실컷 먹을 수 있다. 두 번째 판, 세 번째 판에도 마찬가지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스끼다시도 매력적이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다찌에 앉아서 실장님이 회를 뜨는 모습을 보면서 참치회를 즐길 수도 있다. 오픈형 룸으로 공간이 분리돼 있는 점도 좋다.

어느덧 단골손님이 됐다. 사촌동생과 매달 한 번씩 가는 곳이다. 신촌황소곱창에 꽂혀 만날 때마다 곱창만 먹자던 동생이 마구로야를 알게 된 후 이곳만 고집한다. 사장님이 우리를 알아보고 좋은 부위를 더 주기도 한다. 자주 가는 데 매번 '오랜만에 왔다'고 하신다.(ㅎㅎ)


내가 알고 있는 신촌 맛집들은 대부분 대학교때부터 가던 곳이다. 이상하게 신촌에선 새로운 식당으로 발이 향하지 않는다. 신촌맛집은 추억을 먹으러 가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마구로야는 그렇게 오래 된 곳은 아니다. 원래 '고기바(bar)'가 있던 장소다. '과일쌈'이 있는 독특한 매력에 종종 찾았던 곳인데, 문을 닫고 마구로야가 들어왔다. 추억없이도 맛으로 선택받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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