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긴급 기자간담회는 꽤 오래도록 회자될듯 하다. 시간을 '무제한'으로 한 간담회는 흔치 않다. 그래서 걸린 시간도 '역대급'이다. 2일 오후 3시30분부터 3일 새벽 2시10분까지 이틀에 걸쳤다. 쉬는 시간을 빼고 '500분'동안 진행됐다.
9월 2~3일은 당초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려야 했던 날이다. 여야가 진통 끝에 합의한 날짜였다. 조 후보자 가족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로 파열음이 생기면서 무산됐지만 말이다.
이번 간담회가 열린 장소는 국회, 자정을 넘겼으니 이틀이라 치면 예정됐던 청문회와 시간·장소가 같았다. 장소가 정해진 후 행정부의 일원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왜 국회에서 하는지 의아해하는 여론이 있었다. 한 야당 중진 의원은 "국회라는 상징성 있는 장소에서 청문회보다 조금 더 무난한 기자회견을 치르면 청문회를 대체한 것으로 보이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문회가 무산될 것을 감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를 장소로 고른 이유를 묻는 질문은 간담회에서도 나왔다. 조 후보자는 "(간담회를) 여의도 광장에서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라며 "정식 국회 청문회가 아니지만 그래도 국회라는 공간에서 (간담회를) 하는 것이 저의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국회 기자간담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 기자간담회는 인사청문회와 엄연히 달랐다.
◇"질문은 한개씩만, 추가 질문은 사양"=간담회는 일문일답식으로 진행됐다. 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주최 측인 민주당은 장소의 협소함을 이유로 질문권을 '1사 1인'으로 제한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한 곳으로 모이지 않았다.
간담회 사회를 맡은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균등한 기회'를 이유로 추가 질문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후반 간담회장에 남은 기자들이 줄었을 땐 상황이 달라졌지만 이미 집중도가 떨어진 뒤였다. 조 후보자의 해명을 뒤엎을 또 다른 '팩트'를 제시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몰랐다'는 조 후보자의 답변을 받아칠 언론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도 아쉬운 점이다.
◇증인도 없고 자료요청도 못하고=청문회와 달리 이번 간담회엔 증인이 단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조 후보자 입장에선 청문회 개최 여부를 가른 증인문제를 손쉽게 해결한 셈이다.
기자들은 일단 질문을 했지만, 추가적인 궁금증을 해결할 자료를 조 후보자에게 요청할 권한도 없었다. 법적으로 기자는 '일반인'이다. 홍 수석대변인이 수차례 질문을 끊자 한 기자는 불만을 터뜨렸다.
이 기자는 "후보자에게 해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증인도 요청 안되고 관련 증거를 보여달라고 했을 때도 보여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형식과 진행 방식 모두 주최 측이 원하는대로 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이 과연 공정한 해명의 장이라고 납득할 수 있냐"고 물었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 자리는 청문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증인채택이 불가능하고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오늘의 자리가 청문회를 대신해 미흡하다고 여러차례 말했다"며 현실적 한계를 인정했다.
◇"청문회 오늘(3일)이라도 열자"=결과적으로 청문회 대신 치러진 이번 간담회로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았다. '의혹', 그 상태로 남았다. 증인과 자료를 통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간담회엔 야당 의원들이 없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3일 "기자 간담회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오늘이라도 당장 청문회를 열자"고 밝혔다. 심 대표는 "간담회는 헌법적 검증 절차도 아니"라며 "기자간담회의 형식상 조 후보자를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국회가 자신의 헌법적 책임도 못 하면서 조 후보자만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실은 언제든 (인사청문회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민주당이 응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입장이 달랐다. 그는 "저희는 청문회 개최를 위해 최소 5일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보이콧을 선언하고 간담회를 했는데 결국 조급증의 발로라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3일에도 청문회는 열리지 않았다.