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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골프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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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Aug 20. 2019

이틀 연속 '더블헤더', 골프가 질린다?

혹서기 이틀 간 72홀 돌아보니..

 8월 혹서기, 골프장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이벤트 상품을 내놓는다.


충북 음성 진양밸리에서 주중 36홀 카트비 포함 14만원 특가가 나왔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일단 받아뒀다.


전날인 일요일엔 스카이72 새벽 라운딩이 잡혀 있었다. 처음 가보는 말로만 들었던 그곳.


일출 광경은 예술이었다. 새벽이라 덥지도 않았다.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는 실망스러웠지만, 멋진 하늘과 풍경이 마음을 달래줬다. 사실 골프장 상태는 심각하게 나쁘지만 않다면 중요하지 않다. 어딜 가도 좋다.


인천 라운딩을 마치고 서울 식당으로 뒷풀이를 갔다. 거나하게 취한 일행은 '야간 한 판 더?'를 외쳤다. 당일 라운딩을 잡는건 크게 어렵지 않다.


안성 아덴힐cc로 '2차전' 장소를 정했다. 서울-인천-서울-안성 대장정이 완성됐다. 운전기사를 자처했다.


아덴힐은 전장이 짧은데 오르막도 심하고 공을 잘 잃어버리게 설계해뒀다. 15홀로 허가가 났는데, 18홀을 구겨넣느라 코스가 짧다고 한다.


아덴힐 후반, 그러니까 같은 날 27홀을 마친 28번째 홀부터 공치기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날파리가 꼬이고 드라이버도 안맞았다. 대기가 길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밀렸다. 총체적 난국이다.


골프가 재미없을 때는 남은 홀이 많게 느껴진다. 몸은 피곤하고 얼른 마치고 집에가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마침 골프를 너무 많이 친다는 핀잔도 들었다. 생각해보니 과한 것 같긴 하다. 일주일에 한 번도 많은데, 하루에 두 번이라니... 때아닌 자아비판 시간이 찾아왔다.


'이젠 자발적으로 가지 말아야지...' 생각까지 들었다. 꾸역꾸역 라운딩을 마쳤다.


다음날은 미리 예약을 잡아둔 진양밸리로 향했다. 더블헤더는 이날까지만 해야지 마음을 먹었다.


보슬보슬 비도 내렸다. 공도 전날만큼 잘 안맞았다.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무심하게 플레이를 했다.

전반 52타. 최근에 이정도까지 못친적은 없었는데, 진짜 '절골'을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전반을 마친 후 맥주를 한 잔 했다. 후반 들어 갑자기 공이 잘 맞는다. 오랜만에 100개를 넘기나 했는데, 여유있게 지켰다.


잘맞으니까 또 골프가 재밌다. 묘한 운동이다. 2차전 게임이 또 기다려진다. 나인홀이 한 세트다. 전반과 후반이 전혀 다른 게임이다. 좋은 조합이 맞춰지면 베스트스코어가 나오는 것이다.


2차전도 재밌었다. 전반은 직전에 돌았던 9홀인데도 또 잘 안맞았다. 후반은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버디도 잡고 이날 베스트스코어가 나왔다.


결국 질리게 치고 당분간 절골하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더블헤더는 자제해야겠지만, 나가자면 거절못하는 병을 먼저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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